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새누리당’으로 가려는 보수우파 통합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중진 의원들이 모여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두 보수정당의 3선 의원들은 지난 27일 회동을 갖고 앞으로 보수정당세력의 통합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일각에서 거론되던 두 당의 통합론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이라 주목된다. 특히 바른정당의 11·13 전당대회를 앞두고 논의에 속도를 붙이는 것으로 해석되어, 바른정당내 자강파의 통합불가론을 향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정당의 통합은 보수정치, 더 나아가 한국정치의 퇴행을 의미한다. 두 당이 갈라섰던 이유는 세상이 다 알고 있다. 박근혜 탄핵과 친박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인해 두 세력은 갈라섰고, 그 이후 보수의 구심이 되기 위한 경쟁을 벌여왔다. 물론 그동안 소수세력인 바른정당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의석수에 있어서 원내교섭단체를 간신히 유지하는 상태였으며, 정당 지지율도 자유한국당에 비해 크게 뒤지는 상황이 계속되어 왔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바른정당 구성원들이 갖는 불안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두 당의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바른정당 세력은 아무런 명분도 없이 자유한국당 세력에게 투항하는 모습이 된다. 바른정당은 새로운 보수의 구심이 되겠다고 공언해왔다. 자유한국당 세력이 더 이상 한국 보수정치의 구심이 될 자격이 없다는 판단이었던 셈이다.

그 점은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친박 핵심들이 전면에서 물러섰다고는 하지만 국민들 눈에 비치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합리적인 보수와는 거리가 멀다. 홍준표 대표의 막가파식 언행은 계속되고 있고, 시대의 흐름과 동떨어진 극우적 인물들이 당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기국회 보이콧, 청와대 회동 불참에서 나타나듯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 노선도 계속되고 있다. 타협을 모르는 극한적인 보수정치세력이 된지 오래이다. 이런 자유한국당이 우리 정치의 한 쪽 날개를 담당할 신뢰받는 보수세력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망해 보인다. 이런 마당에 바른정당 구성원들이 자유한국당에 사실상 투항해 버린다면 오직 생존을 위해 정치적 대의명분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른 정당과의 통합 논의가 당의 공식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들의 임의로 진행되는 것은 비정상적인 장면이다. 공당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 바른정당 내부에서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바른정당이 당 차원에서 기강을 잡을 일이다.

4.13 총선과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현재의 다당제 구도가 만들어졌다. 각 정당 주체들이 노력한다면, 과거의 양당제에 비해 국민이 다양한 생각을 반영할 수 있는 구도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보수통합이 이루어진다면 자유한국당 세력이 다시 보수정치의 유일한 구심이 되는 상황이 초래된다. 이는 결국 극한 대결의 정치를 불러올 것이다. 단지 두 정당만의 문제로 넘길 수 없는 이유이다.

최악의 경우 갈 사람은 가더라도, 바른정당은 살아남아 계속 경쟁을 벌이는 것이 한국정치 발전에 부합된다. 물론 바른정당의 여러 노선을 둘러싸고 자유한국당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는 비판적 시선도 많았지만, 그래도 자유한국당에 비할 일은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다시 보수의 구심으로 복권되어 한국정치의 양대 축이 되는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새로운 합리적 보수세력의 발전에 대한 기대가 허망하게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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