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도 앞선 원희룡 인지도...‘제주 대망론’으로 넘어갈까

제주도지사 선거에 나선 원희룡 무소속 후보(왼쪽)와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 ⓒ각 후보 캠프

오는 6.13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앞세운 민주당의 ‘정당론’과 제주 대망론의 주인공, 원희룡 후보의 ‘인물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제주도지사 선거는 문대림 민주당 후보와 원희룡 무소속 후보 간 박빙의 승부가 예고된 곳으로 제주도민 53만 2515명(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확정 선거인명부)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이에 문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70%가 넘는 지지율과 50%에 육박하는 민주당의 지지율을 등에 업고 있으며, 재선에 도전하는 원 후보는 차기대권후보로 거론되는 만큼 ‘인물론’을 앞세우고 있다.

지난 5월29일 KBS제주방송총국의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 후보는 43.2%, 문 후보는 34.6%의 지지율로 8.6%차로 원 후보가 앞섰다. 해당 조사에서 연령별로는 문 후보가 2,30대에서 앞섰지만 원 후보가 50대 이상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여론조사는 제주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상대로 지난 5월 26일~27일, 무선 69.9%, 유선 30.1%, 응답률 16.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를 나타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하지만 부동층이 15%에 달한다는 점, 제주지역 정당지지도가 민주당이 61.8%로 높게 나타나는 것을 고려할 때 선거운동 향방에 따른 선거 당일의 민심이동이 중요한 상황이다. 또한 역대 제주도지사 선거를 살펴볼 때 그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앞선 4, 5, 6회의 지방선거에서 제주도민은 민주당에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4회와 5회 지방선거에선 각각 김태환(42.73%), 우근민(41.04%)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으며, 지난 6회 지방선거에선 원희룡 후보가 새누리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현재로선 여론조사 결과처럼 제주 유권자들이 원 후보의 ‘인물론’에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제주도지사 선거에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며 문대림 후보 지원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제주’총력 기울이는 민주당
6.1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우세가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승부처로 상대적 약세 지역인 부산·울산·경남과 제주를 꼽고 있다.

지난달 31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가능하면 부울경 그리고 제주도를 집중적으로 노력해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공식선거운동 첫날 홍 원내대표는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열린 문대림 후보의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지원에 나섰다. 

홍 원내대표는 “이곳에 오기 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같이 했는데 선거철이 아니었다면 문 대통령께서 종씨인 문대림 후보한테 안부를 전해달라고 했을 것”이라며 “촛불혁명을 통해 문 대통령이 당선될 때 가장 가까이서 지킨 사람이 바로 문대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대림 후보는 문재인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라며 “원내대표로서 약속하겠다. 문 후보가 당선되면 제주도 발전을 위해 중앙당 정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문 후보 역시 “이번 선거에서는 소통하지 않아 고립을 좌초한 원희룡 도정을 심판하고, 중앙정부와 소통해 제주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문대림을 뽑아 달라”며 강점을 드러냈다.

그는 “요새 제가 문재인 마케팅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데 부정하지 않겠다. 이는 문 대통령과 함께 가기 위함”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가고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제주에서 완성하기 위해 힘 있는 도지사 저 문대림이 그 힘을 팍팍 쓰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에서도 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총력을 기울이고 나섰다. 지난 4일 민주당은 문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제5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제주회의를 열었다. 이는 선거운동 초반 제주지역 표심을 잡는 것은 물론 문 후보와 제주 도의원 후보들의 압승을 위한 지원전략이다.

중앙선대위 회의에는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이해찬 수석 공동선대위원장, 이석현·강기정·전해철·장만채·박영선·우상호 선대위원장, 이춘석 선거대책본부장, 김태년 정책위원장, 박범계 수석대변인 등이 총출동했다. 특히 이날 추 대표는 온종일 제주에 머물며 제주지원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무소속 후보 ⓒ원희룡 후보 캠프

▲‘제주 대망론’ 떠오른 원희룡, 보수재편 힘 얻을까 
‘인물론’을 앞세우고 재선에 도전하는 원 후보는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의 과거를 지워나가고 있다. 61.8%에 달하는 민주당 지지도 속에서 원 후보가 현재 앞서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 후보는 지난달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민들이 원한다면 4년간 당직을 갖지 않겠다”라면서도 “하지만 도민들이 명령한다면 민주당에도 입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민 의견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원 후보의 ‘민주당 입당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원 후보는 출범식에서도 “도민들만 보고 도정을 운영할 것이다. 민주당, 녹색당을 비롯해 여야정당을 뛰어넘어 도민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며 ‘여야 상관없는 정치’를 강조했다.

