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김문석 작가.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진흙을 버무려 그릇을 만든 인연이 도예가 입문의 첫 출발이었다. 30여 년째 조선 분청의 전래를 보전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개발한 그는 여러 각도에서 남도 분청의 역사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2018-6-21<Ⓒ폴리뉴스></div>
▲ 도예가 김문석 작가.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진흙을 버무려 그릇을 만든 인연이 도예가 입문의 첫 출발이었다. 30여 년째 조선 분청의 전래를 보전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개발한 그는 여러 각도에서 남도 분청의 역사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2018-6-21<Ⓒ폴리뉴스>

[글·홍정열 기자]

분청사기 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서민적이고 소박함이다. 특유의 투박함과 정겨움은 상념의 감각을 과감히 비껴간다. 그래서 자유로운 혼이 마음껏 노니는 결정체라 부르고 싶다. 어머니의 손길에서 오래 숙성된 장맛처럼 화려한 멋보다는 고매한 맛이 저절로 느껴진다.

흙과 영혼의 만남. 그 자유로움의 영속성을 혼으로 빚어가는 이가 있다. 남도 분청의 맥을 이어가는 도예가 김문석 작가다.

김 작가는 전남 무안군 삼향면 오룡동길에 ‘남악요’ 터를 잡고 30여 년째 분청사기를 빚고 있다. 특히 조선 분청의 전래를 보전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기법을 개발해 여러 각도에서 남도 분청의 역사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분청사기는 고려말 조선초에서 16세기 중엽까지 제작됐다. 한정된 시기에 만들어진 분청은 세종(15세기) 연간에 전기를 맞는다. 그러다 16세기 중엽 이후 쇠퇴기를 거쳐 1592년 임진왜란 이후 모습을 감추게 된다.

분청사기는 태토(흙)위에 다양한 방법으로 백토를 입힌다. 그리고 어떻게 문양을 내느냐에 따라 귀얄, 덤벙, 박지, 조화, 철화, 상감, 인화 등 일곱 가지 기법으로 나뉜다.

김 작가의 작품에는 자유로움과 소박함이 배어나온다. 표면이 매끈하기 보다는 거칠듯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또한 태토가 변질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저의 작품은 투박한 맛이 나죠. 저는 흙을 채로 거를 때 밀가루처럼 부드럽게 치지 않아요. 흙속에 돌멩이, 모래가 들어있어도 작품을 만지면 느낌이 좋더라구요. 또 제 작품은 도톰하면서도 무게가 있고 굽이 높죠. 온도는 1천250도 이하로 구워 흙 본연의 빛을 살려내지요. 서민적이고 시골 고향의 맛이 나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어요.”

작품의 특징을 묻는 말에 그는 이같이 대답했다. 그러면서 분청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미술 시간에 선생님께서 그릇을 만든다고 흙을 가져오라 하더라구요. 당시만 해도 문구사, 마트에서 흙을 팔지 않았어요. 그래서 논두렁에서 찰흙을 파가지고 갔거든요. 수업시간에 그릇을 만들어서 제출을 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흙을 가지고 논다는 게 참 좋았어요. 그래서인지 다른 과목은 몰라도 미술만큼은 수우를 받았어요(웃음). 당시 저희 집이 과수원을 했는데 땅에 분청 파편들이 널려 있었어요. 그때부터 수집을 했지요. 어렸을 적부터 취미생활이 파편, 사금파리 수집이었어요. 또 무안 일대에 가마터가 많잖아요. 파편들을 자연스럽게 접하다보니 분청과 친숙해진 것 같아요. 대학 가기 전 혼자 취미로 했지요. 또 대학 다닐 때 해남에서 농사를 짓는데 그 지역 진산리에 녹청자 가마터가 있었어요. 파편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분을 안 칠했는데 약간의 비취색, 푸른색이 도는 게 분청하고 녹청자하고 비슷하면서도 너무 많이 달랐어요. 분청은 대학가서 제대로 배우게 됐지요. 태토에 귀얄로 칠하는데 휘감는 느낌이 너무 좋더라구요. 마치 빵에 크림을 발라 놓은 듯 말이에요. 먹음직스러웠어요.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자연의 맛, 친숙한 맛이 참 좋더라구요.”

타 지방과 비교해 남도 분청 특징에 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남도는 태토가 거칠고 모래가 많이 섞여 있고 철분이 많아요. 구우면 어둡고 진한 맛이 나요. 그래서 분청을 구웠을 때 진한 청자빛 회청색이 많이 띄죠. 철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깊은 맛이 나는 겁니다. 남도지방은 평지보다 산이 많아 흙이 돌가루와 철분이 섞여 있어 거칠어요. 또 백토가 나오지 않아 분이 귀했어요. 그래서 이를 아끼려고 태토에 분을 약하게 칠했다지요. 대부분 태토에 반만 칠한 반덤벙이에요. 그러다 보니 남도 분청은 어두우면서 회청색을 띄고 진한 맛이 나죠.”

남도의 분청사기. 그의 말대로 자연의 맛이 난다. 크림을 발라 놓은 빵처럼 먹음직스럽다. 분청 특유의 자유스러움은 친근함의 유희(遊戱)일까. 익숙한 정갈함을 불허한다. 그래서 다시 또 분청이 잉태되는 김 작가의 6월은 덧없이 아름답다.

남악요 도예가 김문석 작가. 2018-6-21<Ⓒ폴리뉴스></div>
▲ 남악요 도예가 김문석 작가. 2018-6-21<Ⓒ폴리뉴스>

한편 김문석 작가는 오는 22일부터 30일까지 9일 동안 ‘유월의 어느 멋진 날에’ 주제로 남악예일교회 아티스트전을 갖는다. 남악예일교회 주최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는 김경자. 김미경. 김선애. 김애순. 김은영. 박예도. 박예후. 송용석. 박한기. 신미현. 신은주. 오화자. 이기형. 이연미. 이영숙. 이화. 임누리. 임우빈. 임채리. 장인지. 정남규. 정하자. 한갑수 작가 등이 참여한다.

장소는 전남 도립도서관 1층 남도화랑에서 열린다.

[김문석 작가 프로필]

2001 <대불대학교 산업디자인과 졸업>

● 전시회

2008 <2010동양도자전 전시2회>

2009 <일본후쿠오카 무안분청전, 국회의사당 무안분청전>

2010 <일본 오사카 교류전, 일본 아카야베호텔 미술관 전시>

<2016-2017 중국 경덕진 세계도자축제 전시>

2018 <서울시청>    

단체전 50여회, 초대전 20여회, 개인전 3회

● 경력

초의선사문화제 전시 및 워크숍. 분청문화제 전시 및 워크숍. 목포시민 나눔전 및 워크샵 영암 왕인문화축제 워크숍. 목포 도자기축제 워크숍. 오산 막사발 축제 워크숍. 중국 산동성 막사발 워크숍. 세한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 작품소장

중국 쯔보박물관 전시소장. 남부대학. 우암갤러리. 영암도기박물관. 목포생활도자박물관. 고흥분청문화박물관

● 수상

1992 <제10회 한국 미술대전 특선>

1993 <공예대제전 특선. 제11회 한국 미술대전 동상>

1994 <제12회 공예대상전 특선. 12회 예술대제전 특선>

1995 <한국미술제 추천작가. 제5회 강진청자문화제 특별상. 제6회 목포국제도예공모전 입선>

2008 <제1회 무안연산업축제 특별상>

2010 <목포도자기공모전 특선 및 입선>

홍정열 기자 hongpe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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