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로 갈라진 촛불 1주년을 지켜보며

촛불 1주년 기념대회를 앞두고 ‘촛불의 분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광화문집회를 추진한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행동 기록기념위원회’(퇴진행동) 측에 반발하며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시민들은 여의도에서 ‘촛불파티’를 추진하고 있다. 여의도 집회가 따로 추진된 직접적 계기는 퇴진행동이 계획한 청와대 행진에 대한 반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주년을 기념하는 퍼포먼스라는 퇴진행동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집회 측은 청와대를 향한 행진을 하는 것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사실 청와대 행진을 하느냐 마느냐는 방법의 문제일 뿐 본질은 아니다. 1년 전에 행진했던 길을 다시 밟아본다는 의미에서 할 수도 있는 것이고, 하지만 반대하는 시민들이 많아 집회가 쪼개진다면 굳이 강행해야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논란의 과정을 거치면서 드러난 서로 간의 생각과 인식의 차이일 것이다.

문 대통령 지지층은 진보성향의 단체들에 대한 강한 불신을 포스터 등을 통해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수구좌파’라는 비난이 나오는가 하면, 행사 프로그램에 ‘사드배치 철회’, ‘트럼프 방한 반대’ 같은 내용이 있는 것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진보성향의 단체나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취할 것에 대한 불신이 강하게 깔려있는 분위기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무렵 ‘어용’을 자처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열성 지지자들의 모습들이 많았음을 생각하면 예고되었던 갈등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있다. 대통령의 지지층이 따로 모여서 ‘집회’가 아닌 ‘파티’를 하고자 한다면 그들의 자유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굳이 비난하고 욕보일 이유는 없다. 물론 대선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책임에서 야당들의 몫은 무척 무겁다. 시민들의 목소리로 야당들의 각성을 촉구할 일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또한 그 최종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더욱이 사드 추가배치를 비롯하여 중대한 공약들의 파기가 이어지지 않았던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것이 이성의 목소리였듯이, 문재인 정부가 가는 길을 계속 감시하며 비판할 것은 비판하는 것 또한 시민들의 몫이다. 그것을 하지 말라고 윽박지르고 겁박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다.

역사에 대한 해석은 하나일 수 없다. 프랑스대혁명에서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역사의 진보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부터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촛불도 원래부터 하나가 아니었다. 다양한 생각과 정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한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생각에 대한 존중과 관용의 태도는 촛불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해 필수적인 덕목이다. 1년전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 가운데는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도, 그냥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수구좌파’의 낙인을 찍고 적폐 취급하는 것은 촛불정신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적은 촛불로 세상을 밝힐 수는 없다. 하나 하나의 촛불이 수없이 모일 때 세상을 밝힐 수 있음을 우리는 1년 전에 경험하지 않았던가. MB-박근혜 시절의 적폐를 바로잡는 일이 여전히 쉽지않은 상황에서, 1년 전에 촛불을 든 마음들을 다시 모을 길이 무엇인가를 함께 생각해볼 일이다. 촛불은 누구도 독점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촛불을 완전히 꺼트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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