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락치’ 논란까지...폭력화 우려, 자율적 자제 여론 높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넘고, 그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시위 양상도 초기와 달리 복잡하게 전개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시위 자체가 ‘촛불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열릴 만큼, ‘침묵시위’라는 이름으로 열릴 만큼 평화적이던 모습이 사라진 데 대해 시민들은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10만이 넘는 흥분한 시민들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있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가 폭력 시위를 선동하고 있다는 일부 시민들의 성토는 하늘을 찌를 듯한 상황이다.

경찰이 폭력을 행사하더라도 끝까지 비폭력으로 맞섰을 때 진정한 승리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경찰과 무력으로 대치하는 상황까지 몰아가고 있는 ‘대책회의’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분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시위 현장의 변화된 모습에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는 비판적 글들로 도배가 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시민들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으며, 일부는 대책회의에 대해 선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책위에 대한 이 같은 비난 글이나, 모든 폭력시위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프락치’ 논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시위현장에서 프락치들이 남달리 과격한 행동을 하며 일반 시민들의 폭력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시민들이 과격해질수록 경찰은 폭력진압의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 사이에서는 점차 폭력시위로 변질돼가는 모습을 보며 ‘경찰과 정부에 말리고 있는 것’이라고 시민들의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시민들, 폭력시위 선동자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지목...홈페이지 몸살
“대책위 목표가 청와대 진입하는 것인가? 대통령 생각 바꾸는 게 목표 아닌가?”

‘광우병국민대책회의’(대책위) 홈페이지 ‘네티즌 발언대’ 게시판에는 촛불집회가 점차 과격 시위로 변질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우려 속에서 상당수 누리꾼들은 대책위에 대해 ‘과격 시위 선동’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글쓴이 ‘진진진’은 “어제(7일) 확성기 소리를 내는 대책위와 음악을 틀어대는 대책위를 보며 대체 이 사람들이 평화적 시위를 할 마음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주말에는 항상 촛불을 들고 있는데 어제는 정말 추태에 가깝더라”고 시위가 점차 과격해지는 데 대해 부정적 인식을 내비쳤다.

그는 특히, “전경차에 사람이 올라가고 많은 분들이 내려오라 소리쳐도 대책위 스피커는 여전히 폭력경찰 물러가라 구호뿐이더라”며 “차라리 스피커를 꺼라, 참가자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대책위의 주도가 없었던 시위가 훨씬 평화로웠고 즐거웠다”고 대책위를 비판했다.

‘코리아’아 역시 “우리의 자부심은 우리가 순수하고 옳다는 것만이 아니라 평화적 시위였다는 것에 있다. 6월 1일의 시위가 위대했던 점은 그날 우리는 아무런 폭력 없이 광화문을 돌파했었고 그들의 폭력진압에도 비폭력으로 맞섰기 때문”이라며 “이미 일반을 보면 양쪽 다 문제가 있다는 양비론이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 이래서는 곤란하다”고 폭력시위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 10대와 20대가 무섭게 시국에 눈을 뜨고 있다”면서 “설령 지금 우리가 질 수도 있지만 그들의 마음에 민주주의의 씨앗을 심는 심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해야 한다”고 모범적인 기성세대의 모습을 기대했다.

아이디 ‘에아르웬’은 “사람들을 선동해서 어쩌자는 것이냐”면서 “시위 양상이 점점 예전과 달라지고 있는데 사람들에게 비폭력을 권장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대책위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또, ‘maddie’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청와대에 왜 가려 하십니까?’, ‘국민 MT 좋습니다. 하지만 술은 먹지 맙시다’, ‘기물파손은 어지간하면 하지 마십시오’ 등 잘못 진행되고 있는 시위 방법을 지적하면서 “더 이상 비폭력 구호도 나오지 않고 있다. 흥분하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뭉치자”고 성난 민심을 다독였다.

‘한국주권자…’라는 글쓴이는 보다 거세게 “대책위 미친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그동안 힘을 실어준 것은 평화적이고 자발적이어서”라며 “시위대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선동이나 하다니, 사다리로 전경을 치고 각목으로 유리창을 깨고 있는데 방송으로 선동이나 하고 있냐”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모두 해체하라. 실망이다. 아무리 옹호하려고해도 이건 아니다”라며 “대책위의 목표가 시민의 안전도 무시한 채 청와대 진입하는 것인가? 정부와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목표 아니냐”고 촛불집회의 초심을 강조했다.

인터넷에서는 폭력시위 두고 ‘네 탓’ 공방에 ‘프락치’ 논란까지...

이처럼 촛불집회의 성격이 점차 과격해 지는 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 더불어,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참여하다보니 시민들 간에도 불신과 의혹이 싹트기 시작한 분위기다.

누리꾼 ‘야간약사’는 전경차 유리창을 깨고 있는 한 시위대의 헬멧에 ‘정의는 우리편’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는 언론보도 사진을 접하고 “정의라는 단어는 지난 20년간 집회현장에서 들어보지 못한 구호다. 아주 이색적”이라며 “이건 경찰이나 정보부 관련 사람들이나 생각해낼법한 말들이다. 프락치라고 생각된다”고 강하게 의심을 품었다.

또 그는 한 시위대가 망치를 휘둘러 전경차 유리창을 깨고 있는 사진에 대해서도 “폭력사태를 유도하기 위한 진짜 프락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게시판에서는 과격 시위에 대한 네 탓 공방도 펼쳐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글쓴이 ‘lkjj’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를 통해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다름을 강조했다.

그는 “여태까지 촛불집회하고, 가두시위해본 결과 아고라분들과 대책회의는 따로 집회를 하셔야할 것 같다”며 “대책회의는 ‘안전평화시위’를 강조하는 반면 아고라분들은 ‘직접적이고 공격적인시위’를 지향하는 거 같다”고 네 탓 공방에 불을 붙였다.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후원금 사용 내역에 대해 공개하라는 의견도 올라오고 있다.

글쓴이 ‘게으른마당…’은 “후원금 수입금은 통장 스캔하든지 은행사 거래내역 받아서 스캔하던지 하시고 지출금은 영수증 스캔해서 올리시고 상식적으로 하자”며 “회계가 불투명한 조직에 의혹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처럼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비판적 글들이 올라오자 일부 누리꾼 중에는 비판자들에 대한 역비판을 쏟아내놓기도 했다.

글쓴이 ‘김대중’은 “국민대책회의는 지금 전 국민을 위해 힘써 싸우고 있는데 정작 격려는 못할망정 대책회의에 불평이나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촛불 문화제로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국민대책회의에 대해 비난하는 사람, 윽박하는 사람, 불평하는 사람, 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이 심어놓은 프락치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대책회의를 공격해 시민들로부터 불신을 심어주어 결국 이명박이 좋을 대로 되라는 식”이라며 “대책회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돈 받고 고용된자들 같다”고 폭력시위로 변질되는 촛불집회에 대해 자성하는 목소리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