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대통령 MB, 하지만 기반인 영남 60%는 불자

불교계의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항의가 거세지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와 영남 불심 사이에 끼어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든 지지세력들은 기독교 단체와 영남이었다. 기독교는 이 대통령이 장로이기 때문에 종교적 신념으로 도와준 것이었고 영남은 한나라당 텃밭이기 때문에 한나라당 후보로 도와준 셈이다.

하지만 취임 이후 이 대통령은 영남 대통령이 아닌 기독교 대통령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행사해왔다.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이 ‘고소영’ 정부에서부터 점차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어청수 경찰청장의 지관스님 검문검색으로 극대화됐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는 불교계가 오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불교계는 이런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한나라당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영남 기반이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

영남 지역의 경우 전체 종교인구의 60% 이상이 불자이다. 최근 영남 불심의 향배가 심상치 않다. 결국 이 대통령은 기독교 대통령을 표방하면서 영남 기반이 흔들린 셈이다.

이에 이 대통령으로서는 현재 기독교와 영남 불심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인 셈이다. 취임 초기에는 당장의 선거가 없었기 때문에 기독교 대통령 표방도 큰 상관은 없었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를 1년 반도 채 안 남긴 상황에서 영남 표심 특히 영남 불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대통령이 영남 불심을 잠재우지 못해 영남 표심이 흔들릴 경우 영남에서 역풍을 맞이할 수 있게 되고 자칫하면 무소속 돌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수도권 규제 완화를 놓고 한나라당 소속 지자체장이 이명박 정부를 향해 극렬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남 불심을 잡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대패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불교계의 편을 들자니 기독교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종교적 신념이 있기에 쉽게 편을 들 수 없는 상황이다.

이명박, 9일 불교 사태 유감 표명

이 대통령이 종교편향 논란에 대해 불교계에게 깊은 유감 표명을 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약속하기로 했다.

9일 이 대통령은 오전 국무회의와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유감 표명을 할 것으로 청와대 핵심관계자들은 8일 밝혔다.

또한 국무회의에서 공무원의 종교편향 활동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무원 복무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 처리키로 했다.

이번 복무규정에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종교에 따른 차별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무회의는 원래 한승수 총리 주재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추석 이전 불교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유감 표명을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하지만 불교계가 주장하고 있는 ‘종교편향금지법’ 제정이나 ‘공직자윤리법’ 개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어청수 경찰청장 사퇴와 수배자 해제 등 불교계의 핵심 요구에 대해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으로 불교계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계사 내에서 농성중인 촛불시위 수배자 면책의 경우 정부가 향후 사법처리 과정에서 최대한 선처한다는 정도에서 마무리 짓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 사태로 영남 민심 동요

이 대통령으로서는 영남 민심을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영남의 경우 전체 종교인구 중 60%가 불교신자란 점 때문.

조계사 사설실 김영구 특보는 8일 < 폴리뉴스 >와의 통화에서 “영남 전체 종교 인구 중 60%, 특히 부산은 70%가 불교신자”라고 밝혔다.

즉, 영남 인구의 절반 이상이 불교신자란 것.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에 대해 다른 지역보다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영남지역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인물들 중 대다수가 불교 신자였다는 후문이 돌고 있다. 영남에서 불교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이번 종교 편향 사태로 인해 영남 민심이 이명박 정부로부터 상당히 돌아섰다. 지난달 27일 리얼미터가 조사한 결과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성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이 59.3%로 나타났는데 지역별로는 인천/경기(62.8%>24.3%) 응답자가 그러한 의견이 가장 많았고, 서울(60.5%>36.7%) 및 부산/경남(60.5%>30.3%), 전북(60.0%>32.4%) 순으로 조사됐다. 즉, 영남이 평균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4일 리얼미터가 조사한 이 대통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전주 대비 1.6%p 하락한 27.5%를 기록했는데 부산/경남(▼15.3%p)과 대구/경북(▼8.3%p) 지역에서 지지율 낙폭이 컸다.

