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폭망해야 보수 살길 열린다

‘미투 운동’, ‘김기식 금감원장 낙마’,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 ‘청와대 전 행정관 폭행 사건’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악재 연속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중이다. ‘잔 펀치에 장사 없다’는 말은 최소한 현 집권여당에는 예외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60%대 후반에서 70%초반을 왔다갔다하고 있다. 야당에서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말할 정도다. 대통령의 인기가 좋으니 당의 인기도 높다. 집권한지 1년이 다 됐지만 50%대 정당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20% 박스권에 갇혀 옴짝달짝도 못하고 있다. 원내의석수 116석이고 원내 제1야당으로 부끄러운 수치다.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정의당에도 못 미치고 있다. 홍준표 당대표나 유승민 공동대표 모두 ‘면’이 서질 않는다.

오죽하면 집권 여당에서 공공연히 ‘홍준표 당 대표가 물러나면 안된다’, ‘더할 나위없는 정당 체제다’라고 조롱도 보내고 자화자찬도 할 정도다. 문제는 홍준표 당 대표다. 여론이란 게 바람과 같다고 하지만 1년 동안 바람이 지속된다면 원인을 찾고 해법을 내놓아야한다. 하지만 홍 대표는 ‘여론조작’이라고 의심을 보내고 있다.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처럼 대통령 지지율, 정당 지지율, 지방선거 출마 후보 가상 대결 지지율이 모두 ‘조작’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선거는 가능성의 게임이지만 선거운동은 가능성 가지고는 안된다. 확실한 팩트가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상대방의 실책을 득점화’하려는 얕은 속셈으로는 보수의 미래는 암울하다. 오히려 한국당내에서조차 ‘보수 폭망론’, ‘보수 폐허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망해 잿더미속에서 다시 보수가 재편돼야한다는 자조섞인 주장도 있다. 한국당은 집권 여당시절 10년 가까이 친이, 친박으로 나뉘어 계파싸움에 몰두했다. 한마디로 ‘적과의 동침’생활을 해왔다. 적과의 동침 결과는 ‘인물부재’, ‘정책실종’, ‘책임감 부재’로 이어졌고 결국 한국당 출신 두 전직 대통령이 모두 철창신세를 지고 있다.

한국당이 이렇게 망가진 것은 지난 세 번의 보복성 공천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정권 시절에는 친이계가 친박계 대학살을, 2012년 박근혜정권 시절에는 친박계가 친이계 대학살을 통해 자기 사람들을 무더기로 공천했다.

공천의 최우선 기준은 누구 사람이냐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권 말기에 치러진 2016년 총선은 하이라이트였다. 듣도보도 못한 '이상한' 상향식 공천으로 친박 기득권을 지켜주거나 진박(眞朴)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채웠다. 현재 의원 116명 중 3분의 2쯤이 해당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큰 인물이 남아 있을 리 없다. 권력다툼에 눈이 멀어 정책은 뒷전이 됐다. 혹자는 2016년 총선 때 한국당이 제대로 공천만 했으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보수의 지리멸렬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바꿔 말하면 그때 한국당이 폭망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 있다.

결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 일각에서 나오는 ‘보수폐허론=보수 재건론’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시기도 늦었지만 당 대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홍 대표가 오히려 보수의 재건을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6개 광역단체장을 수성하지 못 할 경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하지만 물러나겠다고 말하면서도 당내 일부 중진들이 ‘홍준표 2선 후퇴론’을 주장하자 다음 총선에서 반홍 인사들에 대해 ‘험지출마론’으로 맞서고 있다. 당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심산이다. 또한 ‘조기전당대회’ 카드도 내놓았다. 지방선거 결과 6석 이상 얻을 경우 당연히 대표직을 유지하지만 안될 경우에는 ‘재신임’을 묻는 조기전당대회를 개최해 연임을 하겠다는 속셈이다.

홍 대표 입장에서는 ‘보수폐허론’은 패배주의적 사고로 받아들이면서 정면 돌파를 선택한 셈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당 안팎에서 ‘보수 폭망론’을 주장하는 인사들의 걱정은 따로 있다. 남북미 정상회담속에서 여권 호재가 자칫 보수층 결집현상을 낳아 홍 대표가 공언한대로 광역단체장 6곳 이상을 한국당이 가져가는 경우다. 이럴 경우 ‘보수 폐허론=보수 재편론’은 향후 10년 이상 더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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