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안보-통상 분리론…자유한국당, 경제 위기론 ‘불지피기’

[폴리뉴스 조규희 기자]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평창올림픽을 매개로 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호재로 이어가려는 여당과 GM 군산 공장 철수, 철강 관세 인상 등 미국발 경제위기를 부각시키려는 야당의 공세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서 지방선거 압승을 자신하는 여당과 대미 통상압박의 원인을 정부와 여당으로 돌리는 야당 간 팽팽한 줄다리기는 이미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한반도 평화 분위기 ‘가즈아’…자유한국당, ‘비핵화’가 ‘대전제’ 돼야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며 정상회담이 시기상조임을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한반도 긴장이 완화됐으며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완성됐다”고 자평했다. 특히 “남북 단일팀, 공동입장, 공동응원 등이 전 세계인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며, “남북 대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더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역시 “평창올림픽의 평화무드를 조속한 북미대화로 이어가야 한다”라며 올림픽으로 형성된 평화 분위기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화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북한과 대화가 열려 있다고 말했으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이제는 북한이 화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평창올림픽에서 시작된 평화 무드를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나갈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적극 이어가고 있다. 지난 18일 뮌헨안보회의 기조발언을 통해 “평창올림픽은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튼 역사적 사건”이라 평하고, “올림픽 이후 남북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면에서 평창올림픽이 큰 의미를 갖는 점은 분명하지만, 정부의 조심스러운 자세에 대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 18일 자유한국당은 허성우 수석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문 정부는 평창올림픽 폐회 이후 북핵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이제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핵 폐기 없는 남북정상회담은 알맹이 없는 쭉정이로 밥을 짓겠다는 의미”라며, “정부는 김여정 방남 기간 동안 핵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못하고 저자세로 일관했다”라며 비판했다.

이어 “핵 폐기 없이 평화를 운운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라고 강조하고,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원칙 없는 대북 정책은 백두혈통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할 뿐”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대북압박·제재라는 국제사회 기조와 문 정부의 대북정책이 서로 상반되는 방향이 아닌지 의심된다”라며 우려했다.

문 대통령, “안보와 통상은 별개, 불합리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적극 대응할 것”
한국GM이 군산 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문 대통령과 여당은 큰 시련을 맞게 됐다. 비단 GM 사태뿐만 아니라 철강, 전자, 태양광, 세탁기 등 주요 수출 품목으로 미국의 규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3일(미국 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FTA는 아주 나쁜 거래였다. 그 협정은 재앙이다. 재협상을 하고 있지만 성과가 없으면 폐기할 것”이라며, 한미 양국 무역이 불공정하다고 쏘아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업체의 철강 덤핑에 의해 미국 철강 업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참석자의 발언에 “그 일자리가 모두 한국으로 갔냐”고 되묻기도 했고, “미국은 더 이상 TV 세트를 만들지 않는다. 대부분 한국에서 제조되고 있는 만큼 한국에 상호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폐쇄가 결정된 GM 군산 공장의 한적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 폐쇄가 결정된 GM 군산 공장의 한적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어 “GM이 한국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미국 디트로이트로 공장을 이전할 것”이라며, “이는 내 감세 정책 덕분”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이어서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건 없다. 정말 불공정하다”라며 불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FTA가 미국에 불리한 협정이며, 폐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상 갑작스런 한미FTA 폐기가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특히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고 있지만 돌아오는 건 없다”라는 언급은 문 대통령의 “안보와 통상 분리”라는 의중과 전혀 상반되고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현 상황을 강경하게 뚫고 나간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개최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하고, 한미FTA 위반 여부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한미FTA가 최상위 법인데, 미국은 연방법을 우선한다. 법체계가 공정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안보와 통상의 분리는 문 대통령의 오래된 생각”이라며 한미 통상압박에 대한 강경 조치가 안보에 불리한 상황을 초래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군산GM공장 폐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참여해 군산경제 활성화 TF를 구성하고, 군산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 “철강, 전자, 태양광, 세탁기 등 우리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미국의 규제 확대로 수출 전선 이상이 우려된다”라며 “정부는 수출에 미칠 악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종합적 대책을 강구하라”고 당부했다.

한국당, “미국 통상압력 원인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청와대의 이 같은 노력에도 한국당은 미국의 통상압력의 원인이 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자유한국당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 ▲한국 기계 부품에 최대 45% 관세 부과 ▲세탁기 등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 ▲TV에 대한 보복관세 예고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미 수출품에 대한 제재 검토 ▲한국 GM 철수 문제에 이어 ▲철강 관세 폭탄까지 예고된 상황”이라며 “특히 철강 제재는 미국의 주요 12개 우방국 중 우리나라만 포함된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미국의 정확한 의도와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지둥 대고 있다는 점”이라며, “친북, 친중으로 치우친 대한민국의 ‘쏠림 외교’가 낳은 ‘나비효과’라는 것을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데, 정부와 여당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정부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미국의 동맹국 중 한국만 철강 무역제재를 받은 점이 포괄동맹의 균열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라며 “문재인 정권 들어 전통적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통상분야에서 균열의 조짐을 보이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GM 군산공장 폐쇄에 대해서도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한국GM 자체가 철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라며 “‘코리아엑소더스’가 시작된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미국의 통상압박과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와 ‘한반도 평화론’에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여당과 야당은 각 이슈에 대한 유‧불리를 따져 6‧13 지방선거 필승을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할 것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 바람이나 미국의 통상압박이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면을 고려하면 본 이슈가 선거에 미칠 파장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