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가 생각해야할 도덕적 의무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당의 분당이 임박해가는 가운데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대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한 출당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 가운데 통합에 반대하는 의원은 박주현, 이상돈, 장정숙 의원을 비롯하여 3~4명 가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통합반대파 측에서는 만약 전당대회에서 합당이 의결될 경우 안철수 대표가 이들 의원들을 출당시킴으로써 자신들이 만드는 신당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안 대표는 비례대표 의원은 개인역량이라기보다 정당의 자산이라며 그같은 요구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안 대표가 이들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한 출당을 고려하지 않고 굳이 통합에 끌고 가려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이들이 탈당하여 제4신당에 합류할 경우 당장 국민의당 내부에서의 숫자 싸움에서 밀릴 위험이 커진다. 현재까지 통합반대파가 추진하는 개혁신당에 이름을 올린 의원이 18명인데, 만약 이들의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해지면 탈당 의원 숫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자칫 통합에 참여하는 의원 보다 탈당하는 의원이 많아져 마이너스 통합이 현실화될 우려가 클 것이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국민-바른 통합신당을 만들었는데 다시 제4 교섭단체가 등장한다면 통합신당의 효과도 반감될 수 밖에 없음을 우려할 것이다. 그래서 여러 비판이 확산됨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강제로라도 끌고 가려는 것이 안 대표 측의 의중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사리에 맞지 않는 처사이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낳는 문제들에 대한 귀책사유는 안 대표 자신에게 있다. 당초 국민의당을 함께 만들 때 합의했던 정체성에서 벗어나 보수정당화의 길로 입장을 바꾼 것은 안 대표이지 그들 비례대표 의원이 아니다. 물론 안 대표 개인으로서는 통합만이 유일한 활로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살 길을 도모한다 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책임은 자신이 지고 해결하는 것이 정치적 도리이다. 갑자기 당의 정체성을 바꾸고는, 싫다는 의원들을 억지로 끌고 가겠다는 모습은 상식에 어긋난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자신의 양심과 정치적 소신에 따라 정치를 하는 헌법기관이다. 자기의 정치적 양심을 배반하는 곳으로 강제로 끌려가 정치를 해야 하는 인질이 아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가울 것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바른정당이 만들어질 때 자유한국당이 끝내 출당시켜주지 않아 인질 신세가 되어야 했던 김현아 의원에 대한 여론의 응원을 생각해보면 될 일이다. 오죽하면 통합의 파트너인 유승민 대표까지도 정치인은 정치적인 의사를 존중하는 게 맞다며 이들에 대한 출당 조치를 안 대표에게 권유했겠는가. 

성경에 황금률’(the golden rule)이라는 것이 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성구로 표현된다. 황금률과 유사한 정신은 많은 현인들에 의해 강조되었다. 공자는 <논어>에서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행하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고 했다. 칸트는 다른 사람을 한낱 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격하시킬 수 없다는 준칙을 말하며 타인에 대한 존경의 의무를 강조했다. 

과거 새정치연합에 있다가 정체성이 맞지 않아 탈당을 해서 신당을 만들었던 경험을 안철수 대표는 갖고 있다. 그로서는 견딜 수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정치인에게 당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몸으로 겪었을 안 대표이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자신은 원치 않았던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강요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타인의 정체성을 유린하겠다는 것은 폭력이다. 나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소중하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도 소중한 법이다. 숫자 싸움에 갇혀 그같은 윤리적·도덕적 의무를 떠올릴 수 없다면정치리더로서의 자격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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