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가 드러난 금감원이 탈락한 지원자에게 8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지난 13일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 채용비리가 드러난 금감원이 탈락한 지원자에게 8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지난 13일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채용비리를 저지른 기관과 기업을 상대로 한 첫 배상 판결이 나왔다. 부적격자를 채용하는 등 채용비리가 드러난 금융감독원이 탈락한 지원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2부는 채용비리로 인한 탈락자 A씨가 금감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씨에게 손해배상금 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5년 금감원의 금융공학 분야 5급 신입 공채에서 필기시험과 두 차례의 면접을 지원자 중 최고 점수로 통과했지만 최종면접에서 탈락했다.

반면 최종면접에 오른 3명 중 필기시험과 1·2차 면접 합산 점수가 가장 낮았던 B씨는 최고점자 A씨와 차점자 C씨 등 2명을 제치고 최종합격했다.

이후 감사원이 금감원의 채용비리 의혹을 감사하면서 A씨의 탈락과 B씨의 합격을 둘러싼 배경이 드러났다.

지난해 9월 공개된 감사원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은 당초 면접 계획에 없던 지원자들의 평판(세평)을 조회해 이를 최종 평가에 반영했다. A씨를 비롯해 다른 직장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들에 대한 평판을 조사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A씨가 전 직장 내 평판이 좋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이를 반영해 A를 탈락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전 직장은 “금감원에게 A씨의 평판에 대해 알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B씨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지방 학교를 졸업했다고 지원서에 기재해 합격에 유리한 ‘지방 인재’로 분류됐던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최종 합격했다. 채용공고에 의하면 지원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합격이 취소되어야 하지만 금감원이 이를 묵인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평판조회 결과만으로 노력을 공정하게 평가받을 기회를 박탈당해 느꼈을 상실감과 좌절감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감원에게 A씨에 대한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자신을 채용해달라는 A씨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용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됐더라도 최종 합격했을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금감원은 14일 현재까지 피해자 A씨에 대한 구제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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