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선 무죄 판결, 스리랑카에선 증거 부족으로 성추행 혐의만 적용

스리랑카 검찰이 지난 1998년 발생한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의 주범을 한국 법무부 기소요청에 따라 스리랑카 내 공소시효 만료 4일 전인 지난 12일 콜롬보 고등법원에 성추행죄로 기소했다. <사진=법무부>
▲ 스리랑카 검찰이 지난 1998년 발생한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의 주범을 한국 법무부 기소요청에 따라 스리랑카 내 공소시효 만료 4일 전인 지난 12일 콜롬보 고등법원에 성추행죄로 기소했다. <사진=법무부>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20년 전 발생한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 범인으로 지목됐다가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은 스리랑카인이 자신의 본국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법무부는 지난 12일 스리랑카 검찰이 한국의 기소요청에 따라 스리랑카인 K(51)씨를 콜롬보 고등법원에 성추행 혐의로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기소는 공소시효(20년) 만료 5일 전에 이뤄졌다. 

K씨는 지난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학 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대학생(1학년) 정 씨를 구마고속도로 아래 굴다리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15년 만인 2013년의 일이다. 

사건 발생 당시 정 씨는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돼 단순 교통사고로 사건이 종결됐다. 하지만 지난 2013년 K씨의 유전자(DNA)가 정 씨의 속옷에서 발견되면서 재수사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K씨을 특수강도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기소 당시 강간죄 공소시효(5년, 2003년 만료)와 특수강간죄 공소시효(10년, 2008년 만료)가 만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유일하게 공소시효가 남은 특수강도강간(공소시효 15년) 혐의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1심 법원은 K씨가 정 씨의 가방 속 현금, 학생증, 책 등을 훔쳤다는 강도 행위의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K씨는 2심 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소재 내 스리랑카인을 전수 조사해 K씨의 공범으로부터 K씨가 정 씨 가방에서 책을 훔쳤다는 진술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공범 진술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이후 지난해 7월 대법원이 2심 무죄 판결을 확정하면서 K씨는 스리랑카로 강제 추방됐다.

K씨의 처벌 방안을 세우던 법무부는 대구 지검과 협의하여 스리랑카 법령상 강간죄의 공소시효가 남은 것을 확인하고 스리랑카에 사법공조를 요청했다. 

스리랑카는 한국과 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라 공조거절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김영대 대구지검 검사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전담팀은 1000페이지에 달하는 증거서류를 번역해 전달하고 스리랑카를 두 차례 방문하는 등 협조를 요청해 K씨에 대한 현지 검찰의 기소를 이뤄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본래 강간죄 기소를 요청했지만 스리랑카 검찰은 K씨의 DNA가 피해자의 몸이 아닌 속옷에서 발견된 점, 강압적 성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 추가 증거가 없는 점을 이유로 성추행 죄로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스리랑카 형법상 성추행 죄는 법정형 징역 5년 이하다. 추행, 성희롱 등 성적으로 괴롭히는 행위에 대해 폭넓게 적용한다.

법무부는 “스리랑카 사법당국으로서도 2006년 형법 개정 이후 최초의 국외 발생 범행에 대한 기소 사안”이라며 “추후 공판 과정에서도 스리랑카 검찰과 협조해 ‘범인필벌’이란 사법 정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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