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운 공은 없다"는 옛말이 있듯 아이 돌본 공은 금방 잊혀지기 마련인데...

곽철환(64), 서덕순(61)씨 부부는 이 오래된 진리를 외면하고 과감히 황혼육아를 자처했다. 

아침저녁으로 무화과 수확하느라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는 요즘에도 외손녀 영은(5)이와 소영(4)이 돌보는 일에는 조금의 빈틈이 없다.

돌도 안 된 갓난 아이 둘을 맡아 키우는 동안 아장아장 걷고, 말까지 할 정도로 자란 외손녀들을 보면 그저 신통하다.

맞벌이하는 딸을 위해 선택한 황혼육아는 관절염이며 우울증 같은 ‘손자병’으로 골병들진 않을까 싶은데 오히려 이 부부에게는 삶의 활력소가 됐다.

아이 맡겨놓은 죄로 주말마다 어김없이 내려온다는 딸과 사위.

외손녀 때문에 자식들 얼굴도 매주 보고 이들 가족에겐 기대로 가득 차는 주말이다.

가을의 들녘처럼 인생에 찾아오는 황혼기...이제야 인생의 황금기인가 싶었지만 손주 키우기에 자유를 빼앗긴 부부에게 과연 공이 돌아올 날이 있을까.

# 황혼의 육아일기

아침 일찍 무화과 수확을 끝낸 덕순씨는 외손녀들 어린이집에 보낼 준비로 마음이 급하다.

올해 다섯 살, 네 살인 영은이와 소영이는 여자아이 아니랄까봐 옷이며 머리에 관심이 많다.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 머리는 단정하게 빗기고 땋아서 보내고 싶은 마음에 덕순씨는 아침마다 정성을 들인다.

뭐든지 잘 먹는 영은이와 편식이 심한 소영이 때문에 밥 먹이는 것까지 어느 하나 수월한 것이 없지만 손녀들이 곁에 있어 웃을 일이 더 많다.

# 도시에서 시골로

전원생활을 해보겠다고 도시에 살다 시골로 왔다가 농사꾼이 된 부부.

이웃들의 권유로 시작한 참외농사는 작업이 고되다 보니몇 해 전 수월한 작물인 무화과로 바꿨다.

무덥던 여름부터 따기 시작한 무화과는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수확이 가능하다보니 요즘이 가장 바쁜 때. 무화과 따랴, 아이들 돌보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부부다.

그러다 보니 식구들이 먹을 채소를 조금 심어놓은 텃밭엔 잡초가 무성하고...

애써 심은 고추를 조금이라도 걷어 보겠다고 비닐하우스 씌우기에 나서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 주말이 기다려져요

금요일 저녁이면 서울에서 고령으로 내려오는 딸 곽현주(38)씨와 사위 천일동(42)씨.

아이들 맡겨 놓은 이후로 단 한 주도 거른 적이 없다는 딸 부부의 정성도 어지간하다.

아이들과 1분 1초라도 더 같이 보내겠다는 마음에 피곤함도 모른다.

유난히 엄마를 좋아하는 둘째 소영이는 현주씨가 있는 주말이면 껌딱지처럼 들러붙어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애써 키워준 공은 모르고 덕순씨는 뒷전~ 덕순씬 엄마 품이 그리운 손녀가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서운한 마음이다.

황혼육아로 자유를 빼앗긴 부부는 딸과 사위가 오는 주말이 자유 시간...읍내로 데이트를 나간 부부는 무얼하며 시간을 보낼까.

# 애 보아 준 공은 없다지만

스물넷에 아빠가 된 철환씨는 남매를 키울 때에도 다정하고 살가웠다.

곧 있으면 마흔인 딸을 지금껏 ‘공주’라 부르며 애지중지 키운 딸 바보다. 

자식들 커가는 모습이 마냥 아쉬웠던 철환씨는 남매 옹알이 하는 목소리를 녹음하고 커가는 모습도 비디오로 남겨두기까지 했다.

자식사랑보다 깊은 게 손주 사랑이라고 철환씨는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손녀들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느라 바쁘다.

키운 공을 알아주길 바라지도 않는 부부는 다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녀들을 많이 사랑했단 것만 기억해 주기를...

<1부 줄거리>

무화과 수확 철을 맞은 곽철환, 서덕순 씨 부부는 외손녀 영은이, 소영이까지 돌보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무화과 납품을 끝내고 돌아온 철환 씨가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우고선 급히 뛰어간다. 대체 무슨 일인 걸까?

방송일 : 2017년 10월 9일(월) ~ 10월 13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연출 :  김민정

글 :  홍은영

촬영 : 강호정

조연출 :  문예원

취재작가 :  이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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