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선 승부처 ‘민생’에 총력, 한미FTA처럼 진영 내부갈등 가능성 우려도

2기 문재인 정부의 성적표는 집권 4년차 돌입 시점인 2020년 봄 총선 결과다. 1기 문재인 정부는 남북·외교 등 대외정책과 정치개혁, 부패척결 등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6.13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압승했지만 2개 문재인 정부는 완전히 다른 프레임 속에서 평가 받는다.
 
집권 초기 프리미엄은 없이 3년 동안의 국정운영 성과에 대한 국민적 평가만 있다. 1기 정부의 성과는 점차 묻히고 2기 정부가 가져다줄 ‘체감 민생지수’가 판을 좌우한다. 따라서 야당의 ‘정권 심판 프레임’은 힘을 받을 개연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 1기의 개혁과 남북관계 진전 등의 성과도 ‘민생’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게 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 2기의 성패는 경제와 민생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참여정부가 정치개혁에 일정 성과를 내고 안정된 경제지표 관리에도 당시 새롭게 대두된 ‘양극화’로 인한 ‘민생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정권을 내준 경험이 있다.

6.13 선거 직후부터 문재인 정부를 뒤흔든 것도 ‘민생’이다. 이는 비단 한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 보수언론이 선거 패배 후 ‘안보’와 ‘정치보복’ 공방프레임에서 ‘민생과 경제 프레임’으로 갈아타면서 벌어진 현상은 아니다. 국민들이 기대한 문재인 1기 정부에서의 ‘경제’와 ‘민생’ 부분의 성과가 미흡한데 따른 것이었다.

고용동향을 보면 5월 신규 취업자수가 전년 동월에 비해 7만2천명 증가해 10만명 아래로 떨어지고 6월에도 10만6천여명 증가에 그쳤다. 월 평균 30만명 내외의 증가를 기록하다가 올해 들어 신규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 수준으로 떨어진 것만 보면 ‘고용대란’이란 표현이 가능하다. 실업자수도 6월까지 100만 명 수준이 지속돼 개선되고 있다는 지표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에 대해 15~64세 연령의 생산가능인구의 경우 2011년 39만6천명으로 가장 많이 증가한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2만1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6만1천명이 감소한 부문을 들며 ‘노동시장 유입인구 감소’ 부분을 반영하면 ‘고용대란’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 설명처럼 올 상반기 고용지표를 보면 고용률이 60.4%로 2010년~2017년 고용률 평균치 60.0%보다 개선됐다. 6월 실업률은 3.7%로 1년 전(3.8%)보다 낮아졌다. 취업준비자 등 잠재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해 집계한 체감 지표인 확장실업률 11.4%로 1년 전(11.0%)보다 0.4%포인트 높아졌지만 공무원시험 시즌임을 감안하면 ‘악화’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은 문재인 정부 1기 경제·민생 성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한다. 기대치에 못 미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보다 나아진 게 뭐가 있느냐는 평가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 내년도 최저임금 시간당 8,350원 인상 결정은 정치적 사건으로 점화될 수밖에 없었다.

文대통령, ‘혁신성장’ 강조 위해 ‘포용성장론’ 조심스럽게 전면배치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에서 ‘포용적 성장’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 2기부터 1기를 주도해온 경제정책 키워드를 변경한다는 의미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1기 청와대 경제사령탑으로 ‘소득주도 성장’을 주도한 홍장표 경제수석의 사퇴와도 맞물린다.

‘소득주도성장 대 혁신성장’이란 대립 프레임으로 지켜보던 언론들은 일제히 2기 정부가 ‘혁신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으로 해석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인도 방문 중인 7월9일 뉴델리 인근 노이다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만난 부분도 정책 전환을 향한 행보로 봤다.

