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우파 정당’ 노선 천명, ‘보수대통합·중도확장’ 난망

자유한국당이 2.27전당대회를 통해 '황교안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사진 한국당>
▲ 자유한국당이 2.27전당대회를 통해 '황교안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사진 한국당>

자유한국당이 2·27전당대회를 통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마감하고 황교안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지난달 15일 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신임 대표는 입당 이후 43일 만에 큰 고비 없이 수월하게 당권 장악에 성공했다. 이로써 ‘황교안호(號)’는 오는 2021년 2월까지 2년 임기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대선 패배, 이후 지방선거 참패까지 거치면서 침체 위기에 빠진 한국당을 재건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황 대표는 당원 선거인단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한 득표에서 과반인 5천8713표(50.0%)를 얻어 당 대표에 당선됐다. 2위를 기록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4만2천653표(31.1%)를 얻었고 김진태 의원은 2만5천924표(18.9%)를 얻어 3위에 그쳤다.

▲ 황교안 당심에선 오세훈 앞섰지만 민심에선 吳에 뒤져
  ‘태극기부대’ 지원받은 김진태 당심서 저력 보여
  ‘5·18망언’ 파문 김순례 최고위원 입성
  ‘막말 논란’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2위 기록

이번 전당대회는 철저히 민심이 아닌 당심에 의해 승패가 갈렸다. 강경 보수성향인 황 대표는 개혁보수를 표방하며 민심에서 앞선 오 전 시장을 당심에서 누르고 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당심이 황 대표를 택한 것은 한국당의 최근 급격한 우경화 현상에서 알 수 있듯이 강경 보수로 무장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투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심리가 표출된 것이고, 민심이 오 전 시장을 지지한 것은 최근 한국당에 우경화 현상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책임당원·일반당원·대의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에서 5만3천185표(55.3%)를 얻어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2만1천963표(22.9%)를 획득한 오 전 시장을 앞섰다. 김진태 의원은 2만955표(21.8%)를 얻는데 그쳤다. 

반면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오 전 시장이 절반을 넘긴 50.2%를 얻어 환산 득표수에서도 황 대표(1만5천528표·37.7%)보다 5천162표를 더 획득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진태 의원은 당원 선거인단 투표의 경우 2만955표(21.8%)를 획득해 당심에서 오 전 시장(2만1천963표·22.9%)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김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열성 지지층인 극우성향의 ‘태극기부대’ 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당심에서 저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12.1% 득표에 그쳐 민심의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김진태 의원과 함께 ‘5·18망언’ 파문 당사자인 김순례 의원의 최고위원 당선을 통해서도 ‘태극기부대’의 힘이 확인된 것으로 분석됐다.

김순례 의원은 후보 8명이 경쟁을 한 최고위원 경선에서 3만4천484표(12.7%)를 획득해 조경태 의원(6만5천563표·24.2%)과 정미경 전 의원(4만6천282표·17.1%)에 이어 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당초 여성 할당제를 놓고 정 전 의원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망을 뒤엎고 김순례 의원은 20대 국회에 처음 입성한 비례대표 의원임에도 자력으로 최고위원 3위에 올랐다.

이와 함께 전대 기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인가. 문재인을 탄핵시키기 위해 전대에 출마했다” 등 막말을 쏟아내 비판을 받은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가 26.5%를 얻어, 당선된 신보라 의원에 이어 2위에 올랐다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 ‘우경화 현상 계속될 듯, 중도확장에 제동’
   “태극기부대와 거리 조절 필요, 당 확장성에 치명상”

