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송에 함께 출연하는 자유한국당 쪽 패널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공통적인 내용을 접하게 된다. 홍준표 대표의 행보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그것이다. 자유한국당 쪽 패널들의 입장은 대체로 수세적이다. 홍 대표의 입장이 당내의 다수 의견은 아니다,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남북관계 같은 문제는 반대보다는 대승적인 입장을 보이는게 좋지 않을까 아쉬움도 있다. 대체로 그런 얘기들이다. 홍 대표의 행보 때문에 무척 곤혹스럽지만 그렇다고 정면으로 비판하지도 못하는 궁색한 처지들을 읽을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남북정상회담을 거친 이후 한층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국민 절대 다수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한반도 평화 노력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홍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만은 독설을 퍼부어왔다.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위장평화쇼’라 폄하하는가 하면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가짜들이 판치는 괴벨스 공화국이 되었다”는 극언을 거듭했다. 한반도 평화를 기원했던 절대 다수의 국민들을 괴벨스 공화국의 미친 사람들로 취급하는 말처럼 들렸다. 그러니 자유한국당 사람들조차도 그같은 극단론에 우려를 표하고 지방선거에서 홍 대표가 보이지 않기를 바라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따가운 여론에 굴하지 않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백악관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내용은 미국의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해왔던 것과 매우 비슷하다. 북한의 공개적 반발 이후 미국 내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볼턴이 비로소 동지를 만난 것처럼 반색할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조차도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는 볼턴과 선긋기를 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유독 자유한국당만은 그와 한 편이 되고 있다. 볼턴과 자유한국당의 연대라고나 할까. 제1야당의 그같은 모습이 대외적으로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 내에서조차 극히 위험한 인물로 인식되고 있는 볼턴의 목소리를 자유한국당이 따라가고 있는 광경은 자유한국당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다. 자신을 보수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기가 창피하다는 얘기는 이미 오래되었다. 합리적인 보수층들이 지지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얘기다. 제1야당이 그런 극단적인 정당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우리 정당정치의 앞날을 생각해도 크게 우려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은 내부에서의 자기 변화를 시도할 동력을 상실한 상태로 보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에 국회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홍문종, 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홍 의원은 찬성 129명·반대 141명이었고, 염 의원은 찬성 98명·반대 172명이었다고 한다. 다른 당 의원들도 제법 반대표를 던졌다는 예기인데, 그렇다 해서 비리를 저지른 자기 당 의원들을 보호한 자유한국당의 ‘방탄’ 책임이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지방선거에서 민의를 확인하고 나서야 자유한국당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을까. 제1야당이 이토록 국민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채 막 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분명 우리 정치의 불행이다. 한반도 평화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도 이런 정당정치는 넘어서야 한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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