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윤청신 기자]

사과가 무르익어가는 거창의 산골 마을, 오천 평 사과밭에 자리한 '빨간 지붕 사과밭'에는 오성광, 김영순(58) 씨 부부와 늦둥이 사총사가 살고 있다.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열매 맺을 사과밭을 꿈꾸며 작년 겨울, 부부는 퇴직금을 몽땅 털어 이곳 사과밭으로 이사를 왔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대신 서울 남자를 만날 거예요!"

이를 다짐하며 첫 발령지도 경기도로 지원한 사천 아가씨 영순 씨. 그런데 정작 선 자리에선 ‘거창 토박이’ 성광 씨를 만났다.

초겨울 날씨에도 봄 양복을 입고 나온 모습이 눈에 밟혀 세 번째 만나던 날, 결혼 약속을 하고 남편에게 따뜻한 코트 한 벌 입혀주며 부부가 되었다.

결혼 후 이듬해에 첫 아이를 품에 안은 부부. 기쁨도 잠시, 동생을 만들어 주려 몇 차례 임신을 시도했지만 유산의 아픔을 겪었고, 더 이상 아이를 가지기 어려워졌다.

그 순간 입양을 고민했지만 차마 용기를 내질 못했던 부부.

25년이 흐른 뒤, 오랜 고민을 끝에 단아(11), 용구(9), 재희(8), 용재(5) 네 아이를 입양하게 됐다.

7년 전부터 시작된 부부의 인생 2막!

친구들은 노후 준비로 바쁘다던데 성광 씨 부부는 '늦둥이 키우기'에 푹 빠져버렸다.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온종일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사과밭 농사까지...

쉴 틈 없이 바쁜 하루지만 잘 자라는 사 남매를 보면 그저 웃음만 난다.

특히 엄마의 조수를 자청하며 집안일이며 동생들도 야무지게 돌보는 단아 덕분에 든든한 영순 씨. 딸이 있어 행복하다는데...

난생처음 농사를 지어본다는 성광 씨. 오천 평 사과밭 주인이 되면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았다. 

첫 농사부터 지독한 폭염과 가뭄을 만나 매일매일 물 대기에 정신이 없었고 홀로 밭을 일구느라 매일 힘에 부친다. 이제야 한숨 돌릴까 싶었더니 태풍이 온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성광 씨의 사과밭은 무사히 태풍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한때 '늦은 나이에 고생한다'며 입양을 반대한 이도 많았지만 아이들을 만난 지금, 부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가을빛에 사과 알이 영글어 가듯, 빨간 지붕 가족들의 사랑도 달콤하게 익어간다.


# 우리 집은 빨간 지붕 사과 밭

여기저기 달콤한 사과가 익어가는 경남 거창의 산골 마을.

고불고불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빼꼼히 보이는 빨간 지붕 집, 사방이 사과나무로 둘러싸인 이곳에는 오성광(58), 김영순(58) 씨 부부와 사 남매가 살고 있다.

오천 평 사과밭을 열심히 일구면 '우리 가족 잘살 수 있겠다' 생각한 남편 성광 씨.

정년퇴직 후 퇴직금을 모두 털어 작년 겨울, 이곳 과수원으로 이사를 왔다.

집안일도 곧잘 돕고, 동생들도 살뜰히 챙기는 첫째 단아(11)부터 같은 학년, 한 반에서 공부하는 의좋은 남매 용구(9)와 재희(8), 애교가 많다 못해 철철 넘치는 막둥이 용재(5)까지 답답한 아파트에서 살다 여기로 오니 맘껏 뛰고 노래할 수 있어 신이 났다.

게다가 집 뒤편에는 매일같이 따 먹을 수 있는 '우리 사과'가 한가득.

단 한 번도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부부에게 사과밭은 매일이 도전이지만 사 남매에게는 최고의 놀이터다.

# 우리의 행복이 돼줘서 고마워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자, 생각했어요"

경남 사천에서 나고 자란 영순 씨.

무뚝뚝했던 아버지와 오빠들을 보며 경상도 남자 대신 부드러운 서울 남자를 만나리라 다짐하며 첫 교편 발령지도 경기도로 지원했다.

하지만 정작 소개받은 사람은 거창 토박이, 성광 씨였다.

추운 겨울날, 첫 만남 때 얇은 봄 양복을 입고 나타난 남자.

그 모습이 안쓰러웠던지 영순 씨는 선 자리 내내 성광 씨의 옷만 보였다고 한다.

세 번째 만나던 날, "우리 결혼합시다" 결혼 확답을 받아낸 영순 씨는 남편 어깨에 따뜻한 코트를 걸쳐줬고, 그렇게 부부가 된 지 어느덧 31년째다.

부부가 된 다음 해에 성광 씨 부부는 첫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벅찬 기분도 잠시,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어 몇 차례 임신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으리라 생각한 부부, 그 순간 입양을 생각하기도 했다.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선뜻 마음으로 품을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오랜 고민 끝에 첫 아이가 스물다섯 살 되던 해, 단아(11)를 만났다.

단아가 온 뒤로 달라진 일상. 제일 먼저 부부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단아 혼자만 크기에는 외로울 거란 생각이 들어 자연스레 둘째 용구(9)가 두 번째 가족이 되었다.

뒤이어 셋째 재희(8)가 왔고, 얼마 전 넷째 용재(5)까지 네 명의 아이들이 하나둘 부부의 품에 모였다.

왜 사서 고생을 하냐며 가족들은 입양을 반대하기도 했고 노후를 준비할 나이에 일도 쉬지 않고 해야 한다.

그래도 매 순간, 부부를 버티게 한 건 네 아이들이라는 두 사람.

