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약정휴일 뒤집은 것 사과해야, 경영계 요구만 따른 결정”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산정에서 약정휴일은 제외한다는 내용의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산정에서 약정휴일은 제외한다는 내용의 근로시간 및 최저임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정부가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주휴시간(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시간)을 포함하되 약정휴일(회사와 노동자가 취업규칙 등에 따라 약속한 휴일)을 제외하기로 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수정안을 내놓자 노동계와 경영계가 서로 다른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24일 정부가 내놓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수정안에 대해 “노동정책 후퇴”라며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입장문에서 “이미 입법예고까지 된 사안을 기업과 사자단체의 로비를 받아 뒤집으려고 했다”며 “이는 절차적, 실체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노동부가 노동시간 단축 관련 계도기간을 더 늘리겠다고 하는 것 역시 전적으로 사용자단체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한다”며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구체적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은 지난 7월부터 법이 시행 중이나 정부가 계도기간을 둠으로써 사실상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고 노동시간 단축 효과도 적다”고 설명하며 “계도기간을 늘릴 게 아니라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사용자단체의 요구만 따르다가는 노동자 삶의 질 개선도 고용창출도 기대할 수 없고, 우리나라는 장시간 노동과 산재 사망사고 세계 1위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기로 한 기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 보류하고, 약정휴일을 제외하는 쪽으로 개정안을 수정해 재입법예고했다.

또한 일부 기업에 대해 주52시간 근로제 적용에 대한 계도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업무량 변동이 큰데다가 현행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이 짧아 어려움을 겪는 기업,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 중이나 준비 기간이 부족한 기업 등이 계도기간 연장 대상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경영계 반발이 거세지자 전날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개정안 수정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한편 이날 경영계 역시 노동계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제시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수정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국무회의 직후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약정 유급휴일에 관한 수당(분자)과 해당 시간(분모)을 동시에 제외하기로 수정한 것은 고용노동부의 기존 입장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서 경영계 입장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가 약정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서 빼기로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법정 주휴시간 포함이 여전한 데 대해선 유감을 표했다.

중기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애초 유급휴일 전체를 최저임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려던 것을 주휴시간에 한정한 시행령 수정안은 그나마 혼란을 줄이고 최저임금법 취지를 최대한 고려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에서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실제 근로하지 않은 주휴시간까지 포함해 최저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입법적으로 해결할 사항을 시행령에 담은 점은 유감”이라고 전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 수정안에 크게 반발하며 헌법소원 등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연합회는 “약정 휴일 부분은 노사협약을 맺는 대기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대부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주휴수당 명문화는 소상공인들에게 극심한 부담을 더해 내년 우리 경제의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용노동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행정해석의 기준”이라며 “고용부의 과도한 행정해석으로 인한 영업 생존권 침해에 대해 소상공인들의 뜻을 모아 차후 헌법소원 등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부가 내놓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수정안은 재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31일 국무회의에 재상정된다. 수정안의 시행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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