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국운영 동력 핵심 키는 ‘민주-국민의당 관계 회복’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둔 21일 국회 본관에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만나 팔짱을 끼고 있다.<사진=연합뉴스></div>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둔 21일 국회 본관에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만나 팔짱을 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 ‘여소야대’인 20대 국회에서 어느 정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사사건건 충돌하며 ‘아웅다웅’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분당된 후 지난 5.9대선에서 독자 후보를 내며 완전한 결별을 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는 일시적으로나마 정치적 ‘허니문’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여소야대’ 정국이므로 민주당은 국민의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고, 국민의당도 야당으로서 견제 역할은 하겠지만 여권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호남 민심을 의식해 일정 기간 정부여당에 협조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도 지나지 않아 본래 한 가족, 동지였던 양당은 감정의 선을 넘어 서로 적대시하며 ‘으르렁’ 대고 있다.

‘김이수 부결 사태 놓고’ 서로 책임 공방

지난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양당은 서로 감정 싸움을 벌였다.

민주당은 국민의당에서 다수 반대표가 나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며 국민의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총출동해 국민의당을 향해 “국민의당이 땡깡을 부렸다”, “자유한국당과 적폐연대를 했다”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국민의당을 향해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 12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당을 향해 “‘땡깡’ 부리고, 골목대장질 하고, 캐스팅보터나 하는 몰염치한 집단”이라며 “자유한국당에 박수를 치는 국민의당은 더 이상 형제의 당이 아니다”고 맹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부결 순간 울려 퍼진 자유한국당의 환호, 국회 주도권을 잡았다고 뿌듯해하는 국민의당이 국회의 현실”이라면서 “환호에 함께한 국민의당을 보며 깊은 자괴감을 느끼는 것은 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자유한국당과 보조를 맞춘 국민의당도 적폐연대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국민의당을 향한 총공세에 나서자 국민의당도 책임론을 차단하며 적극 반격했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13일 전주시 전북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표결 이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행태가 금도를 넘었다”면서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국회 의결을 두고 청와대가 입에 담기 힘든 표현으로 비난하고 있다. 청와대의 도를 넘은 국회 공격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라”고 밝혔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추미애 대표를 겨냥해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의 책임을 국민의당 탓으로 돌리며 시정잡배 수준의 망언만 늘어놨다”며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김 원내대표는 추 대표가 국민의당을 향해 ‘더 이상 형제의 당이 아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누구 맘대로 형제인가. 백번 양보해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제 형제 대우 한번을 해줬나. 오만도 이런 오만이 없다”면서 “국민의당은 (여권이) 잘할 때는 협조하고, 못할 때는 준엄하게 꾸짖고 경쟁하는 정당”이라고 발끈했다.

국민의당은 급기야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가 사과하지 않는 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상정 등 어떤 절차적 협의도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제보조작 사건’ ‘호남 SOC예산 삭감’ 문제 놓고도 충돌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노골적 갈등 표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양당은 지난 7월 국민의당의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당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에 반발해 안보 사안 외에는 국회 상임위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고 여기에 더해 국민의당까지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국회가 멈춰섰다. 

이는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 자르기’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추 대표의 사과와 사퇴 등 조치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국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이어갔던 추 대표는 지난 7월 6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 자체 진상조사의 결과는 ‘이유미씨 단독범행’이라고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그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와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이 몰랐다고 하는 건 머리 자르기”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동철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협치를 이야기 하고, 우원식 원내대표까지도 계속해서 협치를 이야기 하면서 추미애 대표의 막말은 결국 우리 국민의당 등에 비수를 꼽는 야비한 행태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추미애 대표가 사과, 사퇴 등 납득할만한 조치가 없다면 우리는 오늘 이후 국회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당시 양당의 갈등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을 방문해 “추 대표가 정치적으로 오해를 살 상황을 조성했는데 왜 그랬는지 청와대로서는 알 수 없다, 국민의당에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고 대리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국민의당은 청와대의 사과를 수용하며 국회 복귀를 선언했고 박주선 위원장은 당시 “추미애 대표의 발언이 어떤 발언이 있다할지라도 아예 듣지도 않고 무시하겠다”면서 ‘추미애 무시’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최근에는 ‘호남지역 홀대론’을 놓고 서로 날선 비판을 주고 받았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히자 국민의당은 호남지역 SOC 예산이 삭감됐다며 ‘호남 홀대’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지난 6일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호남 SOC 예산 삭감은 호남을 또 한 번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정부예산안에서 삭감된 호남지역 SOC 예산안을 국회에서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일률적인 예산 삭감 기준을 낙후지역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잘못을 그대로 하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의 ‘호남 홀대’ 주장은 민주당과 호남을 이간질하려는 시도라고 적극 반격에 나섰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내년 SOC예산은 사업별 검토를 통해 적정하게 배분하였지만 SOC 감축 기조에 따라 지역 구분 없이 대부분 감축된 것뿐”이라며 “이를 두고 지역홀대, 지역차별을 주장하는 것은 민주당과 지역주민을 이간질시켜 ‘어떻게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를 떨어뜨려보겠다’, ‘지지도에 영향을 미쳐보겠다’는 얄팍한 정치공세이고, 억지주장이다”고 비판했다.

