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한국은 미국 동맹 ‘중재자(arbiter)가 아닌 플레이어(player)’”
“이번에 우리는 미국이 매우 다른 계산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이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왼쪽)이 지난 1일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담 결렬에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왼쪽)이 지난 1일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담 결렬에 대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15일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 중단과 함께 핵과 미사일 시험 재개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타스>와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특히 최 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회담에 대한 실망감과 미국 불신을 드러냈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궁합”이 좋다는 말로 대미 협상의 여지는 남겨뒀다.

<타스>와 AP통신은 최선희 부상이 이날 평양에서 외신 기자들과 외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긴급 회견을 열어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과 타협할 의도도, 이런 식의 협상을 할 생각이나 계획도 결코 없다”면서 김 위원장이 미국화의 비핵화 대화 중단 및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유지 철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평양발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 부상은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계속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며 “짧은 기간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향후 행동계획을 담은 공식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기이한(eccentric) 협상 태도에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 부상의 미국의 협상태도에 대해 “미국은 그들 스스로의 정치적 이해를 추구하느라 바빴지 결과를 내기 위한 진실한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적대적이고 불신하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이들이 북미 양 정상 간 건설적인 협상을 위한 노력을 방해했다”며 회담 결렬의 책임이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에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최 부상은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맹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양국 정상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고, 케미스트리(궁합)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며 정상 간의 대화 여지를 남겨뒀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에 긍정적인 입장이었지만 미국 정통 외교안보라인이 방해해 결렬됐다는 뜻이다.

최 부상은 회담 결렬 후 김 위원장의 입장에 대해 “평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 위원장은 ‘우리가 이 기차 여행(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며 “미국의 강도적 입장이 결국 상황을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미국을 비난했다.

또 최 부상은 “이번에 우리는 미국이 우리와는 매우 다른 계산을 갖고 있음을 매우 분명히 이해했다”며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의 인식차가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를 두고 ‘핵을 보유하기 위한 또는 제재 해제를 위한 시간 끌기’로 보는 시각을 우회적으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최 부상은 하노이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 내 군부와 군수업계 등에서“핵을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는 무수한 청원을 김 위원장 앞으로 보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사회 내부의 반발을 뚫고 미국과의 신뢰를 쌓고 상호 합의된 약속들을 이행하기 위해 하노이로 갔던 것이라고 했다.

북한 내부에서 ‘핵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강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나치게 많은 요구를 했고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며 “분명한 것은 미국이 이번에 황금 같은 기회(a golden opportunity)를 날려버렸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부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중재 역할에 대한 질문에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도우려 하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기 때문에 ‘중재자(arbiter)가 아닌 플레이어(player)’”라며 미국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한편’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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