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윤청신 기자]

부모 부양이 자식의 의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대.

하지만 키워주신 부모님의 조건 없는 사랑에 보답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자식의 도리라고 생각하며 홀로 99세 아버지를 모시는 이가 있다.

동막골에 사는 백남국(67) 씨가 바로 그 주인공.

서울에서 6급 기능직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했던 남국 씨는 정년 퇴임 후, 아들 내외와 함께 지내며 여유로운 노후를 꿈꿨다.

어머니의 건강이 점차 악화되자 남국 씨는 맏이의 책임감으로 5년 전, 서울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동막골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도시에서 사회생활을 했던 그에게 시골에 정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닮아 성실하고 부지런한 남국 씨는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일궈오신 땅에서 농사를 짓고 가축들을 기르며 농부의 길을 이어가고 있다.

1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아버지..어머니의 빈자리가 컸던 탓인지 정정하셨던 아버지는 혼자서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쇠약해지셨다.

살림과는 영 거리가 멀었던 남국 씨는 홀로 아버지를 모시며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어머니와 아내의 노고를 깨닫게 됐다.

요즘 남국 씨가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작업이 있는데...바로 아버지를 위한 '100세 기념관' 만들기.

아버지가 사용하셨던 손때 묻은 물건들을 모아 전시하고, 당신께서 살아온 100년의 세월을 간직하고 추억하는 일이다.

농사일에 집안일까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지경이지만 완성된 기념관을 하루라도 빨리 아버지께 보여드리기 위해 오늘도 남들보다 바쁘게 움직이는 남국 씨.

비록 동막골로 돌아오며 포기해야 할 것들도 많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살아오신 아버지처럼, 이제는 남은 인생을 바쳐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고 싶다.

동막골에서 함께 하는 부자의 시간은 어떤 모습일까.


# 동막골로 돌아온 남자

"농부는 굶어 죽을지언정 씨앗은 먹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평생 농부로 살아오신 부모님 아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백남국(67) 씨.

결혼 후 10년 만에 얻은 귀한 아들, 남국 씨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넉넉하지 못했던 형편 탓에 남국 씨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아버지를 따라 동막골 인근의 돌 광산에서 3~4년 일하며 살림을 보탰다.

18살이 되던 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겠다는 당찬 포부 하나로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고도 없는 서울행을 택하는데...

양복점, 합판 공장 등을 전전하며 쉬지 않고 일하던 그는 선창 산업 공장에서 만난 아내 주옥희(64) 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이후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발을 들인 학교 육성회 일을 시작으로 서울시 교육청에서 21년간 근무하고 6급 방호실장으로 정년 퇴임했다.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아들로, 자식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로 남부럽지 않은 시절이었다.

정년 퇴임 후, 남국 씨는 아들 내외와 함께 지내며 여유로운 노후를 꿈꿨다.

하지만 나날이 악화되는 어머니의 건강... 남국 씨는 맏이의 책임감으로 도시 생활을 접고 동막골로 돌아가 부모님을 모시기로 결심한다.

농사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남국 씨, 하지만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일궈놓은 땅과 가축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아버지를 닮아 부지런하고 꼼꼼한 성격의 남국 씨는 비록 서툴지만 땀 흘려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는 농사일에 재미를 붙이며 동막골에서 초보 농부로서 제2의 인생을 열어가고 있다.


# 99세 울 아버지

슬하에 4남매는 물론, 몸이 불편한 형님네 식구까지 건사하느라 밤낮없이 열심히 일해야 했던 아버지 백낙정(99) 씨.

남국 씨는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아버지가 눕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발소를 가더라도 이발비 외에 수고한 이발사의 점심까지 꼭 챙기시던 아버지.

동막골 주변을 떠도는 들고양이에게도 잘 자리를 내어줄 만큼 배려심 깊고, 따뜻한 아버지는 남국 씨에게 늘 존경의 대상이었다.

어렵게 얻은 맏아들 남국 씨를 누구보다 귀하게 여겼던 아버지..넉넉히 먹이고, 원 없이 가르치진 못해도 아버지는 남국 씨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의지가 되고 싶었다.

