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지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 모두 20%
경영권 방어와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저해시키는 부작용 될 수도

지난 8월 2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개정안 입법예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지난 8월 2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개정안 입법예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재계 주요그룹들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지분정리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달 2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LG그룹의 자회사 서브원은 지난 19일 “소모성 자재구매 부분(MRO) 사업을 분할하고 외부지분 유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미래성장을 위한다는 이유다. 서브원은 2002년 LG 유통에서 분리된 회사로 MRO, 건물·부동산 관리, 건설, 레저 분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MRO 사업부는 2017년 서브원의 지난해 전체 매출 6조8939억 원의 60.28%를 차지하는 4조166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LG그룹 지주사인 ㈜LG는 서브원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에 대비해서 LG그룹이 선제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발표한 개정안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상장·비상장 관계없이 모두 20%로 통일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부동산 개발회사 SKD&D 보유 지분 전량(24%)을, SK가스는 지분 3.5%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한다. 이번 매각으로 한앤컴퍼니는 SK가스보다 2주 많은 444만1주를 보유하게 된다. SKD&D는 13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시행한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을 합병하는 방안으로 공정위의 칼날을 피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화S&C를 에이치솔루션과 신설법인 한화S&C로 물적분할하고 한화S&C의 지분 44.64%를 사모투자펀드인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공정위가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자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LS그룹은 올해 초 가온전선을 LS전선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지난 8월 총수일가의 가온전선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구자열 회장의 여동생인 구혜원씨 등 툭수관계인 9명의 가온전선 지분은 6.03%다. 이에 따라 LS전선의 지분율은 37.62%가 됐다.

GS그룹은 지주회사 GS의 지분을 총수일가 48명이 나눠 갖고 있을 정도로 복잡하다. GS그룹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규제 대상 계열사 수가 15개에서 30개로 늘어난다. 규제 대상에 새로 추가되는 GS건설의 총수일가 지분은 28.72%, 외국인 지분은 19.21%다. 일각에서는 GS건설의 총수일가 보유 지분을 개정안에 맞추면 경영 리스크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선동, 김성원 의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주최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입법 예고안 정책세미나'에 참석, 이주영 국회 부의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김선동, 김성원 의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주최로 열린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입법 예고안 정책세미나'에 참석, 이주영 국회 부의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20일 개최된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입법안의 주요 쟁점과 과제’ 국회 정책세미나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성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본부장은 “일감 몰아주기는 기존에도 규제요건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법 적용대상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며 "개정안에 규제 대상 지분율 강화는 결국 계열사 지분의 추가 매각으로 이어지고, 이는 상장사들의 경영권 방어와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저해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주회사제도상 의무지분율 상향과 관련해 취지는 수긍할 수 있지만 기업 소유·지배 구조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는 법 개정은 신중할 필요 있다"며 "강화된 기준은 대기업집단이 신규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억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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