이러한 원 후보의 노선은 ‘선거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박형준 교수는 지난달 31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제주는 현재 여당에 친화적인 표밭이다. 굳이 원 후보가 부인할 필요가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그는 제주 4.3에 대해서도 “4·3 희생자와 유족 중 고령자가 많아 제주시 봉개동 평화기념관을 방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4·3의 역사적 현장인 건입동 주정공장터에 복합센터를 세우고 역사 체험장과 유족복지 공간으로 제공 하겠다”며 4.3의 완전한 해결을 이루어내겠다고 공약하고 나섰다.

제주 4.3에 대해선 문대림 후보 측 역시 ‘완전한 해결’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후보는 지난달 28일 <폴리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도지사가 된다면, 4·3특별법을 개정하여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배·보상, 군사재판 무효화,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을 통해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겠다”고 말하며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4.3의 해결이라는 타이틀에서도 볼 수 있듯 원 후보는 보수진영의 색채가 아닌 민주당 지지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노선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그런데 제주는 ‘괸당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지역이다. 이는 제주도의 지역특성으로 인한 제주도민들의 끈끈한 커넥션 형성로 정당 간 대결구도 보다는 ‘인물론’에 힘을 싣고 있다. 과거 제주도지사 선거에서도 제주도민들은 무소속 후보들에게 많은 표를 던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문대림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원희룡 후보는 제주도지사를 넘어서 다음 단계를 바라보고 있다.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원 후보가 무소속으로 승리를 거두면 ‘인물론’은 ‘제주 대망론’으로 떠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무소속인 원 후보가 제주도지사에 당선된다면 그에겐 다양한 선택지가 제공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도정운영에 있어 민주당의 힘을 얻을 수도 있으며,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보수 재편의 영향력 역시 그 가능성이 높다. 원 후보가 차기 대권후보로 떠오르게 되면 현재 인물난을 겪고 있는 보수진영의 핵심세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보수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원 후보는 보수 재편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충청, 강원 등의 ‘대망론’처럼 제주도의 대망론은 원희룡 후보를 주목하고 있다”며 “대권의 징검다리 차원이 아닌 제주도민들에게는 ‘대망론’과 관련한 열망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또 “제주도는 정당끼리의 대결구도가 명확하지 않고 ‘괸당’문화로 인한 인간관계를 중요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소속 후보의 출마가 가능한 지역이다”라며 “정당대결이 아닌 인물대결이 가능한 곳”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대표는 “문대림 후보의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 세력간 화학적 결합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희룡 후보의 선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원 후보와 관련해선 “보수의 개혁을 주창했던 인물로 한나라당 출발 당시 ‘보수가 변해야 대한민국이 산다’라는 신념이 드디어 시행할 때가 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치열해지는 ‘네거티브’ 공방
제주도지사 선거가 접전의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문 후보와 원 후보 간 ‘네거티브 선거전’ 양상은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민감한 사안으로 꼽히는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선 두 후보 모두 언급을 꺼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지난달 31일 제주MBC,제주CBS,제주신보 등 도내 언론 3사가 공동 주최한 제주지사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문 후보와 원 후보는 도덕성 공방을 이어갔다. 

이날 토론회에서 문 후보는 “서귀포시 색달동에 원 후보 집안에서 만든 호화 납골묘 일부가 도유지를 침범했다”며 해당사안이 불법이라면 도민에게 사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원 후보는 “정확한 근거와 자료를 제시하라”며 “지난번(비오토피아 의혹)에도 허위사실을 공표해 당선돼도 당선 무효가 될 텐데 또 허위사실을 이야기 한다”고 반박했다.

원 후보는 과거 조배죽(조직을 배신하면 죽음이라는 의미로 과거 공무원의 줄세우기를 상징하는 구호)이 문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연정을 하겠다면 그런 세력과 결별하는 게 먼저”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문 후보는 “무엇을 결별하라는 것이냐. 저를 돕고 있는 세력이라면 도민들과 결별하라는 것이냐”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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