함께 살자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출세를 위해 연고도 없는 서울로 올라가 고생만 하는 아들이 아버지는 늘 걱정스럽고 미안했지만 안정적인 직장과 화목한 가정을 원만하게 꾸려나간 남국 씨를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하셨다.

평생 건강한 모습으로 아들 곁을 지키실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급격히 쇠약해지기 시작한 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인데...

1년 전까지만 해도 손수 장작을 팰 정도로 정정하셨던 아버지는 이제 아들의 도움 없이는 걸음조차 떼지 못할 만큼 기력이 떨어지셨다.


# 아들 남국 씨의 고군분투기

아버지가 느끼는 어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남국 씨는 아들로서는 물론 어머니의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다.

빨래부터 청소까지, 집안의 모든 일이 살림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의 몫..서툰 솜씨로 아버지의 삼시 세끼를 매일 직접 준비한다.

하지만 아내의 도움 없이는 아버지의 입맛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데...

동막골에 내려와 홀로 아버지를 모시며 비로소 어머니와 아내의 노고를 깨달아가는 남국 씨다.

곁에 남아 유일한 벗이 되어주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늘 미안하고 고맙다.

과일 한 조각을 먹어도 늘 아들부터 챙기고,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아들에게 짐이 되는 것 같은 미안한 마음에 아들의 얼굴조차 바라보지 못하시는 아버지.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남국 씨기에,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


# 아버지를 위한 '100세 기념관' 만들기 프로젝트

동막골로 완전히 내려온 후에야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물건들이 많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 남국 씨.

아버지의 땀과 인생이 담긴 물건들을 남기고 오래 기억하기 위해 아버지를 위한 '100세 기념관'을 만들고 있다.

아버지가 축사로 사용하시던 공간을 개조한 기념관은 남국 씨가 농사일만큼이나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손으로 직접 꾸리고 싶어 인부도 고용하지 않는다.

10분 거리에 사는 처남 주인식(62) 씨의 도움을 받아 단 한 사람, 아버지를 위한 기념관을 꾸려나가고 있다.

남국 씨의 꼼꼼함과 인식 씨의 손재주가 더해져 점차 제 모습을 갖춰가는 기념관.

이곳이 아버지의 지난 세월을 간직하고 추억하는 장소이자 부자만의 놀이터가 되기를, 손주들에게 무엇보다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남국 씨다.

그런데 요즘, 남국 씨의 마음이 부쩍 조급해진다. 백수하신 아버지의 건강을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노릇.

그렇기에 하루라도 빨리 완성된 ‘100세 기념관’을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은데...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살아오신 아버지처럼, 이제는 남은 인생을 바쳐 마지막까지 아버지의 곁을 지키고 싶은 남국 씨.

동막골에서 함께 보내는 부자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본다.


1부 줄거리

은퇴 후 5년 전부터 부모님을 모시며 농부가 된 백남국(67) 씨.

아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손수 장작을 팰 정도로 건강하셨던 아버지 백낙정(99) 씨의 기력이 급격히 떨어진 건 1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다.

남국 씨는 그런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시지만 무슨 변고라도 생길까 늘 노심초사인데...


2부 줄거리

거동이 불편해지신 아흔아홉의 아버지를 모시고 동막골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남국 씨.

아내 옥희 씨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의 단골 이발소에 방문하고, 함께 산책길에 나선다.

아들과 함께 살고 싶다던 아버지의 말씀을 늦게나마 따르게 되어 남국 씬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옥희 씨와 모처럼만의 데이트를 즐기고 돌아왔는데...


3부 줄거리

예순 일곱 백발의 아들, 남국 씨는 내년이면 100세가 되시는 아버지의 무병장수를 위해선 못할 일이 없다.

어머니가 생전에 담그셨던 칠선주도 빚고, 아버지가 쓰시던 물건들을 모아 ‘100세 기념관’을 만드는 중이다.

때마침 찾아온 아들 부부와 손자들을 위해, 아버지 몸보신도 시켜 드릴 겸 닭장으로 향하는데...


연출 :  한유리

글 :  이시애

촬영 : 민병일, 임한섭

조연출 :  송문기, 양재원

취재작가 :  박은지


방송일 : 2018년 9월 24일(월) ~ 9월 28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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