이는 결국 영남에 불교신자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이 이 대통령의 종교편향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 10일 범불교대회 개최 위한 범불교 지도자회의 개최

결국 이런 불만이 현실화 됐다. 지난달 27일 범불교대회에 이어 지역별로는 첫 범불교대회가 대구·경북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0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종단협 회장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가 지역별 범불교대회의 첫 행사로 대구경북지역 대회 봉행 준비를 위한 대구 경북 범불교지도자회의를 대구 동화사에서 개최키로 했다.

지역별 범불교대회 중 대구·경북이 첫 번째로 이뤄지는 것에는 영남 불심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결국 지역별 첫 실력행사를 대구에서 시작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수 기독교단체, 종교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어청수 경질 반대

하지만 보수 기독교단체와 보수단체 역시 불교계에 사과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만약 불교계에 사과할 경우 제2 촛불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것. 따라서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보수성향의 기독교 신도와 목사 1천여 명으로 구성된 ‘대통령을 위한 기도 시민연대’는 지난 7일 ‘어청수 경찰청장 경질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연대는 “조계사에 범법자들이 있는데, 총무원장 지관 스님이 탄 승용차를 검문하지 말라는 것은 종교권력의 남용”이라며 “몇 년 전 비슷한 상황에서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도 명동성당을 드나들 때 검문을 받았지만, 아무런 개인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어 청장의 경찰복음화 포스터에 대해서도 관행일 뿐 종교 편향을 운운할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부터 때부터 경찰 복음성회를 알리는 표지에 경찰청장 얼굴이 게시되는 것은 관행”이라며 “전 정부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일인데 대통령이 기독교 장로라는 이유 때문에 문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5일 성명에서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개신교계 보수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일부 정치권에서 발의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종교차별금지법’(가칭) 제정시도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표 엄신형 목사는 “종교차별금지법이 종교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고, 자칫 자칫 종교간 갈등을 초래할 염려가 있다”면서 “일부 정치권에서 발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종교차별금지법 제정 시도를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임원회는 헌법정신을 유지하고, 종교간 평화유지를 위하여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시도를 반대하기로 결의했다. 정치권은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종교차별금지법의 발의 논의와 입법시도를 신중히 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명박,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결국 불교계 특히 영남 불심과 보수 기독교 사이에서 이 대통령은 난감한 처지가 됐다. 만약 보수 기독교의 손을 들어준다면 한나라당의 텃밭이자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영남 불심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남 불심에 손을 들어준다면 보수 기독교 단체가 이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보수 기독교와 영남 불심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장로가 아닌 정치인의 입장에서도 보수 기독교 역시 무시 못할 세력이다.

이 대통령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서울의 경우 강남과 양천 벨트는 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서울 기반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은 주로 불교보다 기독교가 많은 편이다. 특히 보수 성향의 기독교인들이 많기 때문에 보수 기독교의 목소리도 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영남 불심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영남 불심을 자극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영남 친박 인사들의 행보 역시 심상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탓인지 이 대통령의 최근 언행을 살펴보면 상당한 고심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김형오 국회의장, 이윤성 문희상 국회부의장과의 만찬에서 “나는 원래 불교와 매우 가까운 사람으로, 불교계에 친구도 많다”며 “오해가 풀리고 진정성이 전달되면 서로 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뉴라이트 회원들과의 만찬에서 이 대통령은 무엇을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김진홍 목사는 최근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뉴라이트 회원 290명과의 만찬 자리에서 대화했던 내용을 전했다.

당시 김 목사가 이 대통령에게 “불교에서 마음이 불편한 것 같은데 풀어야 되지 않겠냐”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무엇을 사과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입장에서 당혹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대통령이 동네 구장도 아니고, 자꾸 사과하면 어떻게 하겠냐”면서 이 대통령을 옹호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은 보수 기독단체와 영남 불심 사이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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