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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흠 칼럼] 선거제개혁 타협 이후, 전망과 쟁점

연동형 비례대표, 정부 권력구조개편, 의원 정수

 

여야 5개 정당이 지난 15일 선거제 개혁 추진에 합의했다. 손학규, 이정미 두 정당 대표의 단식도 합의를 이끌며 마무리됐다. 일단 선거제 개편 추진에 가닥을 잡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합의였다. 기대도 있다. 그러나 비관적 전망을 하는 쪽도 있다. 추상적 합의를 했지만 구체적 과제에 대한 논란은 원점에서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몇 가지 쟁점을 살펴보자.

일단 추진 주체들인 각 정당들의 입장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지지 입장이었다가 근래에 소극적이었던 민주당은 다시 야3당의 입장에 동조했다.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이견을 보일 여지는 남아 있다. 무엇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태도이다. 

한국당은 애초에 선거제개혁 합의 방향인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동의하지 않았다. 합의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동의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한국당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에 한국당이 동참했던 배경에는 신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제안한 정부권력구조 개편 논의가 포함되면서였다. 정부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선거제도 개정과 동시에 추진하기로 합의문에 넣은 것이다.  

정부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추진에 합의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정부권력구조 개편 추진을 미해결 과제로 남겨 놓더라도 선거제도에 대한 절충안 마련으로 차선의 합의를 이뤄내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연동형비례대표제가 현행 대통령제와 호응하지 않는다는 나경원 원내대표 등의 주장은 타당하다. 연동형 선거제의 모델로 빌려온 독일 등은 다 내각제 체제이다. 비례대표제는 결국 정당 중심의 정치이다. 정당이 정치를 주도하고 책임지는 정부형태는 내각제이다. 

대통령중심제는 말 그대로 정당 책임정치가 아니라 대통령 책임정치 체제이다. 여당, 야당 개념도 사실은 정당이 집권하는 내각제의 개념이다. 우리의 경우 실제는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여당이 있고, 그 여당은 대통령에 종속돼 있는 한계가 노정돼 왔던 것이다. 

다만 정당 중심의 정치가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바람직한 것인가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대안적인 선거제라면 정당중심의 정치를 이미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부권력 구조 또한 그에 부합하는 제도인 내각제나 분권형으로 가는 게 타당하다. 정당 중심의 비례대표제는 정당중심의 정부권력구조와 호응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는 선거제도 개혁론자들에 의해서도 대체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정부권력구조개편은 개헌을 동반하는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그나마 상대적으로 용이한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선거제도 개편 자체도 개헌 추진 못지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쟁점은 의원 정수 문제와 지역구 수 문제이다. 의원 수 문제는 정수 확대에 대한 국민의 비판 여론이고, 지역구 수 조정은 현역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때문이다. 의원 정수 문제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것은 연동형 제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규모를 늘려야 하고, 결국 현재 300명인 의원 정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253개인 지역구 수를 150-200명 정도로 확 줄인다면 전체 정수를 안 늘려도 가능하다. 그런데 150명 정도의 규모로 전국의 지역구를 재구성하는 게 어렵다. 지금도 강원, 전남 지역 등에서는 5개 시군을 합해서 하나의 지역구를 구성하고 있는데, 지역구 의원을 많이 줄일 경우 유권자와 지역구 의원과의 관계는 더 느슨해진다. 중대 선거구제로 하더라도 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역구 의원 수를 유지하기 위해 의원 정수를 늘리려고 할 경우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너무 줄일 경우 지역구 구성이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의 의원 정수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 점에서 현행 정수의 10%, 즉 30명 정도의 증원을 검토한다는 이번 합의문은 국민여론을 감안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로 보인다.

