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윤청신 기자]

유난히 무더운 올여름, 타오르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곳이 있다.

바로 류성일(54) 씨의 대장간..성일 씨는 동생 류성배(50) 씨와 함께 대장장이였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있다.

성일 씨의 기억 속 아버지는 대장장이를 천직이라 여기며 남다른 신념과 자부심을 품은 분이었다.

반질반질하고 화려한 것만 좇는 이 시대에 낡고 허름한 대장간이 형제에게 각별한 것은 평생을 바쳐 담금질하고 망치질을 했던 아버지의 혼이 여전히 숨 쉬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성일 씨에게는 속죄의 공간이기도 하다.

공부는 뒷전, 싸움을 좋아했던 학창시절, 성일 씨는 부모님 속깨나 태우던 맏아들이었다.

그 후엔 이런저런 사업을 벌이는 바람에 아버지가 대장간을 하며 한 푼 두 푼 모아놓은 돈을 축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자 성일 씨는 아버지의 대장간으로 돌아와 아버지 일을 돕게 되고, 꼼꼼함과 인내가 필요한 대장간 일이 의외로 적성에 잘 맞는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그 후, 식도암으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성일 씨는 3형제 중 막내인 성배 씨와 대장간의 명맥을 잇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겉보기에 화려한 것이 능사가 아니고 땀 흘려 조금씩 거두는 결실이 진정 소중하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됐다.

대장간은 성일 씨에게 제법 탄탄한 일자리인 동시에, 아버지의 가르침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이 시대에 맞는 대장간의 모습도 갖춰나가려고 애쓰는 성일 씨...

100년 역사의 대장간에서 일궈나가는 그의 제2의 인생을 만나본다.


# 아버지의 그 자리로 돌아오다

대장장이 집안의 3형제 중 첫째로 태어난 류성일(54) 씨는 탈 많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걸핏하면 싸움질하고 다니는 아들의 뒷바라지를 대장장이 아버지는 묵묵히 감당하시곤 했다.

화려하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했던 성일 씨는 좁고 누추한 대장간을 지키는 아버지를 보며 그 일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골프용품 가게 등 각종 사업을 하면서 아버지에게 손을 벌리는 일도 잦았는데...자신에게는 엄격하고 철저한 아버지는 자식들에게만큼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셨다.

연세가 들면서 건강이 나빠진 아버지를 돕기 위해 대장간을 드나들 때만 해도 이 일이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성일 씨가 금세 지쳐 다른 일에나 기웃거릴 줄 알았던 아버지 역시 기술과 노하우를 쉽게 가르쳐주지 않으셨는데...

그런데 뜻밖에도 대장간 일을 하면 할수록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이 일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는 걸 발견한다.

아버지의 손재주를 가장 많이 물려받은 아들이 바로 성일 씨였다.

얼마 후, 아버지가 식도암으로 투병을 할 때 성일 씨는 맏이로서 병상의 아버지 곁을 지키며 대장장이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막냇동생인 류성배(50) 씨와 대장간을 운영하기 시작한 성일 씨...그런데 어머니 이현숙(74) 씨는 절대 반대였다.

자식들만큼은 편하고 남들 보기 번듯한 일을 하길 바라는 모정에서였다.

하지만 대장장이로서의 철학이 있었던 아버지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형제를 지켜보며 어머니도 두 아들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 아버지의 유산

63년이라는 세월을 대장장이로 살아오신 아버지,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기보다 할아버지가 운영하시던 대장간에서 쇠를 만지는 일을 더 좋아하셨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한 곳을 향해 걸었던 아버지는 쉬어가는 법도, 요령을 피우는 법도 없었다.

돈이 되는 물건보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녹여 튼튼하고 편리한 농기구를 만드셨다.

아버지의 기술과 자부심으로 탄생한 농기구들은 입소문을 타고 수많은 단골손님을 불러 모았고, 아직도 그 농기구를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숙달된 장인에게도 매우 위험하고 어려운 대장일.

단단한 쇠와 불을 다루기 때문에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기 쉽고, 사계절 내내 온몸에 땀띠를 달고 살아야 한다.

쉴 새 없이 흐르는 땀 때문에 아무리 물을 마셔도 종일 화장실 한번 가지 않을 정도인데...

대장장이가 되어 아버지가 걸어오신 길을 걷게 된 후에야 성일 씨는 비로소 깨닫게 됐다.

그동안 성일 씨가 좇았던 화려한 것들은 속 빈 강정이고 작은 것이라도 내가 땀 흘려 얻은 것이 소중하고 알차다는 것을.

이 깨달음이 아버지가 물려주신 가장 소중한 유산이었다.

# 100년 대장간의 역사는 계속된다

오래도록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했던 성일 씨, 아버지의 대장간으로 돌아와 대장장이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언제나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아내와 딸, 일취월장하는 실력으로 함께 대장간을 지키는 든든한 동생은 그가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거기에 아버지의 손재주를 그대로 물려받은 아들이 있어 더 든든하다.

성일 씨의 아들 도완(20) 씨는 대장일에 흥미를 느껴 틈날 때마다 대장간에 찾아와 어깨너머로 일을 배우는데 아직은 초보지만,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성배 씨의 아들 창호(20) 씨 역시 대장일에 관심을 보이며 방학 때마다 찾아와 일을 거들곤 한다.

성일 씨는 대장간이 4대째 이어질 거라면 지금의 모습으로만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게 다마스커스 칼..이 칼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아들 덕분이었다.

도완 씨가 인터넷에서 이 칼을 본 후 "아버지, 한번 만들어 보세요" 하고 권한 것이다.

더 좋은 칼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을 거듭하는 성일 씨..만일 아들이나 조카가 이 일을 물려받겠다고 한다면 탄탄하고 안정된 기반을 마련해주고 싶다.

아버지가 남겨주신 농기구처럼...대장간에서 시작된 제2의 인생!

성일 씨는 새 삶을 안겨준 100년 역사의 대장간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뜨거운 불과 맞선다.


1부 줄거리(8월 13일 방송)

3대째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류성일(54) 씨. 산청군의 요청으로 산청에 있는 대장간에서 일한다.

아버지가 평생 일하셨던 고향같은 곳, 충남 연산에 있는 대장간은 막내동생 류성배(50) 씨가 맡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씩 연산 대장간을 찾는데... 완벽주의자 성일 씨는 동생을 볼 때마다 지적할 게 생긴다.

2부 줄거리(8월 14일 방송)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대장간을 운영하는 성일 씨는 같은 길을 가는 동생 성배 씨에게 가르칠 게 많다.

다음 날, 주문받은 작두를 만들기 위해 성일 씨의 대장간이 있는 산청으로 향하는 형제.

그런데, 성배 씨가 작업하다가 손가락을 다치고 만다.


연출 :  김민정

글 :  정수연

촬영 : 임한섭

조연출 :  송문기

취재작가 :  박은지

방송일 : 2018년 8월 13일(월) ~ 8월 17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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