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전쟁 후, 한마당 작은 축제

72시간 촛불집회 마지막 날인 8일 오전 8시 경, 거리에서 밤을 샜던 집회 참가자 700여명은 시청 앞~광화문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점거하고, 조선일보 사 앞에 모여 경찰과 대치중이었다.

몇몇 참가자들은 도로위에 그대로 누워서 잠들 정도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참가자 중 한명이 확성기를 들고, 락 버전 애국가, 대중가요 등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큰 호응 속에 박수를 치며 서로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새벽 전경버스 수 대가 부서지고, 집회 참가자 11명이 연행되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서도 참가자들은 하나 같이 “힘들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의 머리며 옷, 신발에까지 허옇게 묻어있는 전경들이 쏘아 댄 분말 소화기 가루 흔적만이 어젯밤의 상황을 대변해 줄 뿐이었다.

집회참가를 위해 지방에서 7일 오후 서울로 왔다는 박현숙(42)씨는 “끝까지 남은 저 사람들이 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웃으면서 “오늘 내려갔다가 화요일에 다시 올라올 예정”이라고 했다.

아침 집회에서는 폭력적인 광경은 연출되지 않았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돌아가며 확성기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자유발언을 하는 등 질서정연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만을 보였다.

전경들도 집회 참가들과 200미터 정도 멀찌감치 떨어진 교보생명 빌딩 앞에서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몇몇 참가자들은 전경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사 앞에 자리잡고 있던 집회 참가자들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향해 비판 구호를 외치는 등 심한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지 꼬박 하루가 지났다는 김영수(35)씨는 “이명박 정부도 문제지만 조·중·동 등 어용언론들이 더 문제”라면서 “MB정권이 물러난 뒤에도 조중동이 살아있다면 다음세대들도 피해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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