부부에게도 조금은 늦게, 사랑스러운 복덩이들이 생긴 것이다.


# 늦었지만 '엄마니까' 괜찮아

7년 전, 차례대로 네 아이를 입양한 부부.

하루하루 아이들이 주는 행복은 커졌지만 넘지 못할 산이 있었으니 바로 '체력의 한계' 그리고 '주변의 시선'이었다.

아침이면 아이들 밥 챙기랴, 등교시키랴, 출근하랴 저녁이면 숙제 검사하랴, 잠잘 준비하랴 쉴 틈 없이 돌아가는 가족들의 하루.

예순을 앞둔 나이에도 아빠 성광 씨는 매일같이 복대를 둘러차고 사과밭을 향하고 엄마 영순 씨도 점점 다가오는 노안에 쌍안경을 끼지 않으면 통신문 하나 읽기가 힘들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밖에 나서면 '할머니'로 오해받는 일이 많아 상처받기도 했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게 된 지금, 아이들은 부모님이 나이가 많다고 해서, 자신이 입양되었다 해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부 또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연습 중이다.

특히 "50대에는 꼭 딸이 있어야 한다"는 영순 씨, 미용사가 꿈이라며 연습 삼아 엄마 머리에 파마를 말고  집안일이며 동생 돌보기도 살뜰히 하는 단아가 있어 요즘 딸 키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는데.

"엄마가 나이 들어 보이냐?"는 질문에 "엄마는 엄마예요, 20대 같아요"하고 말해주는 아이들.

고된 농사일에 몸은 지쳐가고 몸 어디 하나 성한 곳은 없을지라도 늦둥이 사총사를 위해서라면 "엄마 아빠는 괜찮아!"


# 사과와의 전쟁! 초보 농부 성광 씨의 가을 나기


취미는 책 읽기, 좋아하는 곳은 서재라는 성광 씨.

서울대를 나와 번듯한 직장생활을 해오던 그가 농부가 된 건 작년 겨울, 오천 평 사과밭을 산 뒤부터였다.

평생 '책상물림'으로 직접 농사를 지어보는 건 올해가 처음.

게다가 손이 많이 가기로 유명한 사과 농사인지라 성광 씨, 일생일대 위기에 처했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쉬운 일 하나가 없었다.

갓 이사 왔을 땐 도움 받을 이웃이 없어 백지상태로 밭을 가꿔야 했다.

무슨 일인지 첫 농사부터 지독한 가뭄을 만나 사과밭 물 대기에 바빴고 계속되는 폭염에 열매가 제대로 달리지 않을까 노심초사 맘 졸여야 했다.

영순 씨의 허리디스크 탓에 혼자 두 배로 일을 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지독한 날씨 변덕에도 열매는 열렸고 초보 농부 성광 씨, 이제야 한시름 더나 했더니 다시 찾아온 위기!

곧 태풍이 다가온다는 소식에 성광 씨 표정이 어두워지는데...

한 발짝 곁에 다가온 가을. 하늘은 높아지고 바람은 시원해졌다.

여전히 뜨거운 햇살 아래 가을빛에 사과가 물들어 가듯 빨간 지붕 가족들의 사랑도 한 알 한 알 달콤하게 영글어 간다.


*1부 줄거리 (2018/10/08)

경남 거창의 산골짜기에는 늦둥이 사총사 단아(11), 용구(9), 재희(8), 용재(5) 와 성광 씨 부부가 살고 있다.

가족들은 작년 겨울, 오천 평 사과밭으로 이사왔다.

수차례의 유산으로 네 아이를 입양한 부부, 귀여운 늦둥이 사총사를 키우기 위해 예순이 다된 나이에 난생 처음 사과농사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그런 부모님의 노력 아래 그저 행복하게 자라나고 있다.

깜깜해진 밤, 마당으로 모인 가족들. 무슨 일을 하려는지 달밤에 다같이 우산을 펴들었다!


*2부 줄거리 (2018/10/09)

밤이면 밤마다 마을 대회 준비로 바쁜 가족들, 달밤에 연습 삼매경에 빠졌다.  다음 날, 가장 성광 씨는 오늘도 사과밭과의 전쟁에 나서고, 영순 씨는 콩국수며 보약이며 남편을 알뜰히 살핀다.

다음날은 드디어 기다리던 개학날! 허둥지둥 방학숙제를 검사받느라 아이들은 비상에 걸린다. 그날 저녁, 갑자기 심각해진 분위기... 어쩐 일인지 영순 씨 표정이 좋지 않다!

*3부 줄거리 (2018/10/10)


달밤에 비상에 걸린 영순 씨. 자주 비를 맞고다닌 탓에 아이들에게 머릿니가 생긴 것. 머리를 감기고 자르며 이 박멸에 나선다. 다음 날, 비가 오는 날에도 사과밭 비닐 작업은 한창이다.

홀로 일하는 성광 씨를 위해 사과밭을 찾아온 이웃들. 함께 일하고 영순 씨가 챙겨준 새참으로 고됨을 날려본다. 평소와 사뭇 달리 기대에 차있는 가족들. 오늘은 멀리서 입양 모임 가족들이 영순 씨네 집을 찾았다. 함께 미꾸라지도 잡고 대화도 나누며 그간의 안부를 나눈다. 그날 밤, 방에서 홀로 울먹이는 재희.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방송일시 : 2018년 10월 8일(월)~10월 12일(금)

채 널 : KBS 1TV 07:50 ~ 08:25

프로듀서 : 이은수

제 작 : 타임프로덕션(02-761-6921)

연출 : 박정규 / 촬영 : 강호정, 이동환, 서종백 / 글․구성 : 강유정

조연출 :  이재현


취재작가 :  이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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