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투자 타당성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워…광주시의 입장번복 유감"

5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브리핑룸에서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광주형 일자리' 협상 잠정 합의안에 대한 노사민정협의회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5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브리핑룸에서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광주형 일자리' 협상 잠정 합의안에 대한 노사민정협의회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현대자동차는 ‘임금·단체 협약 유예’ 항목 삭제에 난색을 표하며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의 최종 협상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6일 예정된 투자협약 조인식이 무산됐지만 광주시와 현대차는 협상의 여지를 남긴 상태여서 불씨는 남아 있다.

협상 전권 위임했지만…현대차 “광주시 입장 번복에 유감”

광주지역 노동계는 지난달 27일 협상 전권을 광주시에 위임했다. 이에 광주시는 지난 4일 현대차와의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며 5일 노사민정협의회 개최, 6일 투자협약 조인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과정은 광주시의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 5일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전남본부 의장은 합의안에 반발하며 오전 회의에 불참했다가 오후 회의에 복귀했다. 윤 의장은 ‘차량 35만대를 생산할 때까지 임단협을 유예한다’는 협약안 내용에 강하게 반대했다. 협의회는 임단협 조항을 빼는 대신에 3가지 안을 제시해 현대차와 재협상을 벌이기로 의결했다.

현대차는 입장문을 통해 “광주시가 노사민정협의회를 거쳐 제안한 내용은 투자 타당성 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광주시가 협상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당사와 약속한 안을 변경하는 등 혼선을 초래하고 수차례 입장을 번복해 매우 유감이다”고 밝혔다.

‘임단협 유예’에 큰 입장차 보여

광주지역 노동계는 협상안의 근로시간, 임금 등에서는 현대차와 입장이 같지만 ‘임단협 유예’ 조항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지난 6월 광주시와 현대차의 투자협약안에는 ‘5년간 임단협을 유예한다’는 조항이 포함돼있었다. 광주시는 현대차와의 협의를 통해 임단협을 차량 35만대를 생산할 때까지 유예하기로 변경했지만, 거듭되는 노동계의 반대로 '결정사항(임단협)의 효력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또 다시 수정했다.

현대차는 사업 수익성과 지속성 면에서 임단협 유예 조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공장이 생산 안정화에 도달하기도 전에 기존에 합의한 근로조건이 계속 변경될 경우 비용 상승의 요인이 되고, 결국 공장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5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현대자동차 노조가 5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광주형 일자리 추진되면 ILO 제소하겠다”

광주형 일자리를 계속해서 반대한 민주노총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일 오후 민주노총은 성명을 발표하고 “무노조 특구, 노동 3권 프리존을 만들겠다는 대국민 사기극인 광주형 일자리 합의는 폐기돼야 한다”며 “광주형 일자리가 추진된다면 곧바로 ILO(국제노동기구)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35만대 생산까지 임단협 유예‘는 연 7만대 생산을 전제로 5년간 사실상 단체협약을 하지 않는다는 위법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가 기존 일자리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이미 포화상태인 자동차 시장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6일 오전 출근조가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오후 출근조가 오후 10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0시 30분까지 각 2시간 총 4시간 파업하기로 결정했다.

하부영 노조 지부장은 “6일 파업 이후에도 조합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 “협상 무산돼 가슴 아프다”

광주시는 입장문을 통해 협상 무산의 아쉬움과 재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광주시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모델이었다. 아무가 가지 않았던 길을 가려니 어렵지 않을 수 없었다”며 ”광주형 일자리는 사회적 대타협을 바탕으로 구현되어야 했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온 노사 간의 불신과 갈등의 골이 너무나 깊어, 타협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 광주시는 현대차와 노동계를 각기 20여 차례 이상 만나 접촉하면서 노사상생을 위해 서로 일보 양보하며 접점을 찾고 협상을 타결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왔다“며 ”투자협정서안의 수많은 쟁점들을 합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남은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문제로 타결이 무산된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광주시는 “그 하나의 쟁점이 합의되지 않아 수많은 젊은 청년들의 일자리와 국민들의 염원을 이루지 못해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며 “앞으로 시간을 갖고 다시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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