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이례적 ‘국세청 6차례 조사’ 알려져
사주 일가 ‘특허독식’ ‘일감몰아주기’ 논란 여전
창립 50주년 ‘마곡동 시대’ 걸맞은 경영쇄신 절실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
▲ 최진민 귀뚜라미그룹 회장.

창립 50주년을 맞아 17개 기업군으로 성장해 서울 마곡동 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국내 보일러업계 1위 귀뚜라미에 대해 현 정부가 잇달아 세무조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사주인 최진민회장(78)이 대구경북에 연고를 둔 기업인으로서 이명박, 박근혜 등 전 정부와의 친밀도는 물론 ‘오세훈 무상복지 반대투표 지지’ 표명 등 보수 성향으로 인해 정치권의 손보기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귀뚜라미는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래 모두 6차례에 걸쳐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보 등을 종합하면,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매우 이례적이어서 ‘죽었다 살아났다’는 회사 안팎의 반응이 나올 만큼 조사의 횟수는 물론 강도도 높았다고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알려진 대로 국세청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지난 2010년말에도 CJ제일제당, 동아원, 대한제분 등 제분업계 ‘빅3’와 함께 귀뚜라미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에 따라 보수 대통령 탄핵으로 출범한 진보 성향의 정부가 마치 밉보인 기업인을 손 보듯이 세무조사가 비춰지는데 대해 섣부른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는 신중론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최 회장과 귀뚜라미를 둘러싸고 빚어진 정치적 잡음과 사주 일가의 ‘특허 독식’ ‘일감 몰아주기’ 등 거듭된 논란에 비추면 이번 세무조사는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최 회장 일가와 귀뚜라미에 대한 진보 성향 국회의원들의 공세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표적 사례는 지난 2011년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제기한 편법 증여 의혹. 회사가 개발한 대부분의 특허를 법인이 아닌 사주 일가 명의로 등록해 당시 회사에서 매년 90억대의 ‘지급수수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 대표의 공세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한 무상급식 반대투표에 대해 최회장이 정치적 견해를 표명한 일과 무관치 않았다.

최진민 회장은 회사게시판에 ‘오세훈의 황산벌 싸움 도와야’ ‘좌파에게 완전 점령당할 것’ 등의 글을 올렸다가 불매운동 등 역풍이 거세자 결국 그해 10월 회장직 퇴임으로 급한 불을 껐다.

귀뚜라미는 이후 2015년 4월 공정위 제재를 받자 그룹기획조정본부를 신설해 여권 인사로 알려졌던 강모씨를 초대본부장으로 영입했다가 지난해 상반기 자리를 물러나는 과정에서 언론이 ‘여권 그림자 지우기’라는 관측을 하기도 했다.

귀뚜라미에 대한 여론이 이처럼 따가운 것은 ‘특허독식’ 등 여러 논란에 대해 회사가 명확한 개선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데도 원인이 있다.

2011년 이 전 대표의 문제제기 이후 2014년에는 기술개발 연구원들이 대구지법에서 최회장과 장남 등을 상대로 ‘직무발명보상금’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언론의 거듭된 취재를 통해 최회장 일가가 2017년 기준 전체 출원 특허 531건 중 81.7%(회장 409건, 장남 25건)를 여전히 보유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통해 ‘지급수수료’ 명목의 특허료로 91억(’11년), 125억(’13년), 134억(’15년), 125억(’17년) 등 최근까지 매출액 대비 2.2%를 거둬간 것으로 분석됐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서도 지난 1월말 보도된 분석자료에 따르면 최회장의 부인 김모(63)씨가 대표이사인 계열사 나노켐은 지난 19년간 내부거래를 통해 총 매출 8338억 중 7579억원(90.8%)을 벌어들였다.

이에 대해 귀뚜라미보일러 홍보팀 측은 25일 오전 “세무조사 등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확인해 알려주겠다”고 답변했으나 회신을 하지는 않았다.

최진민 회장과 일가 및 회사를 둘러싸고 이 같은 구태의연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은 최근 귀뚜라미가 제2 도약을 천명한 경영비전과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난해말 서울 강서구 마곡동 사옥을 준공하고 ‘글로벌 냉난방 엔지니어링 기업’ 시대를 예고했다.

대구의 한 상공계 인사는 “회장이 자신의 고향인 청도군에 세계 굴지의 생산공장과 본사를 운영 중인 귀뚜라미가 새로운 도약에 성공하길 바란다”면서 “하지만 기업 안팎의 거듭된 잡음을 일소할 수 있도록 투명경영, 정도경영을 통한 기업 이미지 개선에도 더 역점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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