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로를 가득 메운 흥겨운 풍물놀이
‘화합’과 ‘통일’ 강조, 새로운 100년으로 가자

휘날리는 '만북울림' 깃발 <사진=폴리뉴스> 
▲ 휘날리는 '만북울림' 깃발 <사진=폴리뉴스> 

[폴리뉴스 이지혜 인턴기자] 3월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3.1 백주년 만북울림’ 행사가 만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흥겨운 풍물놀이 장단과 함께 화합과 통일의 ‘대동(大同)’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100년을 향해 나아가자는 희망을 약속했다. 

‘3.1 백주년 맞이 만북울림추진위원회’는 ‘나라풍물굿조직위원회’와 ‘만북울림단’을 주체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시작과 승리를 알리는 북이라는 시원(始原)의 악기를 가지고 모두 하나가 되자는 취지를 담았다. 

광화문 행사에서는 전국 58개 단체 및 개인이 참여했다. 주최 측 발표에 의하면 만북울림행사 참가자는 총 10099명이다. 참가자는 태평로(2929명)를 중심으로 탑골공원(975명), 사직단(1694명), 수은회관(3446명), 유관순기념관(1055명)에 10시부터 모였다. 


세종대로를 가득 울린 북소리

아동들의 풍물놀이 공연 <사진=폴리뉴스>
▲ 아동들의 풍물놀이 공연 <사진=폴리뉴스>

 

하루 종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행사 현장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았다. 매캐한 먼지냄새가 심했고, 목이 칼칼하기까지 했다. 한 참여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누가 담배태우나?”하고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극심한 미세먼지가 인파를 막지는 못했다.

추진위원회는 오후 12시 30분경 한국 프레스센터 앞 중앙무대에서 ‘만북으로 열어가는 새로운 100년 선언문’을 낭독했다. “새로운 시대의 철학을 확립한다.”,“참된 보통사람들이 주인으로 서는 새로운 민회운동을 전개한다.”,“계층을 아우르는 대동(大同)의 정신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고, 나아가 국경을 넘어 세계 만민이 서로 돕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선언문을 통해 만인이 어울리는 사회를 실현하고, 새 세상을 위해 우리가 먼저 깨어나자는 뜻을 전했다. 또한 남·북이 성숙하고 합리적인 통합의 과정을 통해 세계를 잇는 중심이 되자는 내용도 있었다. 

 

아리랑 무용공연 <사진=폴리뉴스>
▲ 아리랑 무용공연 <사진=폴리뉴스>

 

이다해 아나운서, 김태현 작가의 진행으로 중앙무대에서는 고구려북소리단 공연과 아리랑을 배경으로 한 무용공연 등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박수를 치는 등 호응했다. 

서울시청 앞에서는 푸른 옷을 입은 아동 여러 명이 풍물놀이 공연을 펼쳤다. 시민들은 ‘귀엽다’를 연발하며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또 다른 시민들은 줄을 지어 설치된 큰 북을 세 번씩 울렸다. 한 참가자는 있는 힘껏 북을 쳐 우렁찬 소리를 내 기다리던 사람들이 감탄하기도 했다.

청년들의 버스킹 공연도 진행됐다. 공연하는 이들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관객들과 호흡했다. 길 옆 부스에서는 삼족오가 새겨진 북을 판매·대여 하거나 홍보활동을 진행했다. 시민들의 눈을 끌만한 아기자기한 수공예 제품들도 판매됐다. 스카프, 악세서리, 인형, 양말 등이었다. 

 

풍물놀이 인파와 3.1절 사진 깃발 <사진=폴리뉴스>
▲ 풍물놀이 인파와 3.1절 사진 깃발 <사진=폴리뉴스>

 

시청 앞에서부터 광화문 우체국 앞까지 풍물패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분홍색, 푸른색, 색동옷까지 다양한 의상을 갖춰 입은 각 풍물패들은 각자 준비한 장단에 맞춰 움직였다. 꽹과리, 북, 장구 소리가 장내에 가득 찼다. 북소리에 몸이 진동할 정도였다.  

큰 소리에 귀를 막고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시민들이 웃으며 함께 즐겼다. 동영상을 찍는가하면, 손으로 몸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는 이들도 있었다. 춤을 추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손에 태극기를 들고 이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기수들은 대형 깃발을 휘날렸다. ‘만북울림’이라고 쓰인 깃발과 태극기, 한반도기였다. 워낙 깃발이 커 무게도 어마어마해보였지만, 있는 힘껏 깃발을 들어올리는 기수의 표정은 밝았다.

자원봉사자들은 이어지면 3.1운동 당시 사진을 완성하는 깃발을 들고 섰다. 각 단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이 담긴 소형 깃발을 들었다. 지역 풍물패들은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쓰였거나 ‘갑분씐, 갑자기 분위기 씐나’ 등 유쾌한 신조어를 담은 깃발을 내세웠다. ‘3.1운동을 3.1혁명으로 정명화하라’, ‘일제 잔재 줄세우기 입시교육 철폐’, ‘바른 먹거리로 건강한 복지국가’ 등 주장을 담은 깃발도 나왔다.

