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최무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이 두산인프라코어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3일 최무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이 두산인프라코어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박재형 기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밝힌 후 첫 사례가 두산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납품단가를 낮출 목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을 다른 업체에 빼돌린 혐의에 대해 과징금 3억7900만 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함께 부장·차장·과장 직급 담당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23일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매출액 2조6513억 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건설기계업체다.

이날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말 ‘에어 컴프레셔’(압축 공기를 분출하는 굴삭기 장착 장비) 납품업체인 ‘이노코퍼레이션’에 납품가격을 18% 낮춰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러자 두산인프라코어는 제3업체에 핵심 부품 제작 용접·도장 방법, 부품 결합 위치 등 상세한 내용이 담긴 제작도면 총 31장을 2016년 3월∼2017년 7월 사이에 5차례 전달해 에어 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제3업체가 납품을 시작하자 두산인프라코어는 원천 기술 보유 회사인 이노코퍼레이션을 지난해 8월 공급업체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이로 인해 납품단가는 모델에 따라 최대 10%까지 낮아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2017년 30개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제품을 위탁한 대로 제조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한 ‘승인도’라는 명분으로 기술자료를 받았다. 

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있지만 요구목적과 비밀유지 방법, 요구일·제공일·제공방법, 대가, 요구의 정당성 입증 등 7가지 사항이 기재된 서면으로 요구해야 하도록 하도급법은 규정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단 한 건도 서면을 제공하지 않고 하도급업체 도면 총 382건을 손에 넣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렇게 얻은 이노코퍼레이션 승인도 11장에 기술자료 20장을 추가로 받아냈다.

‘에어탱크 균열원인을 확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2016년 이노코퍼레이션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이 부품은 직전 1년간 사실상 하자가 없었다.

공정위는 이노코퍼레이션이 추가 제출한 자료는 바로 제3업체로 보내져서 이 업체의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공정위는 법이 정한 기술자료 요청의 ‘정당한 사유’가 없어 하도급법 위반으로 봤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또 다른 하도급업체인 ‘코스모이엔지’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냉각수 저장탱크 납품업체인 코스모이엔지가 지난해 7월 납품가격을 올려달라고 하자 두산인프라코어는 거절하고 이 회사의 냉각수 저장탱크 도면 총 38장을 넉 달에 걸쳐 5개 다른 사업자에게 전달했다.

이들 5개 사업자는 결국 조건이 맞지 않아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코스모이엔지 측의 도면 전달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는 전달 행위 자체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용처에 기술자료를 유용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기준상 가장 정도가 강한 ‘매우 중대한 법 위반행위’로 인정하고 과징금 규모를 결정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제재는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하고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유용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첫 사례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기술유용 사업자의 배상책임 범위를 현행 손해액의 3배에서 10배까지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을 하반기에 추진하고, 또 다른 기술유용 사건 2개를 올해 안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