의원 정수와 관련된 또 하나의 변수가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이다. 최근 대안으로 제시돼 온 것은 대체로 2대1의 비율이다. 2015년 중앙선관위에서 현행 300명을 기준으로 지역구 200명 비례대표 100명을 제시한 것이 토대가 돼 있다. 2.5대1, 3대1도 가끔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그런데 2대1의 구성도 사실 비례대표 비율이 너무 작아 연동형이 재대로 작동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한때 지적하기도 했지만, 큰 정당들은 지역구의 당선자만으로 비례비율을 확보해버리기 때문에, 비례대표는 지역구를 확보하지 못한 제3당 이하 소수 정당들이 차지 하게 될 여지가 크다.

예를 들면 이렇다. 현행 30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선거에서 30% 정당지지를 받은 정당은 의석 90명을 할당 받는다. 그런데 이 정당이 지역구 200석 중 90석이나 그 이상을 차지해 버린다면 비례의석을 추가로 배정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90석 이상이 될 경우 초과의석이 발생한다. 현재의 정당 추세로 봤을 때 실제 그렇게 될 여지가 크다. 

이렇게 큰 정당과 작은 정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양분되는 경향은 비례대표비율이 작을수록 그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2대1보다 비례대표 비율이 훨씬 높은 독일의 경우에도 그런 양상이 나타난다. 

독일의 경우 지역구비례대표 비율이 1대1이다.  지역구299명 비례대표 299명으로 명목상으로는 연방의회 의원총수가 598명이다. 초과의석과 정당 간 비례 조정을 거치면서 실제 총 의원수는 늘어난다. 지난 2017년 총선 결과 의원 총수는 709명이었다. 

당시 선거에서 제1당인 기민당이 지역구에서 185석, 비례15석을 차지했고, 동맹90/녹색당은 지역구1석, 비례66석이었다. 큰 정당은 지역구, 소수 정당은 비례대표를 할당 받는 양상이다. 지역구/비례대표 1대1의 구성인 독일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 2대1의 비율로 할 경우 그럴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런 경향을 감내하면서 받아들이면 되겠지만, 적어도 2대1의 비율보다는 비례의 비중을 더 늘리려는 노력을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정당의 민주적 기능에 대한 불신 속에서 정당에 대한 위임이 더 커지는 연동형에 대한 문제의식은 남아 있을 수 있다. 동시에 정당의 특권과 개혁 문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의원 정수를 늘릴 경우, 의원 개인에게 투입되는 재정이나 지원 인력을 총량으로 동결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충분히 수용해 볼만한 내용이다. 

참고로 제도개편 이후의 정당정치 전망과 관련해 현재의 정당투표와 연동형 제도에서의 정당투표는 다르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역구 중심의 현재의 선거제에서 정당투표는 보너스 투표, 2차 투표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연동형이 되면 정당투표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현재의 정당투표 경향과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점에서 연동형이 채택될 경우, 소수당들에게는 양면성이 있다. 현행 선거제에서 받았던 2차 투표로서의 정당지지가 연동형에서는 축소될 소지가 있다. 반면에 비례대표제와 더불어 소수당의 기능에 대한 기대와 함께 새로운 지지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승자독식의 현행 대통령제가 그대로 유지된 채, 다당제의 취지가 얼마나 살아날 수 있을지도 시험무대에 서게 될 것이다.

이런 논의들도 선거제도 개편이 이뤄질 때의 이야기이다. 제도개편은 늘 기존 제도에서 기득권을 누리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어렵다. 혁명적 상황이 아닌 한, 제도 개혁 또한 그 기득권 세력에게 맡겨야하기 때문이다. 혁명이 아니더라도 기존 제도에 대한 모순이 한계에 달할 경우 불가피하게 제도 개편을 수용하게 된다. 지난 탄핵정국은 경우에 따라 정치제도 개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동력이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론으론 이어지지 못했다. 민생의 어려운 현장에서 선거제도 같은 것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점도 있다. 이런 가운데 단식을 동반한 야 3당의 선거제 개편 촉구가 일단 합의문을 만들어냈다. 쉽지 않은 과제를 앞에 두고 있지만, 이번에 놓치면 상당 기간 다시 잡기 어려운 좋은 기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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