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원칙 유연하게 적용해야”

국회 정무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을 10일 국회 본관 정무위원장실에서 만나, 한국 금융산업의 문제점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 보았다.[사진=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 국회 정무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을 10일 국회 본관 정무위원장실에서 만나, 한국 금융산업의 문제점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 보았다.[사진=폴리뉴스 이은재 기자]
2018년 새해 벽두부터 금융혁신을 통한 혁신성장이 화두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신년사에서 금융혁신을 강조했다. 균형적인 산업 발전을 통한 경제성장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국 금융산업이 규제의 틀을 벗어나 스스로 자율적인 발전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폴리뉴스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장의 중임을 맡은 김용태 의원을 10일 국회 본관 정무위원장실에서 만나, 한국 금융산업의 문제점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 보았다. <편집자 주>

[폴리뉴스 김형기 기자] 김 위원장은 우선 먼저 "한국 금융산업이 제대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금융 당국이 진행하고 있는 규제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금융산업이 최근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 "한국 금융산업은 지난 10년간 전혀 발전한 것이 없다"고 일침을 가하고, 이를 뜯어 고치기 위해서는 "금융 당국이 근본적으로 금융기관 간 진입규제를 모두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년 간 한국 금융산업은 전혀 발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퇴보했다. 최근 10년간 증권시장도 커지고 주가도 많이 올랐지만, 그건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진 것이지 금융산업이 발전한 것은 아니다. 금융산업이 발전했다는 증거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렇게 된 근본 이유가 규제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핀테크’를 계기로 금융산업이 크게 발전할 거란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별 진전을 보지 못한 것도 여러 규제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처음 시험대에 오른 것이 인터넷전문은행인데, 은산분리 원칙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잃고 있다”고 설명하고, “은산분리는 금과옥조가 아니다. 필요한 경우 유연하게 완화하거나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은 흉내만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무위원장으로서 “현재 정체돼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산업을 잘 발전시키기 위해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활동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금융 당국의 설립 목적은 근본적으로 금융 산업의 발전인데, 발전 방향보다는 규제 방향으로 가고 있어 ‘금융회사의 금융기관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지적하고 “제1금융권, 제2 금융권 등 업무 영역에 대한 ‘진입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CES에 참가한 기업들 중 무려 3분의 1 가량이 중국 기업이다. 중국이 첨단 기업들을 이처럼 키울 수 있었던 근본 배경은 바로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비유하고, “한국도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금융 당국이 진입 규제를 풀어 금융기관화되고 있는 금융회사들을 본래 취지에 맞게 금융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기술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 “기술 금융을 강화해 나간다는 얘기는 이전 정부에서도 여러 번 반복해 나왔던 얘기다. 그러나 말로 한다고 금융이 기술 기업 쪽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기술 금융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금 공급원을 계속 늘리는 방향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 만성적인 자금 수요 초과 국이고,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금융기관들이 담보를 요구하게 된다. 근본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자금 공급 방식을 늘려주고, 자금 공급 쪽이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정부가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몇 억씩 대준다고 기술금융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크라우드 펀딩 제도를 들었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 경우, 자금 공급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정부가 각종 진입 규제를 만들어 놓았다. 그랬더니 자금이 많은 금융회사들은 크라우드 펀딩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활성화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 산업을 또 하나의 산업 발전 관점에서 보고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기업’들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서는 모든 진입 규제를 풀고 현장에서 엄격한 행위 규제를 통해 금융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음은 김용태 정무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 최근 위원장께서는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한국 금융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요.

지난 10년간 한국 금융산업은 전혀 발전하지 못하고 후퇴했습니다. 물론 외형상으로는 주가도 오르고 기업들의 규모가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금융산업이 발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가 커진 것입니다. 금융산업은 대한민국 경제가 크는 것에 대한 완벽한 어부지리를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금융산업의 영향력 증가에 어떤 증거도 저는 찾을 수 없습니다. 그것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규제 때문입니다. 몇 년 전만해도 대한민국 금융을 완벽하게 질적 변화시킬 계기를 잡았다고 모든 언론과 지식인 사회가 얼마나 떠들었습니까. 그게 바로 핀테크 아닙니까. 그러나 정부가 핀테크 관련 대응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나마 첫발 띤 게 인터넷전문은행인데요. 인터넷전문은행도 고색창연한 은산분리 원칙에 막혀서 인터넷 뱅크가 한 발 도약하는 모든 모멘텀을 다 잃어버렸습니다.

