SK하이닉스, 최종 결정까지 신중모드 유지

[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일본 도시바(東芝)가 20일 이사회를 열고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문을 SK하이닉스 등 ‘한·미·일 연합’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 매각 방침을 표명한 이후 약 7개월간 이어진 조정작업은 우여곡절 끝에 일단락됐다.

초반부터 인수전에 뛰어든 SK하이닉스는 당초 경쟁업체들에 뒤처진 상황이었으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일본을 방문하는 등 노력의 결실을 맺게 됐다. 

관련업계에서는 도시바 낸드플래시 최대고객 중 하나인 애플의 참여가 도시바의 선택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애플은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중 30% 이상을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한·미·일 연합에 참가하면서 베인캐피털에 인수 자금으로 30억 달러(약 3조4000억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 이번 도시바의 이사회를 앞두고 베인캐피털이 애플에 지원 자금을 70억 달러(약 7조9002억 원)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SK하이닉스가 2000억 엔(약 2조 원)을 출자하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중이다.

이번 도시바의 결정으로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을 직접 인수하는 것이 아니어서 당장 시장점유율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끼치는 영향력은 더 확대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미국 인텔과 삼성전자가 각각 14.3%와 14.2%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어 SK하이닉스(5.8%)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5.3%), 브로드컴(4.1%), 퀄컴(4.0%), 텍사스인스트루먼트(3.5%), 도시바(2.8%), NXP(2.1%), 인피니온 테크놀로지(2.0%) 등이 나머지 그룹에 있다. 

특히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만 봤을 때는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1위, SK하이닉스가 2위권에 포함돼 있다.

이에 SK하이닉스가 베인캐피털을 통해 지분을 간접 보유하는 수준이어서 당장 시장 입지가 대폭 확대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협업이나 공동 연구개발(R&D)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높일 여지가 충분하고, 이럴 경우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 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은 지금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최종 매각까지 밝은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도시바가 지난 6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해 발표한 이후 2개월 만에 이를 변경하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다른 측과도 협상을 병행하는 등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인 바 있어 최종 계약서 서명 때까지는 성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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