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의미 있는 일자리 투자해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염태영 수원시장은 11월 28일 수원시청 시장실에서 진행된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를 활성화시키고 분권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제의 틀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인구 100만 특례시 지정을 추진해온 염 시장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 대해 “진보이고 성과”라면서도 “우리나라는 헌법에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지방자치와 조례로 위임 시킬 수 있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여전히 남은 과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월 평창올림픽 이후 모든 의제가 남북문제에 집중돼 개헌문제를 포함한 다른 이슈들이 사회적 아젠다에서 사라진 것에 대해서 아쉬움도 드러냈다.

기초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일자리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염 시장은 정부의 일자리정책에 대해서 “벽을 너무 많이 느꼈다”며 “중앙관료와 행정하시는 분들은 지자체 현장의 목소리를 안 듣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 시각으로 경찰 몇 명, 소방관 몇 명, 이렇게 해서는 확산 모델이 안된다”고 지적하고, “지역에 의미 있는 일자리를 투자해주면 상당부분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염태영 시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지난 지방자치의날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 따르면 100만 이상 대도시에 특례시를 부여하고 추가적인 사무 특례를 확대해 나간다고 되어있다. 특례시 지정은 시장님의 주요 공약이었고 지난 임기 때부터 상당히 공을 들이셨는데 만족할만한 성과인가?

특례시 문제는 지난 2012년부터 우리 지역 국회의원을 통해 입법발의 해놓고 6년 동안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워낙 완강한 태도를 보여서 이번에도 기대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를 자치발전 위원회에서도 꾸준히 깊이 있게 논의해왔고, 이번 정부 입법안으로 들어간 데는 청와대에서 같이 자치분권 했던 비서관들이 일부 역할을 했다. 이런 것들이 쌓여서 행정적 명칭으로라도 ‘특례시’가 들어가게 된 거다. 

저로서는 일단 진보이고, 일종의 성과다. 앞으로 행정적·재정적 권한을 얼마만큼 위임 시켜줄 것인가는 지금부터의 과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헌법에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지방자치와 조례로 위임 시킬 수 있다. 틀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여전히 남은 과제다. 

-개헌에 대해 국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정부안으로 내는 순간 끝났다 그러더라. 국회의원들이 이번 국회에서는 이미 다 포기하고 있는 것 같다. 

2017년 대선 주요 5개 정당의 후보들이 전부 다 개헌을 얘기했고, 올해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붙인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은 정부 입법안으로라도 자기 몫을 다 해 약속에 대한 책임을 지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그걸 정치가 왜곡시키는 거다. 사실 약속을 지킨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 한 분이셨고, 다른 사람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결국은 다 보이콧해서 국회에서 논의 자체가 안됐다. 더구나 올해 2월 평창올림픽 후에 모든 의제가 남북평화협력과 새로운 화해의 시대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되면서 경제문제를 포함해 모든 다른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버렸다. 그런 분위기에 개헌문제가 실종됐다.

-권력구조 개편도 개헌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어느 경우든지 여당은 대통령제로 가고, 야당은 권력 분점형 체제를 얘기했다. 그러니까 이것은 지금 정치역학 상에서 합치와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저는 지방정부에서 배우라는 거다. 이견이 있을 때는 집단 지성의 힘이나 사회 공감으로 해결하자. 정치인들은 정치적 이해관계로 그걸 합의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상수 전 (노동부)장관이 국민 참여형 개헌을 얘기했다. 

주요 이슈가 되는 것들이 쟁점으로 부딪혀 한 발짝도 못 나가면 사회 공론화 해 국민참여 방식으로 이것을 크게 가닥을 잡자는 거다. 권력 분점형에서 아직까지 국민들은 의원내각제나 이원 집정부제 포함해서 다른 형태에 대해 익숙하지 않으니까 대통령제를 제일 많이 선호한다. 그러니 국민들이 그 시점에 가장 많이 중지를 모을 수 있는 결정을 하면 된다.

-특례시가 되면 수원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시장님이 그리는 특례시는 어떤 것인가?

일본에서는 우리 시와 우호도시 관계에 있는 사이타마시도 그 대상이 되는 시이고, 상당한 경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일본은 현 안에 시가 있고, 그 시가 100만 급이 되면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 현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도로망 확충이라든지, 문화적인 사업의 연대라든지 주변 시와 협력해야 될 사업들만 관여한다. 지금 우리처럼 도에서 부시장을 파견하는 게 아니라, 부시장도 독자적으로 가고 시도 독립적인 예산 재정권을 다 갖고 있다. 기초 단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현에서 간섭하지 않는다. 그게 보충성의 원칙이다. 

