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 배당 요구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엘리엇 배당 확대 요구는 과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2019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2019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폴리뉴스 김기율 기자] 엘리엇과의 표대결이 확실시되는 현대자동차 정기 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주총 결과는 앞으로 있을 지배구조 개편, 미래차 사업투자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안건에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이 우호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 현대차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모양새다.

지난달 현대차는 사회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열고 사회이사 선임 안건과 주주배당 안건 등을 주총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현대차는 보통주 1주당 기말배당 3000원을 제안했다. 지난해 중간배당 1000원을 포함하면 1주당 총 4000원의 배당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엘리엇은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이 방안대로라면 현대차는 보통주 기준 4조5000억 원, 우선주까지 5조8000억 원을 배당해야 한다. 미래차 사업투자를 위해 자금을 비축해야 하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대규모 현금 출혈이 발생하는 방안이다.

엘리엇의 요구에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일시적인 대규모 현금유출은 미래 투자의 저해 요인으로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수소차와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기술 투자로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계속해서 강조해왔다. 현재 대내외 악재를 겪고 있는 현대차의 활로를 찾기 위해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부터 5년간 연구개발(R&D)과 경상투자 등에 약 30조6000억 원을,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 분야에 약 14조7000억 원 등 총 45조3000억 원의 천문학적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숙원 사업인 신사옥 GBC 건립을 자체개발이 아닌 외부투자자와의 공동개발로 선회한 것도 미래차 투자여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현대·기아자동차 서울 양재동 사옥<사진=현대자동차그룹>
▲ 현대·기아자동차 서울 양재동 사옥<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와 엘리엇은 사외이사 선임 문제로도 충돌했다. 현대차는 윤치원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 등을 사외이사로 추천했지만, 엘리엇은 존 Y. 류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빌슨 CAE 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현대차와 엘리엇의 표대결 경쟁에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도 뛰어들었다. 이들은 엘리엇의 배당 확대 요구는 과도하다고 모두 반대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 루이스는 엘리엇의 배당 확대 방안에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는 제안에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반대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내 의결권 자문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역시 향후 정기적인 성장성 확보를 위한 적극적 투자를 이유로 엘리엇이 제안한 배당에 반대를 권고했다.

그러나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사외이사 4명 중 3명을 주주제안으로 변경할 정도로 기존 이사회 활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현대차의 손을 들었다.

반면 ISS는 엘리엇이 추천한 후보 3명 중 류 후보와 매큐언 후보를 찬성하고 현대차가 추천한 유진 오, 이상승 후보에 반대표 행사를 권유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가 제시한 후보 3명을 모두 찬성하고 엘리엇의 후보 3명을 모두 반대했다.

이번 주총 안건 찬반이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업계에서는 회사 측 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고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의 방법으로 총수일가의 현대모비스 지분 인수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엘리엇을 포함한 ISS, 글래스 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로 지난해 5월 합병 주주총회를 취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은 외국인 주주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들이 현대차 안건에 대부분 찬성하면서 이번 주총에서 현대차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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