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5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우려하며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금융위원회의 대표적 대출규제 방안인 DSR 규제 방안을 두고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 간 의견 차를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 여야가 15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우려하며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금융위원회의 대표적 대출규제 방안인 DSR 규제 방안을 두고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 간 의견 차를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여야가 1500조에 육박한 가계부채의 총량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국회 정무위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이달부터 전 금융권에 도입하기로 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에 대해 지금보다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태옥 무소속 의원은 DSR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하면 서민들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11일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연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1500조에 육박한 가계부채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인 제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우리나라가 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가계부채 총량 관리가 부실하다”며 “현재 가계부채 총량은 1450조 원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0%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처분소득은 가계의 수입에서 세금과 같은 의무지출액을 뺀 돈으로 소비와 저축 등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

제 의원이 언급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인 경우 가계가 1년 동안 번 돈을 전부 빚 갚는데 써야 한다고 해석한다. 즉 이 비율이 160%라는 건 국내 가계가 1년 소득을 몽땅 부채 상환에 쓰더라도 아직 남아있는 빚이 연 소득의 절반 수준이라는 뜻이다.

제 의원은 가계부채가 늘어난 원인에 대해 “박근혜 정부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완화하면서부터 LTV 비율이 높은 위험 대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LTV는 은행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줄 때 적용하는 지표로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 한도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LTV가 40%라면 시가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최대 4억까지 대출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LTV를 최대 70%까지 완화한 바 있다.

제 의원과 마찬가지로 여당인 최운열 의원도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가계신용(가계부채와 카드사 판매신용을 합친 규모)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돈 적이 없다”며 “이런 상태를 지속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특히 다중채무자 증가 추세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대출 관련 규제를 완화한 2014년부터 다중채무자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현재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받은 다중 채무자가 418만 명, 채무 규모는 493조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4년 사이 다중채무자는 20% 넘게 증가했고 채무액도 150조 원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국회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15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규모가 최근의 금리 상승세와 맞물리면 우리 경제에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재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1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수 있고 중소기업은 빚을 갚지 못해 줄도산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인 김성원 의원도 “미국의 금리 인상과 물가상승으로 연내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의 부실 우려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예금과 대출 금리를 따라 올린다. 야당 의원들의 주장은 가계부채 규모가 큰 만큼 대출 금리가 오를 때 서민과 중소기업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야의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가 경제 시스템의 위험요인으로 번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가계부채 문제를 방치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계부채 총량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금리가 오를 경우 취약차주(저소득 서민 등)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금융위가 시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가계부채 총량 관리 방안의 사례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실제로 금융위는 이달부터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과 여신전문회사, 보험회사, 상호금융회사 등 모든 금융권에 대표적 대출 규제인 DSR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대출자가 갚아야 하는 대출원금과 이자)을 계산해 대출 심사에 적용하는 지표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그동안 가계부채 증가가 지나치게 빠르지 않도록 DSR 규제 등 여러 대출 규제 대책을 추진했고 그 결과 증가율은 예년에 비해서 많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최 위원장은 또 제윤경 의원이 “은행이 시행하는 DSR 규제가 약한 편이다”며 “특히 고DSR 기준이 DSR 80% 수준인 것은 너무 느슨하지 않느냐”고 질의한 데에 대해선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행은 DSR이 100%를 넘어설 경우 고DSR로 분류하고 있다. 고DSR은 위험대출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선이다. 예를 들어 연간 갚아야 할 대출원금과 이자가 총 5000만 원이고, 연 소득이 5000만 원이면 DSR은 100%가 된다. 연 소득의 전부를 대출원금과 이자 갚는 데 써야 한다는 뜻이다. 은행들은 고DSR 기준을 넘어설 경우 위험대출로 분류하고 까다로운 대출 심사를 하게 된다.

금융위는 현재 고DSR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정한 현행 고 DSR(DSR100%)기준이 너무 느슨하다고 생각해서다. 최 위원장이 이날 고DSR 기준에 대해 “DSR 80%를 위험대출 기준으로 삼는 건 느슨한 편”이라고 밝힌 만큼 추후 금융위가 발표한 고DSR 기준은 이보다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최 위원장은 “은행권 평균 DSR이 71% 정도인데 어느 정도 수준을 고(高)DSR로 볼지, 고DSR 대출 비중을 얼마나 둘지 등을 금감원과 함께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 의원은 DSR 규제 강화를 재차 강조하며 “지방은행의 경우 평균 DSR 자체가 100%가 넘은 은행이 많고, DSR 100%가 넘는 차주의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은행도 있어 부실 위험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DSR 규제를 지나치게 강화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태욱 의원(무소속)은 이날 “은행권에서 DSR 80%와 100%를 초과하는 차주(금융기관에서 돈 빌린 사람)의 연평균 소득이 각각 2000만 원, 1800만 원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DSR을 너무 강화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의 대출을 조이고 아예 집 장만하는 데 어려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DSR을 도입하려는 취지는 금융기관의 여신건전성”이라며 “그런 취지라면 너무 많은 여지를 주는 것도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DSR 규제 강화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다만 그는 “(DSR 규제로 대출이 어려워진)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고려하겠다”며 “정책자금, 서민대출 등을 DSR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이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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