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개인 담화, 美의 적대정책 포기와 체제보장 북한식 어법으로 요구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출처=KBS방송화면 캡처]
▲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출처=KBS방송화면 캡처]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16일 존 볼턴 백안관 안보보좌관의 ‘리비아식 핵폐기 방식’ 강조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미사일-생화학무기 폐기 주장을 ‘북한 붕괴 시도’로 간주하며 북미정상회담도 재고려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이날 0시30분에 ‘맥스 썬더(Max Thunder)’ 한미공군연합훈련을 이유로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데 이어 김계관 부상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 핵포기만을 강요하려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볼튼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볼턴과 같은) 사이비 우국지사들의 말을 따른다면 앞으로 조미수뇌회담을 비롯한 전반적인 조미관계전망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명백하다”고 볼턴의 주장처럼 북미협상이 진행될 경우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무성 제1부상 개인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김 부상은 “볼튼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의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 채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며 “나는 미국의 이러한 처사에 격분을 금할 수 없으며 과연 미국이 진정으로 건전한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미관계개선을 바라고 있는가에 대하여 의심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김 부상은 “세계는 우리나라가 처참한 말로를 걸은 리비아나 이라크가 아니라는데 대하여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핵개발의 초기단계에 있었던 리비아를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와 대비하는 것 자체가 아둔하기 짝이 없다”고 리비아-이라크와 북한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미 조선반도비핵화용의를 표명하였고 이를 위하여서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위협공갈을 끝장내는 것이 그 선결조건으로 된다는데 대하여 수차에 걸쳐 천명했다”며 “그런데 지금 미국은 우리의 아량과 대범한 조치들을 나약성의 표현으로 오판하면서 저들의 제재압박공세의 결과로 포장하여 내뜨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의 핵이 아직 개발단계에 있을 때 이전 행정부들이 써먹던 케케묵은 대조선정책안을 그대로 만지작거리고 있다”며 “미국이 우리가 핵을 포기하면 경제적보상과 혜택을 주겠다고 떠들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 한번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건설을 해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계관 부상의 이러한 개인명의 담화는 이례적이다. 이는 북한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서지 않고 개인 주장으로 포장해 미국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예상치 못한 것이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 거부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미국에 비공식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방식을 개발했다는 측면이 더 강해 보인다.

미국과 한국의 경우 정부 내외의 강경-온건파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북핵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내놓고 있는 상황인데 반해 북한은 당이나 정부 한 목소리만을 내는 상황이다. 이에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김 부상의 개인 담화를 통해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부상은 담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에 따른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포기와 북한 체제보장 주장을 보다 직선적이고 직설적으로 요구했을 뿐이라 ‘엄포용’으로 해석된다. 즉 이번 담화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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