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채용비리-유치원 비리 갈등양상으로 변질, 사법농단 척결도 주춤

12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참가자들이 ‘법원이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과 함께 사법정의마저 기각했다’며 특별재판부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12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참가자들이 ‘법원이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과 함께 사법정의마저 기각했다’며 특별재판부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 과제를 안고 출범했다. 그러나 2018년 후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과제 수행은 답보상태에 빠졌다. 적폐청산의 타깃은 여러 곳으로 분산됐고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표면화됐다.

올 3월 2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후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의 적폐청산의 칼날은 무뎌졌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향한 사정 부분은 마무리됐지만 정권에 의한 불법과 비리를 막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는 국회 입법 관문 앞에서 멈춰 섰다.
 
촛불혁명의 영향으로 분출한 사회적 적폐청산 과제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활동을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장시켰지만 이를 수행하기엔 벅찼다. 연초부터 성폭력 고발운동인 ‘미투’가 새로운 시대적 과제로 제시됐고, 청년실업과 맞물린 ‘공공기관 등의 채용비리’, 유치원 비리 등의 새로운 사회·민생 적폐들도 시간이 가면서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변질됐다.

이에 따른 정권의 적폐청산 동력도 떨어졌다. 사정 권력이 개입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고 타깃도 분산됐다. ‘미투’와 같은 사회적 현안은 국민적 역량이 뒷받침돼야 할 영역이라 정권 차원에서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를 중심으로 기득권들의 저항도 조직화하는 흐름까지 조성됐다.  

특히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벌어진 사법농단 척결과 사법부 개혁은 국민의 기대 수준에 한참 못 미친 수준에서 지지부진하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에 손뼉을 마주쳤던 사법농단의 실체는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사법농단에 가담 판사들에 대한 징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법원행정처 개혁에는 손도 못 대고 있다.

국민들의 ‘사법 적폐청산’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지만 사법부는 기득권 유지와 ‘제 식구 감싸기’에 치중하면서 개혁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오히려 검찰이 사법농단 관련 혐의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거의 대부분 기각해 국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급기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월25일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상황에까지 갔다. 입법부가 사법부를 불신하는 초유의 사태가 전개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정치권 공방 속에서 특별재판부 논의는 흐지부지되는 분위기이고 국회의 법관탄핵소추도 진전이 없다.

고용비리 문제 진흙탕 정쟁으로 변질, 특감반 사태 적폐청산 동력 약화의 단면

강원랜드 사건에서 비롯된 채용비리 문제 척결도 첩첩산중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까지 했지만 국민들이 채용비리 적폐가 청산됐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할 정도의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여전히 금융기관과 공공기관, 케이티(KT)나 포스코 등 정부 투자지분이 있는 대기업에서의 채용비리 문제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교통공사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고용세습’ 논란이 빚어지면서 채용비리 척결도 진흙탕 정치싸움으로 변질됐다. 이로 인해 20대 청년층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20대 이반의 한 원인이 됐다.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 성폭력 문제에 경종을 울리며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까지 낙마시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녀 간 ‘성 혐오’가 확산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이는 20대 연령층에서 남녀 간 정치성향의 격차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국민 70% 이상이 지지하는 ‘유치원 비리 척결 3법’ 처리도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와 같은 기득권이 국회에서 야당을 방패로 저항하면 개혁입법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표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터진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직원 비위연루 사건과 비위연루자의 ‘민간인 사찰 폭로’ 주장이 한 묶음으로 터져 나왔다. 정권 핵심부의 ‘적폐청산’ 동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에 다름 아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특감반 비위 의혹이 터졌을 때 곧장 조국 민정수석을 공격하면서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청와대는 조 수석이 무너지면 검찰·경찰 이해관계가 맞물린 검경수사권 조정입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는 지경에까지 갔다.

야당들은 특감반 사건을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활동에 제동을 거는 계기로 보고 있다. 정권의 힘을 떨어뜨려야 2020년 4월 총선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12월 20일 특감반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 조국 수석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 4명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임종석 비서실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각각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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