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이낙연 국무총리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들어선 이후 ‘20년 집권론’이 등장했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 ‘협치’를 해야 할 여당 상황에서 ‘20년 집권론’은 거꾸로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됐다. 그러나 ‘인물 부재론’에 빠진 야당에 비해 집권 여당 민주당은 잠룡들이 넘쳐나 여유가 느껴진다. 역대 대통령 중 영호남을 제외한 타 지역에서 대통령이 탄생하지 않았다는 점에 비쳐 넘쳐나는 영호남 인물군은 차기 대선에서 최대의 경쟁력이다.

잠룡군이 넘쳐나다 보니 야당과 경쟁보다는 여권 내 차기 대권 주자간 물밑에서 눈치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일단 집권 여당 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잠룡군을 보면 양손이 모자랄 정도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필두로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추미애·정세균·송영길·김두관 의원 등 9명이다. 여기에 외부에 있는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까지 가세할 경우 10명이다.

현재 범여권 차기 대권 주자 순위에서 1위는 이낙연 총리다. 이 총리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세균.송영길 의원과 함께 몇 안 되는 호남 출신이다. 임 실장은 전남 장흥, 이 총리는 영광, 송 의원은 고흥, 정 의원은 전북 진안 출신이다. 이들 4인방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모두 영남 출신이다.

경북 상주가 고향인 김부겸, 안동이 고향인 이재명, 경남 창녕출신 박원순, 고성출신 김경수, 남해출신 김두관, 추미애·유시민 두 인사는 대구가 고향이다. 민주당 잠룡군 면면을 보면 ‘영남 패권주의’라는 말이 실감난다.

인물면에서 문 대통령의 뒤를 이을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가 영남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드루킹 파문’속에서 당선된 김경수 지사를 비롯해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박원순 시장, 여권 내 TK 차세대 리더로 꼽히는 김부겸 장관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해찬 대표의 보좌관 출신으로 노무현 재단 이사장에 오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장외 ‘블루칩’으로 통한다. 여기에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올라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이재명 지사 역시 차기 대권레이스에서 빼놓을 수 없다. 현직 대통령이 경남 거제 출신인데다 친노.친문 주자들이 다수인만큼 영남 잠룡군이 ‘갑’의 위치에 서 있다고 봐다 큰 무리가 없다.

‘영남 대망론’이 ‘호남 대망론’을 압도하고 있지만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호남 출신의 이낙연 총리가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대선이 3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이 총리의 1위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인구나 세력 면에서 비주류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 총리뿐만 아니라 임종석 비서실장, 정세균.송영길 모두 비슷한 처지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TK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단체장을 배출한 여당으로서 향후 영남표를 가져올 당내 후보가 본선 경쟁력이 높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DJ만이 유일하게 호남출신으로 대통령에 올랐고 나머지는 모두 영남에서 배출됐다. DJ도 충청권 대표 정치인인 DJP연대와 이인제 경선 불복에 따른 대선 출마가 없었다면 당선이 힘들었다.

여당 의원들과 대화하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왼쪽부터 한정애 의원, 임 실장, 최재성 의원, 정세균 전 국회의장. <사진제공=연합뉴스>
▲ 여당 의원들과 대화하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왼쪽부터 한정애 의원, 임 실장, 최재성 의원, 정세균 전 국회의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호남 잠룡들 간 연대론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세균 의원의 연대론이다. 두 인사는 같은 호남 출신이지만 임 실장은 광주.전남이 지역적 기반이고 정 의원은 전북으로 겹치지 않는다. 또한 이낙연 총리와 경쟁적 관계에 있다는 공통점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정세균 의원의 지역구이자 ‘정치 1번지’인 종로를 임 실장이 물려받을 것이란 소문이 정치권에 회자된 배경이다. 임 실장 역시 문재인 정부 들어 ‘정권 2인자’로서 정세균 사람들을 정부부처 및 산하 기관에 보내는 데 보이지 않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소문도 여권 내 그럴듯하게 돌았다.

바야흐로 민주당은 호남당을 탈피해 영남을 껴안고 전국 정당과 ‘20년 집권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남 패권주의’에 맞서 ‘임종석-정세균 발 호남대망론’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