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4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예비경선은 당대표는 4명 이상, 최고위원은 9명 이상일 경우 실시하며, 본 경선에 출마하는 당대표는 3명으로, 최고위원은 8명으로 제한한다”며 “예비경선은 오는 27일로 예정됐다”고 밝혔다. [사진=더불어민주당]
▲ 더불어민주당은 4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예비경선은 당대표는 4명 이상, 최고위원은 9명 이상일 경우 실시하며, 본 경선에 출마하는 당대표는 3명으로, 최고위원은 8명으로 제한한다”며 “예비경선은 오는 27일로 예정됐다”고 밝혔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친문 비문간 당권 경쟁이 재현될 조짐이다. 단초는 친문 진영에서 제공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엉이 모임’이라는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주인 이 모임은 첫 모임에 20명이 참석했지만 전대 열기가 높아지면서 40명으로 회원 수가 늘어났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한 ‘부엉이 바위’를 따 이름을 졌다. 아울러 ‘부엉이와 같이 밤새 달을 지킨다’는 의미도 있다. ‘달’은 문재인 대통령의 ‘문’(Moon)의 영어식 표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잊지 말고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잘 모시자는 중의적인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누가 봐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 세 결집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부엉이 모임측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장본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차기 당 지도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당원들에게 메시지도 보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내 사정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민주당내에서 ‘비문’으로 분류되길 원하는 당권 주자들은 없다. 오죽하면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인 오제세 의원도 “비문이라고 하고 나오는 후보는 없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맞는 말이다. 민주당은 전대 투표관련 선거인단 구성에 85%를 대의원과 권리당원으로 했다. 90% 이상이 친문 지지자들이다. 비문 당권 주자가 낄 틈이 없다. 오 의원의 말은 자칫 ‘비문후보는 나오지 말라’는 암묵적 협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친문이니 비문이니 계파 대결은 친문 진영에서 이번 전대에서 가장 신경쓰고 있는 대목이다. 자칫 ‘친문 패권주의’라는 비판이 높아져 비주류 단일후보가 당 대표에 오를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런 당 주류의 우려감은 전국 순회경선도 없앴다. 대신 ‘원샷’ 경선으로 최대한 조용하게 전대를 치루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정작 계파간 대결을 낮추는 방안은 따로 존재했다. 당 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분리해 선출하지 말고 집단지도체제로 한 번에 당 지도부를 뽑는 방식이 있었다. 친문 비문 가릴 것 없이 원하는 당권 주자들은 다 나와 자웅을 벌이면 1대1일 대결구도에 비해 계파색이 엷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주류 진영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분리 선출을 고수하면서 당권을 둘러싼 친문 비문 대결을 더 조장한 측면이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당 대표 경선에서 컷 오프제를 도입해 3명 이상 경선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 최고위원도 8명을 넘을 경우 컷 오프 된다. 최고위원 선거와는 달리 당 대표 경선의 경우 친문 후보가 3명 이상 나올 경우 비문 후보는 컷 오프 될 공산이 높다.

거꾸로 친문 후보가 교통정리가 돼 한 명이 나올 경우 비문 후보가 ‘들러리’로 전락해 실제로 비문으로 낙인찍힌 후보가 경선에 나설 지는 의문이다. 최소한 당 대표 선거에 친문 비문 대결이 이뤄질 싹 자체를 없앤 셈이다. 이럴 경우 친문 단일 후보가 탄생할 경우 ‘따논 당상’이고 친문 후보 3명이 나올 경우 ‘그들만의 리그’로 전대가 치러질 공산이 높다. 이래저래 당 대표 선거는 추대 경선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결국 8.25 전당대회는 친문 비문 대결 대신 친문(親文), 진문(眞文), 뼈문(骨文) 대결로 흐를 수 밖에 없다. 누가 대통령과 더 친하고 말을 잘 듣느냐가 당 지도부 입성에 첫 번째 조건이 될 전망이다. 부엉이 모임은 당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자 마지못해 해산을 선언했다. 하지만 ‘밥은 안 먹어도 그만’이라는 말처럼 연락할 방법은 수없이 많다. 어차피 친문 주류는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다. 이해찬.전해철.최재성 3인이 대상이다. 김진표 의원도 친문 후보와 단일화 필요성을 언급하며 한 자락 걸쳤다.

그나마 마지막 변수는 남아있다. 당 대표 후보 교통정리에 친노.친문 좌장인 이해찬 의원이 낄지 아니면 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주류 3인방을 친문, 진문, 뼈문으로 굳이 분류하자면 이 의원이 친문이다. 계파색이 3인중에 그나마 엷다. 관리형으로 분류하는 이유다.

이 의원이 독자 행보할 경우 전해철.최재성 의원이 단일화를 해 이 의원과 경선을 할지 양보할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1%의 가능성이지만 ‘문(文)의 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어부지리로 김진표 의원이 부상할 수 있다. 김 의원이 전해철.최재성 의원과 단일화에 나설 경우에는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김부겸 행정안정부 장관의 ‘출마’여지도 생긴다. 8.25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감일인 7월 10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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