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심탐방] 민주당 상징 호남, 그러나 호남에 민주당은 없다.

현 정부의 거듭된 실정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갈수록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한 자릿수까지 내려간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에서조차 민주당의 지지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민주당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내일신문-한길리서치의 11월 정례여론조사(성인남녀 900명 대상, 표본오차 ±3.27%p에 신뢰도 95%)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8.5%로 지난달 12.8%에서 4.3%p가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11월 15~16일까지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한길리서치(소장 홍형식)에서 실시한 여론조사(900명 대상, 표본오차 ±3.27%p에 신뢰도 95%)에 따르면, 무당층이 전체 평균 52.8%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호남지역에서의 무당층이 무려 57.7%(영남지역은 46.3%)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이는 민주의 성지라고까지 칭하는 호남에서의 정치적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적 불신은 민주당에 대한 포기심리가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민주당의 지지율이 8%대에 그친 상황에서 호남의 무당층이 57.7%에 육박했다는 것은 그만큼 호남에 민주당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호남민심이 이미 민주당을 떠나고 있다는 방증인 것이다.

열린우리당계와 구민주당계의 어색한 동거... 지역분할로 이어져

호남지역의 한 민주당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열린우리당과 구민주당이 합당하면서 어색한 동거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서로가 섞이지 못하고 따로 따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당원은 호남지역 내에서도 열린우리당계와 구민주당계가 지역별로 나뉘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색은 않지만 같이 있어도 서로 간에 별 얘기를 안 한다”며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하나라 뭉치지 못하고 지지율도 흩어지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들의 공통된 지적은 구민주당파와 구열린우리당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계가 당무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계는 자연스레 소외될 수밖에 없다보니 일각에서는 별도의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러한 당내 기류를 의식한 탓인지 지난 9월 26일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하나’를 강조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아침에 5.18묘역을 참배하면서 민주당이 확실히 하나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영길 최고위원도 “민주당은 다시 분열하지 않을 것”이라며 “호남 정신을 계승해 다시 한 번 민주정권 창출에 최선을 다하고 책임 있고 대안 있는 정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어떤 명분이나 이유로도 민주당의 분열이나 분화로 비칠 수 있는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 하면 안 된다”며 이들 모두가 ‘하나’를 주장했다.

광주에 사는 한 시민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호남이 양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계가 강세를 보이는 동부전남(여수·순천·광양권)의 경우 여수엑스포도 개최되고 상대적으로 산업단지가 많지만, 구민주당계 지역인 서부전남(목포·무안·해남권)의 경우는 J프로젝트 하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데에 대한 지역적 불만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전남도청 이전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한 뒤 “광주 인접지역인 나주로 이전했어야 맞다”면서 “민주당이 DJ 눈치 보면서 무안(서부전남)으로 옮긴 것에 대한 광주사람들의 서운함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지역적 서운함이 민주당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상징 호남... 그러나 호남에 민주당은 없다

광주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요즘 호남에서 민주당이 어떤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데, 누가 정치에 관심이나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현재 민주당이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문제와 관련해 “도청건물을 부수고 아시아문화전당을 세우겠다고 하는데, 광주시나 민주당 내에서 제동 한 번 건 적이 없다”며 “민주당의 상징이 호남인데 민주당은 호남의 상징인 이런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조차도 없는 것 같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광주민의 정신을 살리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들의 묵인과 동조 하에 5·18의 상징적 건물이 사리질 위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광주시민들이 이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그들을 믿고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우리는 또 다른 정치조직 원해... 그러나 옷만 갈아입어선 안 돼”

익명을 요구한 광주지역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이 호남을 제대로 대변하지도 못하고 있고, 또 호남을 대변한들 현재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정부여당에 게임조차 안 되는 민주당을 보면서 이 지역은 거의 포기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스타부재문제’를 꼬집은 뒤 “이쪽에서는 현 지도부(정세균 체제)의 모습을 보면서 차기대권을 받을만한 정치스타로 보고 있지 않다”며 “MB가 죽을 쓰고 있는 상황인데도 민주당에 흡인력 있는 새로운 스타가 없기 때문에 민주당의 지지율이 답보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현재 호남지역에서 독점당이다니 보니 이를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정당세력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광주지역 한 언론기자도 “전라도 민심이 민주당을 버렸다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현재 민주당은 링(대권)에 올라갈 선수가 없다보니 자포자기에 빠진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아닌 것은 알지만 투표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상대가 안 되니깐 포기심리가 더욱 작용한 것 같다”며 민주당의 지지율 부재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이 큰 만큼 언제든지 정부여당에 대항할만한 새로운 정치조직이 형성된다면 그를 구심점으로 다시 뭉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옷만 갈아입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만 하더라도 한나라당에 대적할 수 있는 또 다른 정치조직이 일어났으면 한다”며 신당창당에 대한 속내를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하나로 잘 뭉치고 잘 되서 그럴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답답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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