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철 회계사 “R&D 비용, 요건 충족 시 무형자산 인정”

최병철 회계사
▲ 최병철 회계사
[폴리뉴스 이해선 기자] 최근 금감원이 제약·바이오 10개사를 선정해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회계처리 특별감리에 나서며 그간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온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회계처리를 두고 고심에 빠져있다.
 
회수된다는 보장이 없는 R&D 비용의 경우 자산이 아닌 비용 처리를 해야 한다는 금감원과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업계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병철 회계사를 만나 제약·바이오 업계의 회계처리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R&D 비용의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무형자산으로 처리 할 때와 비용으로 처리 할 때 회사의 이익률은 크게 달라집니다.”
 
최병철 회계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약바이오업계의 회계처리 논란의 배경을 이와 같이 말했다.
 
R&D 비용을 무형자산에서 비용으로 돌리게 되면 영업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서는 기업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금감원의 강경한 태도에 회계법인이 기존보다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한 결과 차바이오텍은 지난달 실적 정정 공시에서 2017년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8억8000만 원의 적자로 정정했다. 
 
제넥신은 지난해 적자 규모를 64억 원에서 269억 원으로 수정했고 바이로메드도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적자폭이 29억 원에서 69억 원으로 커졌다. 
 
기술특례 상장이 아닌 차바이오텍의 경우 이번 결과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되며 ‘관리종목’으로 지정,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최 회계사는 한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IFRS 회계기준)에서 R&D 비용은 요건이 충족될 시 회사 임의로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IFRS 회계기준은 규정이 아닌 원칙 중심인 만큼 ▲기술적 실현 가능성 ▲기업의 완성 의도 ▲사용 또는 판매가능성 ▲미래 경제적 효익의 유입가능성 ▲완료시키는 데 필요한 자원의 유무 ▲투자금액의 측정가능성 총 6가지가 충족될 시 사내 재무담당자가 그 원칙에 준거해서 비용으로 인식할지 자산으로 인식할지를 정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 무형자산 처리를 한 것이 다시 비용 처리로 정정되는 등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절대적인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R&D 비용의 경우 금융상품이나 토지와 같이 명확한 권리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상대적인 평가가 실시된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오기업의 R&D 비용의 경우 프로젝트에 따라 무형자산과 비용의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며 “특히 신약과 바이오시밀러를 비교해 보더라도 기술적 실현 가능성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순히 임상단계로 자산처리 요건을 구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병철 회계사는 R&D 비용의 자산처리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매번 거론되는 셀트리온의 경우 신약 개발사에 비해 자산처리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인 셀트리온의 경우 신약보다는 기술 실현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충분한 자금력이 있으므로 무형자산의 요건이 충족된다.
 
또한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고 성공했을 시 얻을 수 있는 매출규모의 측정이 가능한 만큼 이를 무형자산으로 잡는 것에 무리가 없다는 게 최 회계사의 설명이다.
 
그는 바이오 기업의 회계감리 논란으로 혼란을 겪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R&D 비용의 무형자산 비중이 높다고 회계비리가 있다고 우려 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투자의 안전성을 높이려면 해당 기업의 미래 가치인 파이프라인만 보지 말고 현재 창출되는 현금가치도 봐야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신약개발 성공 기대감에 단기간 급등했던 주식이 승인이 반려되며 한 순간 폭락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는 만큼 진행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 외에도 기존의 캐시카우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일 수 있다는 것.    
 
아울러 급등주를 노리기 보다는 투자할 기업에 대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이 5%에 불과한 만큼 실패할 가능성도 염두해 두어야 큰 실패를 막을 수 있다”며 “투자에 앞서 기업을 분석하고 적정한 가치에 대한 판단과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회계사 최병철은?
연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회계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하며 회계감사, 컨설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현재 파인트리컨설팅 대표이사로 기업진단, 지배구조개편, 재무분석분석, 사업타당성분석, 기업가치평가, 원가분석, 원가관리회계, 회계감사 등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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