 

3.1운동 정신으로 열어갈 새 100년

장단을 이끄는 상쇠 <사진=폴리뉴스>
▲ 장단을 이끄는 상쇠 <사진=폴리뉴스>

 

2시부터는 서울시 고종행렬로 인해 만북행사가 잠시 휴식했다. 2시 30분부터 약 10여분간 재일교포 2세 가수 박보(64)가 두 곡을 연달아 불렀다. 

첫 곡이 ‘봉선화’였다. 조선 최초의 예술가곡인 ‘봉선화’는 일제에 수난받았던 나라와 백성을 연약한 봉선화에 비유한 노래로, 일제가 금지한 바 있다. 박보는 이 노래를 한일 양국어로 불렀는데, 이 노래를 일본어로 불렀다며 일부 참가자가 주최 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이 때문에 1분여간 작은 몸싸움이 있었고, 주최 측 진행자는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풍물패들은 모두 중앙무대 앞으로 모였다. 주최 측의 주도로 모두가 같은 장단을 쳤다. ‘덩덩쿵덕쿵’ 하는 장단이 빨라질수록 분위기도 고조됐다. 상쇠들의 뒤에는 태극기가 펄럭였다. 상쇠들은 미소를 지으며 군중을 내려다봤다. 나발을 든 사람들과 양복을 멋들어지게 맞춰 입은 브라스밴드가 아리랑을 연주하기도 했다. 

한반도기와 태극기. 맨 좌측에는 행위 퍼포먼스를 하는 참가자. <사진=폴리뉴스>
▲ 한반도기와 태극기. 맨 좌측에는 행위 퍼포먼스를 하는 참가자. <사진=폴리뉴스>

 

모두가 볼 수 있는 높은 곳에는 행위 퍼포먼스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온 몸에 흰 천을 두른 사람이 큰 천을 들고 부동자세로 멈춰있었고, 이마에 한반도기를 그린 여성이 역동적인 자세로 서 있기도 했다. 어떤 이는 신문지를 찢어 날리며 비장하게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이어 소지 행사가 진행됐다. 마이크를 들고 대표로 나온 시민들이 각자 인사말을 했다. 한 외국인 참가자는 “한국말 어려워요.” 라고 웃으면서 영어로 3.1운동에 참여한 당시 사람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통역은 참가자의 남편이 맡았다.

마지막으로 나선 고등학생 참가자는 머쓱한 목소리로 “내가 PC방을 자주 간다. 집에 오면 엄마에게 혼이 날까 걱정이 된다. 물론 혼이 나기도 하지만 엄마가 꼭 안아주신다. 친구나 가족이 잘못하셔도 꼭 안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소원을 전해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3시 20분경, 모든 참가자들이 만세를 외쳤다. 주최 측은 또 다른 울림을 준비할 것을 당부하며 새 시대를 기대했다. ‘새로운 100년의 길굿을 가자’는 구호를 외치며 다시 ‘만세’를 외치고 주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한편 길 양옆에는 몇 시간씩 북을 치느라 지친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걸터앉아 수다를 떨기도 했다. 노점상인에게 구매한 어묵이나 준비해온 도시락 등을 먹으며 동료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즐거운 분위기를 더했다. 사진을 찍을 때 “브이” 대신 “만세”를 외치는 것이 특징이었다.

 
쾌지나칭칭나네

줄다리기를 준비하며 깃대를 나눠주는 중이다. <사진=폴리뉴스>
▲ 줄다리기를 준비하며 깃대를 나눠주는 중이다. <사진=폴리뉴스>

 

‘한겨례 큰줄당기기’ 행사는 영산줄다리기 보존회가 주축이 되어 4시부터 진행됐다. 진행자는 “이 줄은 경상남도 창녕군 영산면에서 26일부터 제작됐다”고 밝히며 “영산줄다리기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라고 자부심을 보였다. 

시민들이 직접 줄을 옮기고 운반용 철근을 제거했다. 탈을 쓴 사람들이 트럭 위에서 시민들에게 대나무로 만든 깃대를 나눠줬다. 아이들은 부모의 목말을 타고 깃대를 하나씩 받아들었다. 깃대로 칼싸움을 하는 시늉을 하거나 거대한 줄 위에 걸터앉아있기도 했다. 

힘껏 줄을 잡아당기는 시민들 <사진=폴리뉴스>
▲ 힘껏 줄을 잡아당기는 시민들 <사진=폴리뉴스>

 

줄을 내리고, 암줄과 수줄에 비녀목을 꽂으며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 시민들은 각자 젖줄을 집어들고 힘껏 당겼다. 줄다리기는 5분여간 진행됐다. 

결과는 암줄의 승리였다. 진행자는 “암줄이 이겼으니 풍년이 들겠다”면서도 “오늘은 어느 편이 이겼다고 하지 말고 모두가 화합하는 의미로 받아들이자”고 했다. 참가자들에게 젖줄을 잘라갈 것을 권유하며 ‘쾌지나칭칭나네’를 불렀다. 이렇게 ‘만북울림’ 행사는 최종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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