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유근모 기자] 드루킹 사건은 ‘언론기사 유통’ ‘댓글’ ‘실시간 검색어’라는, 포털의 주요 세일즈 항목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이 여실이 드러난 사건이다. 또한, 우리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 지능화 된 시스템을 통해 여론이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 대표 포털 네이버가 있다.

네이버는 전 세계에서 댓글 활성화를 가장 잘 시키는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검색어와 댓글에 실시간으로 순위를 매겨 경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기사 분류별로 댓글이 많이 달린 순위를 낸다. 연령별, 성별로 댓글이 많이 달리는 기사의 순위도 매긴다. 이렇게 형성된 '댓글 놀이터'에서 댓글이 댓글을 낳고, 다시 그 댓글에 공감 순위를 매겨 시시각각 여론을 형성한다.

통계에 따르면 하루 11만4000명이 네이버에 31만 개의 댓글을 단다고 알려져 있다. 네이버는 이런 댓글 시스템을 기사뿐만 아니라 자사가 운영하는 카페, 지식인, 블로그 등에도 적용시켰다. 때문에 언론이 아닌 포털이지만 여론 형성 측면에서 보면 어느 언론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영국 로이터통신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자들의 포털 뉴스 의존 비율이 한국 77%, 일본 63%, 프랑스 36%, 독일 30%, 미국 23%, 영국 15% 순으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높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이 드루킹 사건에서 보듯 쉽게 조작되고, 유포되어 조작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드루킹 사건은 김경수 의원, 더불어민주당, 청와대 등의 연류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전으로 시선을 돌려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MB와 국정원 등 행위, 주체, 의도만 다를 뿐, '공정한 사이버 공론장의 훼손'이라는 본질적 문제는 이전에도 존재해 왔다.

이런 문제는 비단 정치인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 모든 이들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판매자가 고객을 가장해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에 글을 작성해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고, 뉴스 서비스의 댓글도 ‘댓글 알바’가 작성하기도 한다. 이번 드루킹 사건처럼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추천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조작도 가능하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제품을 홍보하는 기업, 각종 문화 콘텐츠나 연예인, 심지어 음식점들까지…, 대한민국에서 소비되는 콘텐츠의 거의 대부분은 댓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댓글조작을 통해 부정한 이득을 취하거나, 악성댓글에 대응하지 못해 자살하는 극단적인 폐해도 발생한다.

이쯤 되면 네이버의 자정장치가 필요할 듯하다.

하지만 언론사가 아닌 포털 기업 네이버는 여전히 원칙만을 고수하며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네이버 이용약관에는 ‘책임 제한’(21조) 항목에서 ‘회사는 회원이 서비스와 관련하여 게재한 정보, 자료, 사실의 신뢰도, 정확성 등의 내용에 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회사는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 이용과 관련하여 관련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네이버는 여러 언론의 기사를 언론사 사이트에 가지 않고 포털 안에서 댓글을 달 수 있는 '인링크 방식'으로 제공한다. 또한, 기사 개수에 상관없이 30개까지 댓글을 달 수 있고, 특정기사에 댓글을 모으는 것도 가능하다. 자사 사이트에 오래 머물러야 수익이 발생하는 네이버와 달리 검색엔진을 통해 수익을 얻는 구글이 기사를 검색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웃링크 방식'을 취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네이버와 같은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는 야후가 오남용을 막기 위해 한 개의 기사에 한 개의 댓글만 달 수 있도록 규제한 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포털의 댓글을 없애자는 주장이 국회에서도 제기되며 다양한 입법안이 나오고 있다.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작업을 막기 위한 이른바 ‘매크로 방지법’(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대여·도용한 타인의 개인정보로 여론조작 등 부정한 목적으로 게시판에 댓글을 쓰는 행위를 금지하는 ‘드루킹 방지법’(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발의), 누리꾼이 실명을 밝히고 댓글을 달게 하는 ‘댓글 실명제’(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발의) 등이다.

세계 각국 언론들도 악성 댓글에 대처하고 있다. CNN과 블룸버그 같은 언론은 댓글을 폐쇄하고 SNS로만 댓글을 달 수 있게 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댓글을 올린 5분 뒤부터는 수정과 삭제를 못하게 조정해 댓글을 단 사람의 책임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즈는 전체 10% 기사에만 댓글을 달 수 있도록 제안하고 그것도 편집자가 검토 뒤 노출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정답은 무엇인지, 우리 실정에 맞는 해결책이 무엇인지 중지를 모아야겠지만, 사회 곳곳에서 왜곡된 포털의 댓글 시스템에 대해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제 네이버의 진지한 답변이 필요할 때다.

아니, 집단적 지성을 세계 만방에 떨친 대한민국 촛불시민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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