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본안서 다툴 여지 있어…당장 제재하면 부패기업 낙인찍혀”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22일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22일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고의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됐다. 법원은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4조5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보고 김태한 대표 해임 등의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는 22일 삼성바이오가 “본안 판결이 날 때까지 행정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증선위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집행정지는 행정처분을 받은 기관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처분 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신청하는 절차다. 행정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이 우려되어 이를 막을 필요가 있을 때 받아들여진다.

재판부는 “증선위 처분으로 인해 삼성바이오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함을 인정할 수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이날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바이오에 대한 증선위 제재는 삼성바이오가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 이후 30일까지 효력이 멈추게 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회계부정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증선위가 판단한 고의 분식회계 규모는 4조5000억 원 정도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 김태한 대표이사(CEO) 및 담당 임원인 김동중 최고재무책임자(CFO)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시정 요구(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 원 부과 등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와 별도로 회사와 대표이사는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자 삼성바이오는 “모든 회계처리를 회계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했다고 확신한다”며 증선위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더불어 법원 판단이 나올 때까지 증선위의 행정처분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도 즉각 신청했다.

사안을 따져본 재판부는 이날 금융감독원이 애초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점, 다수의 회계 전문가들이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본안 소송을 통해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한 이런 상황에서 증선위 제재의 효력이 발생하면 삼성바이오가 치명적인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본안 소송에서 판단을 받기도 전에 특정 주주나 삼성바이오의 이익을 위해 4조 원이 넘는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부패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혀 기업 이미지와 신용 및 명예가 심각히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 해임 처분에 대해선 “대체 전문경영인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해임이 이뤄질 경우 심각한 경영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무제표 재작성 제재는 “기존의 회계정보를 신뢰하고 삼성바이오와 이해관계를 맺은 주주와 채권자, 고객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대여금을 회수, 또는 거래를 단절할 우려가 있다”며 “그로 인해 삼성바이오는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을 위험에 노출된다”고 봤다.

감사인 지정 처분의 경우는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의 증권 발행 제한 등 추가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 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더불어 삼성바이오에 대한 제재 효력이 정지된다고 해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증선위의 제재는 삼성바이오의 회계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본안 판결로 적법성이 판명된 이후 제재를 하더라도 그 효과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는 이날 법원의 인용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하고 남아있는 본안 소송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가처분신청 인용이 결정돼 다행”이라며 “본안 소송에서도 회계처리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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