김이수 후보자 부결 사태를 두고 불거진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충돌은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 18일 오전 경기 광주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 부결 직후 입법부인 국회의 무책임을 자문하는 과정에서 저의 발언으로 행여 마음 상한 분들이 계시다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시대의 과제와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 잘 알기에 유감을 표함에 있어서 머뭇거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날 우원식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은 추미애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고, 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며 “저의 과도한 얘기로 국민의당을 불편하게 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민주당은 추미애, 우원식 ‘투톱’의 사과 이후 몸을 낮추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인준을 위해 야당 설득에 적극 나섰다.

추 대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원내대표와 함께 ‘2+2’ 형태로 만나 김 후보자 처리 문제를 포함해 협치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며, 여러 차례 시도에도 불구하고 회동이 성사되지 못하자 안 대표와 직접 만남을 시도하기도 했다.

추 대표는 21일에는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안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했으나 안 대표가 의원총회 참석을 이유로 일정을 연기하자 직접 안 대표의 방을 직접 찾아가 만남을 시도했다.
 
그러나 안 대표가 오후 충북 현장방문 일정 때문에 의원총회 직후 이미 국회를 떠난 상태여서 안 대표와의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다. 추 대표는 대신 옆방에서 내방객을 맞이하고 있던 김동철 원내대표를 기다렸다가 만나 김 후보자 인준 협조를 호소했다.

민주당, 결국 국민의당 도움 받아 김명수 인준안 처리

결국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반대 당론’을 정한 가운데 민주당은 국민의당의 도움을 받아 임명동의안을 국회에서 가결시켰다.

표결 결과 찬성 160, 반대 134, 무효 3, 기권 1표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민주당이 121석인 점을 감안한다면 40석인 국민의당 상당수 의원이 김 후보자에게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이번 갈등은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민주당이 몸을 낮추면서 일단락됐지만 양당의 갈등은 언제 다시 재연될지 모른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여소야대’ 국회 현실을 절감한 만큼 협치 구상을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91개 과제가 입법 조치가 필요하고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부분만 무려 465건에 이른다. 하위법령도 대통령령 111건, 총리령·부령 32건, 행정규칙 39건 등 총 182건을 손봐야 한다.

민주당 내에서 “국민의당과 정책협의 틀 갖춰야” 목소리 제기

그러나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다. 현재 국회 의석 분표는 민주당 121석, 자유한국당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이다. 민주당은 원내 1당이지만 과반 의석에는 한참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른 당의 도움을 일부 받는다고 해도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의석수가 180석 미만이면 쟁점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

김이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민주당 독자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실현을 위한 입법적 조치는 시작도 하지 못한 단계에서 주요 인선에 있어서 야당의 반대에 발목이 잡히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지난 14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에서는 현실적으로 121석을 가지고는 어떤 안건도 단독으로 처리하기는 불가능하다”며 “국민의당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160석 안팎의 의석에 불가하다. 국회에서는 선진화법을 감안하면 180석을 넘는 의석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부의장은 “그것을 감안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협치라는 의미는 불가피한 선택이다”며 “그런 측면에서 협치의 모델에 대해서 다시 디자인해야 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홍 부의장은 그러면서 야당과의 협치를 이뤄낼 첫 출발점으로 국민의당과 정책협의 틀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부의장은 추미애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정례회담을 갖고 정책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먼저 합의한 후 양당 정책위원회가 세부적 이견 조율에 나서는 ‘정책협의 틀’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 

홍 부의장은 “국민의당과 정책협의의 틀을 갖췄으면 좋겠다. 추미애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만남이 있어야할 것 같다”면서 “두 분의 회동을 정례화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홍 부의장은 “양당 대표 간에 정례적인 만남을 갖고 이견이나 합의된 부분들을 조절할 수 있는 정책위 차원에서의 협조, 논의 체계가 갖춰진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양당의 협력이 제도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김관영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홍 부의장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저는 그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의 협치의 틀을 적어도 만들어서 서로 신뢰를 쌓아나갈 필요는 있다”면서 “양당 당 대표, 원내대표들이 같이 모여서 의논을 해서 어떤 방식으로 협치 틀을 만들 것인지 고민을 해서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연정을 시원하게 양당이 같이 하는 방법도 있다”고 밝힌 뒤 연정이 어렵다면 민주당이 국민의당과 주요 인사와 정책 등에 대해 사전에 논의한다면 협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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