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개입, 판사 뒷조사 등 사법농단 자행’ 의혹, 첫 강제수사 성과 거둘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수사 착수 100여일 만에 의혹의 ‘몸통’ 인물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유 차량과 고영한 전 대법관의 서울 종로구 자택, 박병대 전 대법관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무실, 차한성 전 대법관의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물론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돼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은 검찰의 수사 착수 석 달여 만에 처음이다.

특히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헌정 사상 첫 사례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 박·차 전 대법관의 주거지에 대한 영장은 “주거의 평온을 해치거나 증거자료가 있을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기각됐다는 점에서 영장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1일 양 전 대법원장의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전날 그의 경기 성남시 자택 서재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USB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재직 시절 보고받은 문건들이 보관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검찰은 당초 법원으로부터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받았지만 “참여인 등의 진술 등에 의하여 압수할 물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되어 있음이 확인되는 경우 그 보관 장소를 압수수색할 수 있다”는 영장 내용을 근거로 USB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USB는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서재에 보관돼 있다고 스스로 진술했다는 점에서 수사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 ‘강제징용 소송 지연’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등에 연루 의혹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실체가 무엇이길래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헌정 사상 첫 압수수색이 벌어진 것일까.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재판거래와 개입, 판사 뒷조사 등 사법농단을 자행하고 부당한 지시를 내리거나 보고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차한성(2011년 10월~2014년 2월)·박병대(2014년 2월~2016년 2월)·고영한(2016년 2월~지난해 5월) 전 대법관은 지난 2012년 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다. 이들이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기간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이다.

차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2013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나 강제징용 소송 지연을 위한 논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전 대법관도 지난 2014년 김기춘 전 실장을 만나 ‘강제징용 소송 지연 방안’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그는 2015년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 판결문 내용 변경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대법원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뒷조사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 등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를 맡았던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 관련 특허소송 개입 의혹도 제기된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부산지역 건설업자 뇌물사건 재판 진행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전국교직원노조 법외노조 관련 소송에 대해 전교조가 승소한 원심을 무리하게 파기하는 법리검토를 주문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고 전 대법관은 ‘사법농단’ 의혹 사건 수사의 발단이 됐던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도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 ‘사법농단’ 몸통 ‘양승태’로 판단
 ‘압수수색 실효성 떨어져 진실 규명에 의구심’ 제기도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를 모두 포괄하는 ‘몸통’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몰랐을 리가 없고 그가 결국 최종 책임자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은 그동안 “소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해왔다. 그러나 결국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이 그만큼 증거를 충실하게 확보했기 때문에 법원도 강제수사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검찰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을 불러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관련 지시·보고 여부를 확인하고, 박병대 전 대법관이 지난 2015년 통합진보당 지방의원 지위 확인소송의 선고기일 연기와 판결문 작성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윤인태 전 부산고법원장으로부터 고영한 전 대법관의 의혹 관련 진술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여야는 ‘사법농단’ 의혹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신경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경우, 관용차가 아닌 개인차에만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며 “과연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증거확보가 가능한 수준인지 여전히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이 아무리 무소불위의 막가파식 국정운영을 자행한다 하더라도 추석 연휴 전날 심재철 의원을 압수수색하고, 어제는 사법농단을 명분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차한성 전 대법관을 차례로 압수수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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