- 그럼 위원장께서는 은산분리 완화가 유연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말씀이신지요.

은산분리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폐해를 막는 방안을 찾는다면 그건 당연히 언제든지 유연하게 바꿔야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 은산분리가 금과옥조인 양 아무것도 안되게 하니까 결국 인터넷 은행이라는 게 기술기반뿐 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 중금리 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어서 니즈가 막 터져 나오고 있을 때, 결국 자본확충이 필요할 때 못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그저 흉내만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 위원장께서는 은산분리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시지만, 다른 대다수 의원들은‘은산분리는 지켜져야 한다’ 이런 의견들을 보이시는데.    

지금 CES가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데, 이를 중국 기업들이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럼 중국 기업들이 언제부터 그렇게 전세계에 IT 회사들을 키우고 그런 기술력을 확보했을까요? 바로 규제 없는 풍토 하에서 수없이 많은 모험기업들과 기업들 간의 자유로운 결합, 분리 등을 통해서 이렇게 이루어낸 것입니다. 물론 규제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 아무것도 못하는 겁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대한민국 규제의 양상을 들여다보면 대한민국 규제는 문제가 생기면 입구를 막습니다. 입구를 막다 보니 아무 것도 현장에서 벌어질 수가 없는 겁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규제는 입구를 막는 것이 아니라 그라운드화해서 잘못된 것을 뽑아내고 지적하고 퇴출시키는 방식으로 규제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규제, 특히 금융규제 내용들은 다 행위규제, 근본적인 진입규제에 함몰돼 있는 겁니다. 규제 하나하나에 이유 없는 건 없다니까요. 이유를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산업이 커질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인재의 절반을 금융권이 몰아가는데 이 인재들은 결국 대한민국 내에서만 돈을 버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일을 우리가 계속 방치해야 하겠습니까?             

- 그런 관점에서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가 제도를 잘 만들고 잘 활동을 하도록 정리정돈을 해야 하는데, 금융위나 금감원은 잘하고 있는 겁니까.
  
근본적인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겠지요. 금융위원회는 규제위원회가 아닙니다. 금융위원회를 만든 근본 이유는 대한민국의 금융을,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로, 금융산업을 발전시키자고 만든 겁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그러한 방향을 상실한 채 규제위원회로 대한민국의 금융을 금융회사가 아닌 다시 금융기관으로 되돌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대한민국 금융산업은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어부지리만 누렸을 뿐 자체적인 발전은 없었다는 점을 우리가 뼈아프게 인정하고, 어떻게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발전시켜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세계 금융회사들과 경쟁해서 제2의 삼성전자로 재탄생할 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볼 때라고 생각합니다.

-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독특하게도 기술 금융을 강조했는데, 금융위원장이 그렇게 기술금융을 강조하고 그런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술금융은 이미 전 정부, 전전 정부에서도 똑같이 이야기 했습니다. 기술금융 자체도 단지 그것은 정책방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현장에서는 규제 이상의 압박을 느낍니다. 중요한 건 풀어야지요. 다만 일방적으로 금융회사에 모든 걸 맡겨놓는다면 땅 짚고 헤엄치기, 땅 짚고 헤엄치기가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크기 때문에 당연히 담보 잡는 형태의 금융 밖에 일어날 수 없죠. 이 문제를 푸는 방식은 현장에서 기술금융 하라고 백날 정책 지도해도 안 된다는 겁니다. 이 문제를 푸는 유일한 방법은 수요와 공급을 맞추거나, 공급이 넘치도록 판을 바꾸는 것입니다. 즉 진입규제를 바꾸는 것입니다. 그것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크라우드 펀딩이나 인터넷은행 같은 겁니다. 새로운 형태의 자본이 공급되는 소스를 계속 만들어 낸다면 당연히 여러 모험 기업들이나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다양한 형태의 자금을 조달해서 자기들이 일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자금 수요초과 국가 구조이다 보니까 금융회사들이 금융기관화되고 갑 중의 갑으로 행사하게 되고 그 갑 중의 갑 금융기관들을 다시금 아까 그 규제를 통해서 금융위나 금감원이 지도, 통제하는 형식이 계속 챗바퀴 돌 듯이 돌아간다는 거죠.