우리는 광역이 모든 일을 선도하고, 지자체는 거기에 맞춰주는 식이다. 이건 100만 급 도시에는 안 어울린다. 울산과 수원을 대비해보면 수원이 인구도 더 많고, 인프라, 인적 자원 다 충분한데 오로지 권한만 안 줬다. 비효율이다. 울산시는 예산이 수원의 2배고, 공무원 수도 2배다. 울산 시민이 받는 사회복지 비용이 1인당 140만원 수준인데, 우리 시는 기초 지자체라는 이유만으로 68만원 수준이다. 행정서비스도 그만큼 더 불편하다. 

이건 사회정의 차원에서도 온당하지 않다. 그래서 그동안 특례시 지정 노력을 끊임없이 했던 거고, 다행히 수원 외에도 창원, 고양, 용인까지 (100만 도시가) 되다 보니까 (특례시 지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곧 100만 도시가 되는 성남, 그리고 청주나 전주처럼 광역시가 없는 도의 거점도시 역할도 필요하다. 지방자치를 활성화시키고 분권을 제대로 하려면 이 도시들도 특례시 범주에 들어가는게 꼭 필요하다. 

-시민들이 교육문제에도 관심이 높다. 경기교육발전협의체라는 것을 제안하셨던데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나?

최근 경기도 교육감이 마을 공동체 학교, 꿈의 학교 등 지역의 재능기부를 통해서 방과 후 학교라든지 특성화 교육을 할 수 있는 단위들을 계속 만들고 있다. 수원의 경우 학부형들 중에 재능 있는 사람들이 청소년학교도 만들고, 화성 바로 알기 학교, 또 어떤 경우에는 도자기 만드는 수업, 음악으로 재능을 개발하는 수업도 있다. 학교에서 다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은 지역사회에 연계하고, 지역의 자원과 연계할 수 있는 새로운 방과후 모델이다. 그것이 생활기록부에도 들어가고 이제 성과를 내고 있다. 그것을 혁신교육도시로 차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시는 학교 수업에 대해서는 간섭을 못 하지만 학교 시설 상당 부분은 시가 투자해서 개선시키기도 한다. 교육청의 필요도 있고, 우리 시의 필요도 있으니까 이런 것들이 충분히 논의되는 구조를 교육감께 제안했고, 이번에 경기도지사가 결단해서 파격적으로 지자체가 15%만 내고, 85%를 도 교육청이 내서 학교 체육관 강당 136개를 새로 추가했다. 

그동안 우리가 미세먼지를 따로 생각해왔는데 요즘은 체육을 밖에서 못한다. 그러니까 체육관 강당을 빨리 짓기 위해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 이럴 때 일방적으로 교육청이나 다른 주체가 하지 말고, 지역사회에서 교육을 같이 책임지는 주체가 교육발전협의회, 교육정책협의회 같은 걸 만들어서 그 안에서 정책 결정을 하고 예산에 대한 분담도 같이 논의하자, 이런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대통령으로 출발했지만 성과가 잘 안 나고 있다. 시장님도 일자리 시장으로 유명하고, 일자리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계신데 일자리 정책은 어떤가?

민선 5기부터 저는 일자리 시장으로 불리기 원했고, 그런 일들을 쭉 해왔다. 고용노동부 평가에서 4년 연속 일자리 최우수 도시 상도 받았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온 시장으로서 지방정부 차원에서 해온 좋은 일자리 창출 모델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이걸 중앙정부에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에 지자체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선임이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회의에 빠지지 않고 쭉 나갔는데, 벽을 너무 많이 느꼈다. 중앙관료와 행정하시는 분들은 지자체 현장의 목소리를 안 듣는다. 기본적으로 자기들은 성인이고, 지자체 특히 기초 지자체는 유치원이나 초등학생 수준으로 본다. 사실 공공 영역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마중물 역할이지 그걸 다 만들 수가 없다. 공공에서 지역에 의미 있는 일자리를 투자해주면 상당 부분의 성공적 모델을 만들 수가 있다. 