문 대통령도 미중 무역전쟁과 한국 및 세계경제 불확실성 증대, 갈수록 밀리는 중국과의 제조업 경쟁, 속도를 내지 못하는 4차 산업혁명 대비 등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에 2기에는 ‘혁신 성장’을 강화해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촉진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며 일자리 창출에도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기 경제정책을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갈아탄다는 언론의 인식을 경계했다. 그래서인지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의 상위개념으로 ‘포용적 성장’을 전면에 들고 나왔다.

문 대통령은 7월2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포용적 성장정책은 신자유주의 성장정책에 대한 반성으로 주요 선진국들과 국제기구가 함께 동의하는 새로운 성장정책”이라며 “정부는 길게 내다보면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튼튼하게 마련해 가는 데 주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함께 병행돼야 하는 것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직접 매달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해 규제개혁의 속도를 높이겠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역동성과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고자 한다”고 ‘혁신성장’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했다.

언론들은 일제히 문 대통령의 ‘포용적 성장’ 제시를 두고 ‘혁신성장’ 강화로 해석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다음날인 24일 이러한 언론 보도를 ‘잘못된 해석’이라며 “포용적 성장의 구체적 방식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있다”며 소득주도성장까지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용적 성장은 신자유주의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한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배제적 성장(exclusive growth)으로 성장의 수혜층이 소수에 그치고 다수가 배제되는 성장”이라며 “이런 성장으로는 경제가 지속될 수 없고 성장에 걸림돌 된다”고 큰 틀에서 ‘소득주도성장’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포용적 성장’이란 개념이 2012년 대선후보 시절부터 사용한 용어란 점을 들며 “이 개념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부자와 빈자 뿐 아니라 남북문제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개념으로 포괄적성장이란 개념을 썼다. 이는 상위개념이고 소득주도성장 등은 하위개념”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한미FTA 협상 때처럼 진영 내 갈등 우려, 진보지식인들 반발 채비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대 혁신’이란 대립 프레임으로 경제정책을 바라보는데 대해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도 국가 간 경쟁상황에 대응한 대기업 주도의 ‘혁신성장’을 배제할 수 없다. 성장 동력을 잃을 경우 ‘소득주도성장’도 없다. ‘성장’을 전제 않은 ‘내부 분배문제’ 개선으로는 국가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거부감은 여기에 있지 않고 ‘정치영역’에서의 갈등에 있다. 2기 정부가 ‘혁신성장’ 행보를 나설 경우 진보진영 내부가 요동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협상개시 때와 비슷하게 ‘신자유주의에 투항론’이 제기될 수 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진영 내부가 분열하는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런 조짐은 일어나고 있다. ‘혁신성장’의 핵심인 ‘규제혁신’을 둘러싸고 문재인 정부와 진보적 시민단체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지난 1년간 해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에 시민단체들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위해 지지층 비판을 감수할 “정치적 결단”까지 고민한다는 말도 했다

이에 맞선 진보지식인 모임 ‘지식인선언 네트워크’는 7월18일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과 세제개혁’에 대해 ‘후퇴’로 규정하고 은산분리 규제완화 가능성에 대해 “문재인정부의 사회경제개혁 포기를 우려한다”고 각을 세웠고 이재용 부회장과의 만남을 재벌개혁 포기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문 대통령은 2기 정부에서 ‘혁신성장’ 강화가 가져올 이러한 진영 내부의 갈등을 우려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 성장’의 반대 개념인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혁신성장’을 ‘신자유주의’로 보지 말라는 얘기이며 대기업의 적극적 투자활동을 촉진할 규제혁신을 더 이상 회피할 수도 없다는 의미다.
 
청와대가 공개한 6월18일 문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서 조국 민정수석이 보고한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 위험요소 및 대응방안>의 내용을 보면 “일자리·소득 증가 등에서 국민들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다”는 위기감을 보였다.

2020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민생에서 성과를 내는 정부’를 구현해내야 한다는 강박감이다. 민생에서 성과를 못 내면 여권 내부가 갈등하면서 지리멸렬한 상황으로 치달아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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