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수단으로 몰락한 국정감사...‘5.24조치 해제발언’·‘심재철 논란’ 與野 힘겨루기
총 16회 파행한 국정감사, 정부 견제·감시 사라진 채 ‘맹탕국회’ 비판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역대 최대 피감기관 선정에도 국감일수 부족해”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재정정보원 등 5개 기관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비인가 재정정보 유출 사건을 놓고 여당 의원들이 심 의원의 국감 배제를 요구하자 여야가 충돌해 정회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재정정보원 등 5개 기관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비인가 재정정보 유출 사건을 놓고 여당 의원들이 심 의원의 국감 배제를 요구하자 여야가 충돌해 정회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년도 국정감사가 종합감사를 끝으로 종료됐다. 이번 국감을 통해 이슈화 된 생활형 3대 비리(유치원 비리·고용세습·사법농단)는 후속조치까지 이어져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5.24조치 해제발언’·‘심재철 논란’등으로 여야는 정쟁과 파행을 이어갔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이번 국감에 대해 자화자찬을 이어갔지만 국감기간 내 모니터링을 진행한 시민단체들은 ‘C’학점으로 평가하며 비판을 내놓았다. 국회가 총 20일 간의 국감 여정을 마친 가운데 이번 국감을 되돌아본다.

국감이 종료된 직후 국회는 3대 비리에 대해선 각각 높게 평가하면서도 전반적 국감에 대해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치권은 일제히 자신들의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여당은 ‘정쟁국감’을 야당은 ‘방패국감’을 문제 삼았다.

▲與野 국감 자찬 속 ‘정쟁국감’vs‘방패국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0월 3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국감에 대해 ‘수우미양가’ 중 ‘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여당은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사립 유치원 비리 폭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사법농단’ 지적으로 이뤄진 여야 4당의 특별재판부 설치 요구를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집권여당으로서 정부에 대해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많은 성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선 홍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번 국감에서 모든 상임위를 통틀어 파행은 총 16회 진행됐다. 그는 “한국당에서 파행을 시켜놓고 이후 유감 표명을 하면서 복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이 국감을 통해 지적한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재정정보 유출 의혹,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평양공동선언·남북군사합의서 비준 등을 거론하며 “근거 없는 비방, 막무가내식 정치공세, ‘아니면 말고 식’ 폭로 등을 지양하고 생산적인 국감을 하자고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두고 “국정조사를 요청하는 당에 단 한건이라도 비리가 신고가 됐거나 외부에서 권력을 행사한 사례가 있다면 그것을 놓고 국정조사를 결정하자고 했는데 현재까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선(先) 감사원 감사 (後) 국정조사’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감사원 감사는 3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며 “국회도 법안과 예산 심사로 바쁜 만큼 국정조사를 하더라도 충실하게 하려면 내년 1월쯤 국정조사 여부를 논의하면 된다”고 했다.

한국당 역시 자신들의 국감 성적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정부여당이 이번 국감을 ‘방패국감’으로 악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희경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당의 국감 성과에 대해 “정부여당의 국정감사 무력화 방해 시도 속에서도 경제위기, 안보불안, 국정무능, 자유민주주의 파괴라는 4대 실정을 밝혔다”고 평가했다.

송 대변인은 “무엇보다 현 정부의 검증되지도 않은 소득주도성장 실험의 결과로 실업대란, 양극화 심화, 투자절벽, 물가상승, 경기침체, 기업 해외탈출, 외국인의 셀코리아와 주가 폭락을 겪으면서, 우리 경제가 미증유의 경제위기 ‘퍼펙트 스톰’을 맞이하고 있다는 경제실정이 국감에서 여과 없이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이런 상황에서 밝혀진 공공기관의 청년 일자리 도둑질은 국민적 공분을 사게 만들었고 야 4당이 공동으로 국정조사를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앙적 탈원전과 무분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된 의원님들의 송곳 질의가 쏟아지면서 국민들께 탈원전 폐해를 소상히 알릴 수 있었다”며 “한국당은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현 정권의 실정과 기관증인들의 위증행위에 대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통해 철저히 심판을 받도록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겠다. 부당노동행위를 명시해 노조의 압력에 의해 발생하는 고용세습을 원천적으로 차단 하겠다”며 ‘고용세습’을 전면에 띠웠다.

바른미래당 역시 ‘정책국감’을 진행했다고 자찬했다. 유의동 바른미래당 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은 이번 국정감사를 문재인 정부와 대한민국을 ‘바로잡는 국감’으로 명명하고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유 수석부대표는 “대부분의 국감기간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의 정치공방으로 파행을 맞았지만, 바른미래당의 의원님들은 의연함을 잃지 않고, 국감의 정상운영을 이끌며 정책국감을 주도해왔다”고 밝혔다.