일자리 수석, 정책 수석,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결국은 중앙부처의 예산을 세우고, 그걸 갖고 일종의 공공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이 중앙정부 시각으로 경찰 몇 명, 소방관 몇 명, 이렇게 하는데 그건 확산 모델이 안된다. 중앙 공무원을 만들어 놓는 거다. 우리는 그 일자리가 다양하고, 성공 모델들은 주변으로 확산할 수가 있다. 그걸로 일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구체적 사례를 이야기해달라.

요즘 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이성문제, 왕따문제, 성적문제, 부모와의 갈등으로 자살하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이탈되기도 한다. 옛날에는 다친 것을 치료해주는 양호교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물리적으로 다친 것보다도 이렇게 아이들의 심적 상처가 크기 때문에 시대상황에 따라 정책도 바뀌어야 된다. 심리상담사가 형, 누나, 언니의 역할을 해주고, 상담해주고, 청소년들이 사회의 여러 자원들과 연계해서 자기 문제를 해결하게 도와주는 거다. 

제가 시장이 되자마자 구별로 한 학교씩 심리상담 전문 사회복지사를 파견했다. 성과가 좋아서 10명 늘리고, 그 다음에 27명, 지금은 57명이다. 그런데 교육청이 태클을 걸었다. 우리 돈을 들여 학교에 파견하는데 그것도 학교장이 안 쓰겠다고 하면 끝이다. 상담교사를 배치한 학교들은 너무 좋아한다.

-교육청에서 그러는 이유는 뭔가?

교육청에서 지금도 많은 비정규직 일자리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시가 예산을 일부 대더라도 언젠가는 자기들이 고용해야 될 정규직의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거다. 이 사람들이 2년 이상 되면 정규직화 해야하는 부담이 있으니까 아이들을 상담하다가 2년이 되면 무조건 다른 학교로 가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고용이 안된다. 얼마나 웃기나. 그래서 그동안 싸워서 한 학교에 5년까지는 있게 했다. 그래도 여전히 시가 1년 단위로 계약해야 하는 비정규직이다. 

-최근 화성·오산시와 ‘산수화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제목이 감성적이다. 어떤 협약인가?
 
‘산수화’는 오산의 ‘산’, 수원의 ‘수’, 화성의 ‘화’를 조합해 만든 이름이다. 지난 13일 서철모 화성시장, 곽상욱 오산시장과 만나 협약을 체결하고, ‘우호적 협력체계 구축’을 약속했다. 중요한 지역 현안, 긴급재난사고가 발생하면 행정구역을 초월해 공동 대응하고, 문화·교육·교통·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생 협력 사업을 함께 발굴, 추진하기로 했다. 

수원·화성·오산시는 뿌리가 같은 지역공동체로 문화적·경제적으로 같은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다. 1949년 수원군에서 화성군이 분리됐고, 화성군 오산읍은 1989년 오산시로 승격됐다. 이번 협약으로 각 도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점을 극대화해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다. 산수화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 불변, 지속이다. 수원, 화성, 오산시가 ‘산수화’라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관계를 이어갈 것이다.

-마지막 희망의 메시지 부탁한다.

우리 수원시는 그냥 하나의 기초 지자체가 아니라 125만의 광역급 기초 지자체이고, 또 맏형 격의 역할을 해야 된다는 것 때문에 한국 자치분권의 혁신적 모델들을 끊임없이 창출하고 그것을 다른 도시에 나눠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세로 지난 8년간 해왔는데, 앞으로 저에게 남은 3년 반의 시간도 그런 자세로 가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 하고 있다. 지금도 그런 역할에 부합하는 일을 끊임없이 요구 받는데서 회피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치분권을 통해서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일을 만들겠다. 선진국이 자치분권을 한 게 아니라, 자치분권을 했기 때문에 선진국이 됐다는 것, 그 성공 모델을 한국사회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겠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1960년 수원에서 태어나 수원 매산초, 수성중, 수성고를 졸업했다. 1984년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종합건설 환경사업부에 입사, 두산엔지니어링 환경사업부 상무이사를 지냈다. 수원환경운동센터를 창립하고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2005년 대통령비서실 국정과제담당 비서관, 2010년 민주당 중앙당 부대변인을 거쳐 민선 5,6기 수원시장을 지냈고, 지난 6월 제7회 동시지방선거 수원시장에 도전해 수원 최초 3선 시장에 당선되었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민간위원,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협의회장, 전국자치분권개헌추진본부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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