이처럼 ‘황교안호’가 우경화된 ‘당심’을 기반으로 출범함에 따라 전대 기간 불거진 한국당의 우경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교안호’는 향후 당심과 민심의 격차를 좁혀 중도로의 확장을 이뤄내야 내년 총선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전당대회 기간 ‘태극기부대’ 세력의 집단 행동과 ‘5.18망언’ 파문, 탄핵의 부당성, 최순실 태블릿PC 조작 가능성 등의 주장으로 얼룩진 우경화, 과거 회귀적 모습을 완벽하게 털어내는 것이 첫 번째 과제가 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7일 칼럼을 통해 “한국당이 공당, 제1야당으로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태극기 부대와의 적당한 거리조절이 필요하다”며 “정당에는 많은 외곽단체들이 있기 마련인데 특정 이념화된 임의단체나 노동조합에 지나치게 몰입할 때, 공당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하게 되고 당의 확장성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5·18 망언에 대한 당지도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5·18 망언은 단순히 이념적 우경화라기보다는 민주주의의 말살이자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역사왜곡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단 태극기 부대 외에도 구태의연함이 있다면 바꾸어야만 새로워지는 것인데 이번 전당대회는 미래보다는 과거로 회귀한 전당대회였다. ‘다함께 미래로’라는 슬로건이 ‘다함께 과거로’였다는 냉소가 결코 과언이 아니다”며 “변해야만 새로워지고 발전된다는 풍토를 당권과 공천권한에 집착하여 외면하지 말기를 한국당 지도부에게 기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황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동안 태극기부대 세력에 대해 우호적 발언을 쏟아낸 것은 물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절차가 부당했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또 황 대표가 최순실 태블릿 PC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김진태 후보의 질문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한국당의 급격한 우경화에 제동을 걸고 중도로의 확장을 시도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특히 황 대표는 ‘대안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당의 노선을 ‘자유우파’ 정당임을 명확히 하며 한국당을 이념정당 틀 안에 가두고 있다.

한국당에 입당한 이후 줄곧 ‘자유우파’라는 표현을 내세웠던 황 후보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정책정당, 민생정당, 미래정당으로, 한국당을 담대하게 바꿔나가겠다”면서도 “혁신의 깃발을 더욱 높이 올리고, 자유우파의 대통합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이 2.27전당대회를 통해 '황교안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사진 한국당>
▲ 자유한국당이 2.27전당대회를 통해 '황교안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다. <사진 한국당>

▲ ‘계파 갈등 종식, 보수대통합’도 난제

황교안 대표 체제에게는 중도로의 확장 뿐만 아니라 당 내 계파 갈등 종식과 보수대통합이라는 과제도 달성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강한 황 대표가 신임 대표가 될 경우 바른미래당을 포함한 보수대통합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황 대표가 전대 과정에서 보여준 강경보수 노선으로 미뤄볼 때 개혁보수인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출신들과의 보수대통합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 대표는 28일 당대표 당선 이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우선 당부터 통합되고, 더 나가서 넓은 통합까지 이뤄가는 이런 것들이 차근차근, 그러나 확실하게 이뤄져 가야될 것 같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계파 갈등이 더욱 심화될지 아니면 해소될 것인지는 향후 당직 인선 결과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사무총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대표 비서실장, 당 대변인, 조직부총장 등 주요 당직에 대한 지명권을 갖고 있다.

친박의 지지세를 등에 업고 당선된 황 대표가 비박계를 주요 당직에 과감하게 등용하는 '탕평인사'를 단행해 전당대회 기간 동안 강조해온 당의 화합과 통합을 이루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직 인선에 대해 “가급적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특정 계파란 없다. 한국당이 강한 야당, 일하는 야당, 싸워 이기는 야당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들을 잘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폴리뉴스’ 통화에서 ‘황교안 대표 체제’의 과제에 대해 “당내 다양한 세력들의 정치적 공간을 확실하게 만들어줘서 그 사람들이 경쟁적 공생할 수 있는 정당구조, 정치 풍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5·18 망언' 김진태 김순례 징계 문제가 첫 시험대

이와 함께 황 대표가 '5·18 망언' 파문과 관련 김진태 김순례 의원의 징계 문제를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14일 '5·18 망언' 파문과 관련 이종명 의원에 대해서는 제명 결정을 내렸지만,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각각 당대표와 최고위원에 출마하면서 전당대회 이후로 징계를 유예한 바 있다.

황 대표는 당 대표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러 의견을 수렴해 잘 처리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결국 김진태 김순례 의원의 징계가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징계를 주장하는 여당의 압박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당 새 지도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5·18 망언’ 3인방(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에 대해 단호한 징계를 해야 한다”며 “출당 조치로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를 준수하는 민주정당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특히 징계를 유예한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는 새 지도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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