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당내 다수 의원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나섰다. 그가 추진하는 통합이 전당원투표와 전당대회를 통과하여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할 상황이지만, 안 대표로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셈이다. 여기서 통합이 무산된다면 안 대표의 정치생명도 위협받게 된다는 점에서 또 한번의 승부수를 그가 던진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이다. 물론 정치인이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노선을 변경하고 심지어 지지 기반의 교체까지 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과거 YS가 그리했던 역사도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진보층의 지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안 대표가 중도보수지대로 이동하겠다는 결심은 정치인으로서의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사정일 뿐이다. 개인의 사정 때문에 우리 정당정치가 이렇게까지 좌지우지 되는 일은 옳지 않아 보인다.

안 대표의 통합 추진이 갖는 기본적인 문제는 그가 39석의 공당을 사실상 사유화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국민의당에는 결코 보수정당의 일원이 될 수는 없다며 통합에 반대하는 다수의 의원들이 있다. 그들의 반대를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정당을 개인회사 다루듯이 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합당에 관한 결정 권한을 가진 전당대회를 통과의례로 만들기 위해 전당원투표를 실시하는 편법도 볼썽 사납지만, 투표율이 3분의1을 넘어야한다는 당헌 당규까지도 무력화 시키려는 초법적 발상은 정당민주주의의 기본에 대한 부정이라는 우려마저 든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그리고 지난 대선까지도, ‘성찰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의 지지를 받는 정당’을 표방해왔다. 지금 통합에 그렇게 반대하고 있는 의원들도 그런 정당을 하겠다며 안 대표 자신이 손을 내밀어 함께 하게 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의 갈 길이 달라졌다고 해서, 나를 따르든지 아니면 나가려면 나가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정치적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다. 바뀐 것이 자신이라면, 안 대표를 따르는 사람들이 당을 함께 나가서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것이 순리이다. 애당초 국민의당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안 대표에게 노비문서를 쓴 것도 아닐텐데,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마저 포기하도록 통합을 강요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 이는 국민의당의 노선에 관한 문제 이전에 정당정치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나는 일찍이 자신이 이끄는 당을 이렇게까지 뒤흔들어 놓는 당 대표를 본 적이 없다.

안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정국에서 정치를 시작한 이래 우리 정당정치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와 근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등장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와 다당제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데도 그의 공이 컸다. 그런 공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늘 과도한 비판의 대상이 되어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19대 대선에서 패한 이후 안철수 대표는 한국정치에 공(功)보다는 과(過)를 낳는 정치인으로 변해가고 있다. 제보조작 사건에 대한 늦장 사과, 당 안팎의 반대를 무릅쓴 당 대표 출마, 바른정당과의 무리한 통합 추진 등을 거치면서 그는 불통의 모습만을 보이며 우리 정당정치의 기본을 흔들어 놓는 정치인이 되어버리고 있다. 안철수라는 정치인의 짧은 역사는 19대 대선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지는 모습이다. 대선 패배가 자신에게 요구했던 성찰의 시간을 거부한 채 안 대표는 무모한 질주에 나서버렸다. 여기까지 와버린 안철수 정치의 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한때 기대를 걸었던 많은 사람들이 등돌리면서 그에게 묻고 있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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