김수민 공동부대표 역시 “이제까지 국회에서의 정쟁국감, 호통국감이 아니라 바른미래를 만드는 ‘정책국감’을 진행하며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며 “국회는 갈등을 쌓는 국회가 아니라 문제를 푸는 곳이어야 한다. 바른미래당은 앞으로 국민들의 문제, 민생과 경제의 현안을 푸는 일하는 정당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쟁 수단 된 국감-강경화 ‘5.24조치 해제발언’
정치권이 자신들의 성과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이번 국감에서도 정부의 견제·감시 보다는 여야 정쟁이 주를 이루는 모습을 보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발언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유출’ 논란 등은 여야 정쟁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

지난 10월 11일 국감의 최대 이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발언이었다. 이날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강경화 장관에게 “금강산 관광이 (유엔) 제재사항이 아니다. 5.24제재 조치 때문인데 해제 용이가 있는가”라고 질의했고 강 장관이 “관광은 (제재사항이) 아니다. 다만 금강산 관광 등을 위해서 자금이 유입되는 부분은 제재 대상이다. 개인이 음식을 사먹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5.24조치 해제 논의가 관련부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후 정진석 한국당 의원이 강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5.24제재 조치가 시행돼왔다. 하지만 민간단체나 지자체 간 교류는 이뤄지는 등 유연화 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핵심적인 두 가지 남은 제재인 교역중단·신규투자중단 이것을 풀어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5.24 조치가 “지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인해 시행된 조치”라며 “이를 해제하려면 천안함 유가족들에게 먼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당 논란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정부는 5·24 대북조치 해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 일정 부분 논란을 잠재웠다.

조 장관은 “5.24 조치를 따르면 모든 방북도 금지하고 인도적 지원도 금지해야 하며 남북 교류협력을 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교류협력을 하면서 (5.24에 대해) 유연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같은 유연한 조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쟁 수단 된 국감-심재철 ‘비인가 행정정보 유출’
심재철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유출’ 논란 역시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됐다. 지난 10월 16일 재정정보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가 심재철 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유출’ 논란을 놓고 한때 파행을 겪었다.

재정정보원을 대상으로 한 이날 기재위 국감은 결국 여야 강대강 대치로 한 때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심재철 의원의 기재위원직 사퇴와 증인석에 앉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자유한국당 측은 정부의 잘못을 ‘물타기’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심 의원께서 국감에 감사위원으로 사퇴하지 않고 과연 우리 기재위가 정상적인 국감이 가능할 것인가, 저는 상당히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감사인과 증인으로 국감장에 마주치는 적이 있었는지, 성립되기 어려운 국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심 의원이 폭로한 비인가 행정정보 내 정부의 업무추진비 사용이 부적적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마치 청와대와 기재부 대변인으로 앉아있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발언을 가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성호 위원장이 중재에 나섰지만 김경협 의원은 “저질이잖아”라고 소리쳤다.

▲견제기능 사라진 ‘파행 국감’
실제로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국감에서 모든 상임위를 통틀어 파행은 총 16차례 진행됐다.  때문에 정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본래의 기능은 사라져 ‘맹탕 국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국감의 파행은 시작과 동시에 이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 질의 무산으로 한 때 파행하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이날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인사말이 시작되기도 전에 잠시 파행했다. 야당의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춘천지방법원장 재직 시절 공보관 운영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했다고 지적하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직접 답변해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9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 역시 같은 결과였다. 야당은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가 아닌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직접 겨냥했고 여당이 이를 문제삼으면 결국 파행됐다.

이날 이채익 한국당 의원은 “이 지사가 성남 시장부터 지금까지 정치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지 제소를 많이 했다”며 현황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이 지사는 “제소는 개인적 일이다. 이채익 의원도 제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제소한 바 있다. 여기는 국감을 하는 곳이고, 개인적 관계에 대한 자료는 국감 범위를 벗어나는 일 같아서 재고하겠다”고 받아쳤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여기에 덧붙여 “의원하면서 수감기관 증인이 서류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는 없었다. 국회 권위 차원이다”라며 이 지사의 가족 문제와 관련된 녹취파일을 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감 최종 성적 ‘C’
정쟁과 파행이 이어진 국감에 대해 정치권은 자신들의 성과에 대해 자찬했지만 정작 국정감사를 지켜본 시민단체들은 ‘C’라는 평가를 내렸다.

전국 각 분야 27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지난 10월 22일 중간평가에서 이 같은 평가를 내리며 “역대 최대의 피감기관을 선정했으면서도 국감조법으로 정해져 있는 30일 국감을 하지 않고 20일만 국감을 하면서도 밤샘 국감도 부족한 시간일텐데 현장시찰과 민간인 증인에 시간을 할애하고 태부족한 시간은 감정싸움하듯 정회를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여당을 향해서도 “진정으로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면 여당이 정부 감싸기 보다는 정부가 제 역할을 하도록 지적·시정케 해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에 대해선 “이번 국감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었으나, 존재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디브레인 관련 ‘백도어’ 가능성 제시,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라돈 생리대 문제 등은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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