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반대에도 상식은 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낳았다는 국내외의 평가를 받고 있다. 남북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확인되었고, 올해 안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까지 합의되었다. 이러한 합의가 이행된다면 한반도는 전쟁위기에서 벗어나 평화의 새 시대를 맞게 될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까지도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며 이번 합의를 극찬했다. 그날 생중계를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벅찬 감동 속에서, 앞으로 성큼 다가올 평화의 시대를 맞을 기쁨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도 여야 불문하고 4.27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에 대해 환영하며 기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전쟁위기에 처했던 한반도 상황을 돌아보면 민족의 평화를 맞는 안도감에 여야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비판의 날을 세우는 정당이 있으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은 회담 당일부터 연일 비판과 반대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선봉에는 홍준표 대표가 있다. 홍 대표는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당일, “결국 김정은과 문재인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평화쇼에 불과했다”고 폄하하며, “북핵 폐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 적은 게 남북정상회담 발표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28일에는 “이번 남북 공동선언은 이전의 남북 선언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조차 명기하지 못한 말의 성찬에 불과하다”며 “문정권의 외눈박이 외교를 국민과 함께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의 비판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져 29일에는 “언젠가 심판의 날이 올 것이다. 부화뇌동하던 가짜세력들이 정리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말까지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가히 가짜들이 판치는 괴벨스 공화국이 되었다는 느낌”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자유한국당은 남북 합의내용에 대한 국회 비준도 거부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남북합의의 국회 비준에 대해 제1야당이 끝내 반대할 경우 표결처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남북관계에 관한 초당적인 협력이 무산되는 광경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될 것이 우려된다. 물론 과거에도 대북정책에 관해 여야가 입장 차이를 드러낸 것은 흔히 있던 일이지만, 지금은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판단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 혹여 잘못된 신호를 발신하지 않을까 경계된다.

야당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보수정당이 보수적인 대북정책을 펴는 것도 이해는 할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야당 입장에서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등 정국현안이 파묻히고 문재인정부가 주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6.13 지방선거가 치러지게 될 것을 우려할 법하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느냐 여부는 민족이 죽고 사는 문제라는 점에서 자유한국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야당의 반대도 국민적 상식의 범주 내에서 이루어져야 존중받고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자유한국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시대환경의 변화를 읽지 못한채 과거 시대에 갇혀있는 극우적인 이념정당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그런 낡고 낡은 모습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고, 결국 스스로 고립의 길을 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언제부터인가 홍준표 대표는 나치의 선동가 괴벨스의 이름을 자주 꺼낸다. 이번에도 “대한민국은 가짜들이 판치는 괴벨스 공화국”이라고 극언을 했다. 하지만 괴벨스의 얘기를 거꾸로 들려주고 싶다. 괴벨스는 “증오와 분노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며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나는 누구라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을 선동의 대상으로 삼은 그런 괴벨스와, 지금 남북합의에까지 극언을 일삼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 대표가 자주 입에 담은 괴벨스가 했던 말이 있다. “우리는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위대한 정치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아니면 역사상 가장 악랄한 범죄자로 기록될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정치인은 역사에 과연 무엇으로 남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설마 ‘가장 위대한 정치인’으로 남기를 꿈꾼다면 지나친 욕심이리라.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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