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필코 평화 이루고 분단 극복해낼 것...오늘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실현될 것”
문재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에서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기필코 평화를 이루고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탈리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특별미사> 연설에서 “인류는 그동안 전쟁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써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시편의 말씀처럼, 이제 한반도에서,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 퍼질 것”이라며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오늘 우리의 기도는 현실 속에서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한반도정세 변화와 관련 “지난 9월, 나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남북 간의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했으며,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전 세계에 천명했다”며 “미국과 북한도 70년의 적대를 끝내기 위해 마주 앉았다. 교황성하께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신 기도처럼,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청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대표단을 파견하여 한반도의 평화를 강력하게 지지해 주었다. 교황성하께서는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해 주셨고, ‘기도로써 동행’해 주셨다”며 “남과 북, 우리 겨레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주신 교황성하와 교황청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교황청 미사에 직접 참석하고, 연설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주제로 10분간 연설하도록 교황청이 배려한 것은 “매우 특별하고 이례적인 것(unique and exceptional)”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날 미사는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추기경이 집전했다. 교황청에 따르면 교황은 원래 교황청 외부 미사를 집전하지 않는 그간의 관례에 비춰보면 교황이 직접 집전하지 않았더라도 파롤린 추기경이 직접 미사를 집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미사에서는 한국어와 이탈리아어를 병기한 바티칸 대축일 수준의 미사 경본이 특별히 제작돼 사용됐다. 또 미사 경본 표지에는 가톨릭 성화 전문 작가로 활동하는 심순화가타리나 화백의 작품 ‘평화’가 실렸다. 이 작품은 2006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봉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의 강론은 첫 문단만 파롤린 국무원장이 이탈리아어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2009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로마에서 유학 중인 장이태 신부가 한국어로 읽었다. 미사 참석자 대부분이 다른 언어를 쓰는 만큼 참석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미사에는 주한교황대사를 지낸 몬테리시 추기경을 비롯해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참석차 로마를 방문 중인 유흥식·조규만·정순택 주교 등이 참석했다. 또 소프라노 조수미씨와 칼리스타 깅리치 주교황청 미국대사,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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