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무당층 폭발적 증가추세...민주당 지지도 결국 8.4% 충격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성향을 두지 않는 ‘무당층’이 국민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여야가 함께 공멸할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길리서치(소장 홍형식)가 11월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900명 대상, 표본오차 ±3.27%p에 신뢰도 95%) 결과에 따르면 ‘무당층’은 무려 52.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직후인 2008년 1월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26.6%로 나타났던 데 비해 10개월만에 정확히 2배로 늘어난 셈이다. 총선이 치러진 4월달에는 무당층이 19.3%로 낮아지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전국적으로 촛불이 들고 일어나면서부터 무당층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4월 19.3%였던 무당층은 5월 29.9%로 1개월만에 10%p 넘게 증가했고, 급기야 6월에는 무당층이 40.6%까지 치솟았다.

또 7, 8, 9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오던 무당층은 금융위기가 불어 닥친 10월 47.5%로 또 한 번 사상최대치를 갈아치웠고, 11월에는 이보다 더 올라 무려 52.8%로 나타났다.

더욱이 무당층이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현 제도권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반감은 더 커져만 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대안정당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에도 조금씩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시사I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68.4%가 대안정당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던 바 있다. 즉, ‘무당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과 ‘대안정당을 기대하는 여론이 국민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등 새로운 세력의 태동 배경은 이미 마련돼 있는 셈이다.

남자 20대 무당층, 무려 70% 육박...젊은층일수록 정치 불신 더욱 심각

세대별로 봤을 때, 20-30대 젊은층일수록 무당층이 높게 나타났다. 20대의 경우, 무려 60.2%가 무당층이었으며, 30대도 59.7%나 됐다. 그러나 무당층 증가폭에 있어서는 30대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20대는 무당층이 지난 달 대비, 11.4%p나 증가했지만 30대는 2.9%p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워낙에 무당층이 높았던 탓이다. 30대는 지난달에도 무당층이 56.8%나 됐었다.

50대 이상층에서는 다른 세대에 비해 무당층 비율이 비교적 낮았다. 50대 이상에서 무당층은 43.5%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녀 모두 무당층이 50% 이상을 차지했다. 남자의 경우 55.5%였으며, 여자는 그보다 약간 적은 50.5%였다.

특히, 성.연령별로 남자 20대의 경우는 무당층이 무려 69.5%나 됐다. 20대 남자 대부분은 무당층인 셈이다. 여자 30대의 경우도 무당층이 60.8%나 됐다. 두 그룹은 다른 성.연령층보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민주당 텃밭 호남조차 무당층 57.7%...
반면 한나라당 텃밭인 TK는 무당층 40.9%에 불과

권역별로 무당층은 강원권과 제주권에서 각각 63.6%와 62.9%로 특히 많았다. 뒤를 이어서는 충청권에서 59.6%로 높게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민주당 텃밭인 호남권조차도 무당층이 57.7%나 됐다는 점이다. 이는 민주당이 지지율 부진 현상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한나라당 텃밭인 TK와 PK는 각각 40.9%와 45.4%로 전체 평균을 기준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민주당과 달리, 한나라당이 꾸준히 높은 지지율을 얻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이밖에 서울은 55.2%, 경기.인천은 54.2%로 나타났다. 권역별로 살펴본 결과, 전 지역에서 무당층이 평균인 52.8% 이상이었지만, TK와 PK 두 지역에서만 40%대 초반으로 나타났다. 즉, TK와 PK가 무당층 전체 평균을 낮춘 셈이다.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층에서 무당층이 59.9%나 됐다. 한 때 노풍을 일으키기도 하는 등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던 화이트칼라층이 무당층으로 돌아섰다는 데 주목된다.

뒤를 이어, 블루칼라층에서도 58.3%로 무당층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정주부나 자영업자층의 경우 48.7%, 48.6% 정도의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해 ‘잘하는 편’이라는 응답자 중에서 무당층은 37.8%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저 그렇다’는 응답자 중에서 무당층은 53.9%였으며, ‘잘못하는 편’이라는 응답자 중에서는 무려 58.8%나 됐다.

정치성향 또한 보수적 성향에서 무당층 비율은 43.6%밖에 안 됐지만, 진보적 성향에서는 무당층이 54.3%나 됐다. 또, 중도적 성향의 경우는 무당층이 60.9%나 됐다. 중도노선을 지향한다는 민주당이나 진보노선을 지향한다는 민주노동당 등이 자기 지지층을 전혀 대변해주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보수성향 33.8% vs 진보성향 32.0% vs 중도 25%
보수와 진보 사실은 비등비등...결국, 진보성향 정당들이 못하고 있다는 뜻

한편, 이번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은 8.4%를 얻은 것으로 나타나 결국 한자리수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나라당은 부동의 1위로 28.9%의 지지도를 기록했으며, 민주노동당이 3.2% 지지도를 얻었다. 이밖에 자유선진당이 2.6%, 친박연대가 1.5%, 진보신당이 1.3%의 지지를 얻었다.

창조한국당은 0.9%의 지지를 얻어, 기타정당 0.4%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지지를 얻지 못했다.

정치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서는 ‘보수적’이라는 응답자가 33.8%로 나타났고, ‘진보적’이라는 응답자가 32.0%나 나타나 비등비등했다. 이 가운데 중도적이라는 응답자는 25.0%를 차지했다.

세부적으로 ‘보수적이다’에 대한 응답자는 22.4%였으며, ‘다소 보수적이다’는 응답자는 11.4%였다. 또, ‘진보적이다’는 응답자의 경우 17.1%였고 ‘다소 진보적이다’는 응답자는 14.9%를 차지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9.2%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정치성향 분류로 놓고 본다면, 국민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당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각 정당들이 지지층을 확실히 대변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어느 정도 지지층을 끌어안고 있는 한나라당과 달리,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진보개혁성향 정당의 각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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