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차 파업 돌입…3월 말까지 5차 파업 예정

8일 오전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선포했다. <사진=연합뉴스>
▲ 8일 오전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을 선포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하루 간의 경고성 총파업을 마무리했다. 앞서 노사는 임금피크제와 페이밴드(미승진자 임금 동결), 성과급 등을 놓고 막판 밤샘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차 파업은 설 연휴를 앞둔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로 3월 말까지 총 다섯 차례의 파업이 예정돼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8일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돌입을 선포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열 차례 넘는 교섭과 주말, 오늘 새벽까지 (협상에서도) 사측은 주요 안건에 대한 별다른 입장 변화 없이 본인들의 입장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파업으로 인한 고객 불편에 대해)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 있다”며 “임단협이 마무리될 때까지 매일 24시간 교섭할 의사가 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사후조정을 신청하거나 한국노총,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의 중재를 받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노조의 총파업은 지난 2000년 있었던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합병 반대 파업 이후 19년 만이다. 노사는 파업을 앞둔 전날 밤 11시부터 새벽까지 막판 밤샘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표자 교섭까지 가지 못했다”며 “실무진 교섭에서 양측의 입장이 총파업 전야제 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밤샘 협상엔 허인 은행장과 박 위원장이 아닌 강석곤 경영지원그룹 상무와 류제강 수석 부위원장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노사가 이견을 보인 쟁점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1년 연장, 페이밴드(미승진자 임금 동결) 폐지, 성과급 지급, 기간제 근로자 정규직 전환 등이다.

현재 국민은행의 부점장급 직원은 만 55세가 되는 생일날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지만 그 아래인 팀장 이하 직급의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는 만 55세 생일이 지난 이듬해 1월1일이다.

사측은 이처럼 직급 별로 나뉜 진입 시기를 만 56세로 1년 늦추되 팀장 이하 직원들도 생일날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실질적인 임금피크제 연장 기간은 1월 1일부터 각 직원의 생일까지이므로 노조가 주장하는 1년보다 적다. 이 때문에 노조는 “앞선 산별교섭에서 임금피크제 1년 연장을 결정했는데 사측 안을 적용하면 수개월 연장에 그친다”고 반발 중이다.

노조가 강하게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페이밴드는 일정 기간 안에 직급 승진을 하지 못하면 임금을 동결하는 제도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신입 행원에 대해 페이밴드를 적용중이며, 이를 전 직급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국민은행은 페이밴드가 직원들의 승진 유인을 극대화해 경쟁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조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제도 중 하나이며 국민은행이 지점 수를 줄여가고 있어서 직급 승진은 갈수록 어려워 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사측은 이날 새벽 협상에서 페이밴드의 모든 직원 확대 적용에서 현행 유지로 한 발 물러섰지만, 노조는 완전폐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전날 허 은행장은 페이밴드 사안에 대해 시간을 두고 논의하겠다며 “페이밴드는 직원의 급여를 줄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극소수의 사람을 염두에 둔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한 바 있다.

성과급 지급은 노사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인 사안이다. 그동안 사측은 보로금과 미지급 시간외수당을 합친 250%의 성과급 지급을 제시해 왔지만, 전날 페이밴드 확대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사측 안) 조정이라는 조건을 걸고 300%를 새로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사측이 제안한 성과급 관련 수정 제안을 수용했다”며 “임금의 50%에 해당하는 미지급 시간외수당까지 합쳐 총 300%를 지급하는 것이 노사가 도달한 합의점”이라고 말했다. 류 수석 부위원장은 다만 “사측이 보로금과 미지급 시간외수당을 합쳐 300%를 제안했지만 임금피크제 등의 조건이 달려있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최하단 직급 ‘L0(무기계약직)’ 직원의 경력 인정 여부도 아직 남은 쟁점이다. 국민은행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라 비정규직을 ‘L0’ 직군에 포함시켰지만, 이들의 근무 경력을 인정할 경우 L1(대리)나 L2(과장·차장)보다 임금을 많이 받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박 위원장은 “새로 들어온 청년 은행원들과 각 영업점 창구를 오랫동안 책임져온 여성 행원들(L0)에 대한 차별이야말로 직원들이 오늘 여기(파업 현장에) 모여 있는 이유”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허 은행장은 전날 “직급체계 최하단인 ‘L0’ 직원에 대한 처우 개선은 전향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2시쯤 1차 총파업을 종료했다. 은행 영업시간 종료를 네시간 앞두고 정오께부터 호남·영남 등 이동 거리가 먼 지방 조합원부터 해산했고, 서울·경기지역 조합원도 박홍배 노조위원장의 마무리 발언을 기점으로 귀가했다.

이번 파업은 하루짜리 경고성 파업이었던 만큼 9일부터는 조합원 전원이 정상 출근할 예정이다. 선포식에는 국민은행 전국 영업점에서 온 조합원 9000명(주최측 집계·오전 8시 50분 기준)이 모였다. 사측 집계로는 오후 1시 기준 5400여명이다.

노조는 이날 하루 경고성 파업을 한 뒤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차 총파업에 이어 3차(2월 26∼28일), 4차(3월 21∼22일), 5차(3월 27∼29일) 일정까지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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