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는 사망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축사국)’ 회원 5명이 지난 15일 인천공항에서 내건 이 현수막 하나 때문에 대한축구협회가 발칵 뒤집혔다. 

신태용 감독은 인천공항에서의 기자회견을 취소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죄인처럼 축사국 회원 5명을 피해 다른 게이트로 빠져 나갔다. 

광화문 광장의 백만 촛불 인파도 아니고, 불과 5명의 시위인원과 이들이 내건 “謹弔. 한국 축구는 사망했다.”는 현수막 문구에 축구협회가 이렇게 화들짝 놀라야 할 이유가 있을까?

축사국 회원들의 주장처럼 정말 한국 축구가 죽었기 때문에 축구협회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아닐까?

빅데이터에서는 축구에 대해 어떤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지 일단 살펴봤다. 한국 스포츠의 양대 산맥인 야구와 비교를 해봤다.  



빨간색 실선 야구 검색량을 보면, 비시즌 기간인 겨울 동안에는 검색량이 줄어들었다가, 야구가 시작되는 봄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축구도 경기가 없는 겨울에는 검색량이 야구와 비슷하다.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축구는 시즌과 비시즌 검색량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파란색의 그래프가 상승 하락을 반복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축구 검색량이 늘어나는 시점을 보면 필자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다. 축구에 대한 검색이 증가하는 때는 바로 <국가대표 경기>가 있을 때 이다. 월드컵 본선 진출 등 매우 민감한 사안들이 이슈화 됐을 때나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이다. 

프로축구 경기가 계속되는 시즌에도 축구에 대한 관심은 경기가 없는 겨울과 별반 차이가 없다. 반면 야구는 확연히 다르다. 장이 열렸을 때와 장이 열리지 않았을 때 일반 대중들의 관심도가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난다. 

축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날로 줄어들고 있지만, 축구 열혈 팬들의 분노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 김호곤 축구협회 부회장에 대한 검색이 최근 폭증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의 데이터를 빼면, 평소 정몽규 회장과 김호곤 부회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전무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검색량이 적다. 하지만 최근 검색량은 최소 10배에서 최대 100배까지 증가했다. 

두 사람에 대한 검색의 목적이 우호적인 것이 아니므로, 대중의 분노도 열배 백배 치솟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사실 스타플레이어가 아닌 행정가에게 대중의 관심이 치솟는 것 자체가 매우 기이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 

중국 전설속의 임금인 요(堯)임금 시대에 이런 말들이 회자됐다고 한다.  

“우리가 밭을 갈아서 밥을 먹고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는데 임금의 은혜가 내게 무슨 상관인가?”

이 말을 듣고 요임금은 본인이 정치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즉 농부는 농사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줬고, 어부는 그물을 던지는 일에만 몰두 할 수 있도록 해줬다는 것이다. 후대의 유학자들은 요임금의 정치를 ‘드러나지 않는 다스림’으로 평가했다. 

축구협회가 감독과 선수들이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을 펼쳐줬더라면, 지금처럼 대중들이 행정가에게 관심을 가지는 기이한 현상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축구협회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우리 정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을 둘러싼 각종 논란들이 톱뉴스를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대중들의 관심은 속된 말로 ‘안드로메다’에 가 있다. 

최순실 사태가 처음 터져 나왔을 때 대중들은 분노의 감정이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매우 높은 관심을 가졌지만, 구속과 재판이 진행되면서 대중들은 일상으로 돌아갔고, 이 사안에 대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개 목줄과 같은 일상생활과 관련된 사안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상적인 말이긴 하나, 정치란 농부는 밭을 가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그리고 어부는 그물을 던지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은 밭에 가서 소에게 채찍질을 하고, 바다에 가서 물속으로 작살을 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요순시대(堯舜時代)는 역시 전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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