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소송 재판거래'·'사법부 블랙리스트' 부부장검사가 신문
梁 "기억 안 난다…실무진이 한 일" 혐의 전면 부인
검찰, 추가소환 이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 방침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박초롱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11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71년 역사상 최초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선 사법부 수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문을 시작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40여개 범죄 혐의 가운데 우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소송에 관해 반헌법적 문건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혐의,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와 징용소송을 두고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고 나서 오후 4시께부터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행정소송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 재판 ▲ 옛 통합진보당 의원지위 확인소송 등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과 헌법재판소 내부기밀을 빼내 위상 경쟁에 활용했다는 의혹 ▲ 비자금 3억5천만원 조성 혐의 등을 차례로 확인할 방침이다.

    본격 조사에 앞서 이번 수사를 지휘하는 한동훈 3차장검사가 조사실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차를 마시며 조사 방식과 내용을 설명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동의를 얻어 조사상황 전체를 녹화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점심으로 한식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고 오후 조사를 받았다.'

 신문은 서울중앙지검 1522호에 마련된 특별조사실에서 특수1부 단성한·박주성 부부장검사 등이 교대로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사법연수원 32기로 양 전 대법관의 30기수 후배다. 검찰은 조사 진척 상황에 따라 각각의 혐의를 추적해온 특수부 부부장급 검사들을 차례로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는 검찰 출신인 최정숙(연수원 23기) 변호사를 비롯해 변호인 2명이 입회했다. 최 변호사는 이번 수사를 총지휘하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최 변호사는 검찰 출석에 앞서 "진술을 거부하지 않고, 기억나는 대로 말씀하실 것"이라고 전했다. 양 전 대법원장도 이날 오전 대법원 정문 앞에서 취재진에게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억나는 대로 답변하고 오해가 있으면 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러나 검찰에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한 일"이라며 혐의를 사실상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 앞서 "이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법과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직권남용 등 범죄 혐의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특정 성향의 법관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역시 부인했다.'

    검찰은 7개월간 수사 결과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접 확인해야 할 의혹이 방대한 만큼 수차례 추가 소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1차 조사에 준비한 질문지 분량만 100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서 열람까지 포함해 자정 이전에 이날 조사를 모두 마치기로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자정께 귀가했다가 이르면 이번 주말 다시 검찰에 출석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안전문제 등이 있어 소환 조사를 가급적 최단 기간에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대면조사를 모두 마친 뒤 진술내용 등을 분석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예상대로 검찰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함에 따라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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