-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어디에 있나요.
 
대한민국은 자금수요 초과국가이다 보니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돈 빌리러 오는 사람이 많으니까 당연히 선별을 하게 되는데, 선별을 할 때 기술이 좋거나 장래성이 좋은 기준으로 선별하기 보다는 담보 넣을 수 있냐, 꺾기, 끼워팔기 등을 감수 할 사람들 선택하는 겁니다. 그러니 거기에 어떤 기술 창업이 가능하고 젊은이들의 창의적인 발상을 가진 기업이 가능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문제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없으면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구요. 이런 부분을 정부가 정책금융 차원에서 청년들에게 창업 자금으로 1억, 3억씩 대준다? 어림없습니다. 지원금, 보조금 형태의 자본 공급이 아니라, 자본 공급의 경쟁이 벌어져서 자기들 입장에서는 담보를 잡는 방식이 아니라 이 친구들의 기술을 샀을 때, 우리가 자본을 충분히 기업 회생기간을 지날 수 있는 동안 공급을 해준다면 대박이 날 것이다.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을 때, 바로 그런 기업들이 크고, 그런 금융에 투자했던 금융회사들이 크는 겁니다.    

- 지금 인터넷은행은 정체돼 있는 겁니까.

지금 전혀 커지지 않고 있죠. 세상 모든 것이 모멘텀이 있는 것입니다. 모멘텀을 놓치면 아무것도 못하고, 이 모멘텀을 잃었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크라우드 펀딩 같은 겁니다. 크라우드 펀딩 할 때 당연히 이와 관련된 규제를 이야기 했던 사람들이 있고 이 사람들 이야기는 일리가 있습니다. 이걸 하다 보면 사기꾼들이 나타나고 이 사기꾼들에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국민 뿐이다. 그래서 이를 엄격하게 행위규제뿐만 아니라 진입규제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서 그렇게 법을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법을 만들어 놨더니 아무도 안 들어오는 겁니다. 저기 가면 시어머니만 많고 할 일만 많고 돈도 안 벌린다. 누가 들어오겠습니까. 아예 시장 자체가 죽은 거죠. 우리는 이런 예를 숱하게 봐 왔습니다. 산업, 나라 입장에서는 원통할 노릇이지만 정부나 관료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습니다. 그렇게 지나오는 겁니다.

- 규제를 어느 정도로 없애야 하는 겁니까.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이데올로기 문제입니다. 참 답답하죠. 중국은 공산당인데도 모든 규제를 푸는데, 우리의 소위 진보라는 사람은 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근본적인 철학의 문제입니다. 금융을 산업 관점으로 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키워나갈 것이냐 아니면 금융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돈이기 때문에 어떻게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것이냐 이 양자의 균형점을 찾는다고 하는 좋은 얘기들은 있지만 그런 거에는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금융위원회의 가장 큰 핵심은 진입규제와 행위규제를 최대한 풀되, 그라운드에서 엉망으로 하는 이런 플레이어들을 적발하고 처벌하는 데 최대한 노력하는 것.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입구에 틀어막아서 들어오는 사람 신분증 검사하고 누군 들여보내고 안 들여보내고 하면 훨씬 편하죠. 그런데 어마어마하게 넓은 그라운드에서 나쁜 짓 하는 놈들 찾아내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거 하기 싫은 거에요.
더 한심한 것은 여전히 대한민국 금융은 칸막이가 처져 있어서. 칸막이 처져 있는 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맨날 금융의 융합이라고 하는데 대한민국은 협회 별로 은행연합회, 보험협회, 여신전문협회, 저축은행, 금융투자협회 등 다 이렇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 영역 별로 나뉘어져서 이 안에서만 돈 벌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나마 푼 것이 이명박 정부 때 금융지주회사를 해서 지주회사 밑에 계열사들이 영역을 할 수 있도록. 이제 그런 것은 필요 없습니다. 보험회사가 뭘 못하겠습니까. 다만 아까 얘기한대로 어떠한 선을 넘었을 때는 CEO가 감옥 갈 수 있다,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의 현장에서의 행위규제를 강력하게 하는 그런 행위규제를 이제는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냥 덮어놓고 진입규제 하는 방식으로는 여전히 하세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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